한미 FTA 반대 집회에서 도로를 무단 점거한 혐의로 기소된 정동영(62) 전 의원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임정택 판사는 13일 "피고인이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교통을 방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정 전 의원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벌금 1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임 판사는 "피고인은 정당연설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집회를 야당뿐 아니라 한미 FTA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공동 주최했다"며 "미신고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임 판사는 정 전 의원이 2시간가량 도로를 점거했다는 혐의 중 28분 동안만 도로 점거에 가담했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임 판사는 "증인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오후 9시30분부터 9시58분까지 머문 뒤 떠난 것으로 보이고, 이후에 남아서 시위대와 공모해 교통을 방해했다는 기소 내용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당시 집회를 정당연설로 알아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미약했으며 한미 FTA는 국민의 관심사가 집중된 사안이어서 집회가 열린 점, 피고인의 가담 정도를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원은 판결이 선고된 뒤 기자들과 만나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즉각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소 내용 중 일부는 무죄를 선고하고 일부에 대해 벌금형을 내렸는데, 전형적인 타협적 판결"이라며 "주권 침해를 규탄한 한미 FTA 반대 집회를 도로교통법으로 단죄하겠다는 발생 자체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은 2011년 한미 FTA 반대 집회에서 2시간가량 도로를 점거한 혐의(일반교통방해)로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가 다시 정식재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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