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전략이 담긴 이른바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에 대해 출처를 확인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린 가운데, 삼성일반노조가 이번엔 삼성SDI가 직원들을 미행하고 사찰했다며 관련 내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삼성일반노조는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SDI가 무노조 경영을 위해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미행하고 사찰했다"며 관련 내용이 담긴 한글 파일 문건 22개를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들 문건은 지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삼성SDI의 인사 담당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해당 문건은 울산 삼성SDI의 전직 인사 담당자로부터 지난해 11월 제보받은 것이다.
문건에는 각각 '부산 NJ 설립 움직임 상황', '사업장 전체 MJ 인물 현황', '퇴직자 문제 인력 사진', '모임 관련 동향', '유인물 관련자 종합 활동 격리 방안' 등의 제목이 붙어있다.
이들 문건을 보면, 노조 설립 활동과 관련해 이른바 관심 사원을 'KS', 문제인물을 'MJ', 노동조합을 'NJ'라고 약칭하고 희망퇴직('HT') 시 문제인력을 해소할 수 있는지 여부를 표로 정리해 구분하기도 했다.
관심 사원들 중엔 '전향 불가' 인물과 '전향 가능' 인물을 나눠 조직적으로 관리한 정황도 포착됐다.
사내 현장 조직들에 대한 조직적인 사찰 정황이 담긴 문건도 나왔다. 2007년 작성된 '6/23(토) 모임 관련 상황 일지'라는 제목의 문건을 보면, 한 음식점에서 열린 직원 모임의 참석 명단은 물론 시간대별 상황, 참석자들의 승용차 차량 번호까지 기재됐다.
같은 해 7월 26일자로 작성된 또 다른 문건엔 참가자들이 현장 조직 이름으로 '한마음 동지회', '삼성민주노조설립연합회', '칠월회', '구조조정 ZERO회' 등의 의견을 내고 무기명 투표를 통해 '한마음 동지회'로 결정됐다는 등의 세부적인 회의 내용까지 담겼다.
노조는 이를 두고 "사측의 미행이 없었다면 작성이 불가능한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유인물 뿌렸다고 '납치'에 '감금'까지?
이밖에도 2001년 작성된 '사내외 유인물 관련자 조사활동 결과 보고'라는 문건엔 희망퇴직 및 노조 설립과 관련한 유인물을 뿌린 직원들의 명단과 가족관계, 최종 학력, 부채 및 대인관계 등 사생활까지 구체적으로 담겼다.
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인사 담당자들을 '격리조'와 '설득조'로 나눠 비상연락망을 공유하고, '유인물 핵심 인력 격리시 단계별 행동요령'이라는 지침을 통해 구체적으로 대응 방법을 명시하기도 했다.
문건의 '행동 요령'엔 △사외에서 면담을 하자며 책임자 외 간부 1명과 동행하여 사외 이동 △책임간부 차량이 미팅 장소에 도착시 대기하던 격리조 2명 강제 탑승 동행 △격리조 책임간부 차량 동승 시 핵심 인물 뒷자석 중앙에 위치, 본인 양쪽 탑승 △이동 중 핵심인물 통신 수단 철저한 차단 및 강한 관리 할 것 △가급적 이동 중 휴게실 휴식은 자제할 것 △휴게소 화장실 이용 시 격리조 2명은 항상 핵심 인물과 함께 행동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문건의 '핵심 인물 면담 시 면담 요령'이란 항목을 보면 △면담 과정에서 야간에도 집중적으로 면담하고 잠을 재우지 말 것 △유인물 관련하여 자신이 행동한 부분, 정보 내용에 대해 모두 실토 유도 △격리조는 최대한 인근 포스트에 대기하면서 분위기를 살피고 24시간 감시할 것 △면담과정에서 스스로 도움을 준다면 H/T금(희망퇴직금으로 추정) 지급 약속, 그렇지 않울 시 해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납치 및 감금까지 연상케 하는 행동 지침인 셈이다.
노조는 해당 문건들이 "삼성SDI의 무노조경영을 위한 치밀한 노동자 사찰과 인권 유린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서울중앙지법에 민사 소송을 낸다고 밝혔다.
사건을 대리한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영기 변호사는 "문건이 2001~2002년, 2007년에 작성돼 부당노동행위를 묻는 형사 처벌의 공소 시효가 이미 지났다"며 "민사상 공소시효는 남아있어 민사 소송을 내고 문건을 통해 사찰이 확인된 당사자들 3명이 원고로 나서 삼성의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 2000만 원 씩을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검찰은 앞서 지난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폭로한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문건에 대해 "출처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관련 기사 : 'S그룹 문건' 폭로 심상정 "검찰이 삼성 법무팀?")
이에 대해 삼성일반노조는 "문건이 바로 사찰의 증거"라면서 "검찰의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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