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전당대회로 취임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첫 회의를 관통한 키워드는 '조세 정의'와 '복지', '서민 지갑' 등이었다.
9일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문재인 신임 대표 등 지도부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와 새누리당의 '복지 축소' 기류를 견제하며 "대안 정당이 되어 조세 정의를 다시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는 "국민과 당원들께서는 저희에게 권력을 주신 게 아니라 국민의 삶을 지켜내라는 책임을 주-셨다"면서 "박근혜 정부와 맞서라고 명령하셨다. 국민의 삶을 무너뜨린 박근혜 정부의 폭주에 맞서 국민의 지갑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복지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 늘려나가겠다"면서 "법인세 정상화 등 부자 감세 철회를 기필코 이뤄내겠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 정의를 다시 세우겠다"고도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을 향해 "석고대죄를 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복지 없는 증세를 하겠다는) 대국민 사기극을 펼쳤던 것에 대해 먼저 국민께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면서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만 터는 박근혜 정권의 서민 증세에 대해서 우리 당은 강력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얼마 전 '복지가 과잉되면 국민이 나태해진다'고 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겨냥했다.
오 최고위원은 "복지를 마치 정권이 국민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아는 잘못된 인식에 대해 전면적으로 싸워나갈 것"이라면서 "공평한 과세 및 조세 정의 확립을 통해 서민의 부당한 짐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박근혜 비판엔 '한목소리' 내지만…첫 공식 일정부터 묘한 갈등
새 지도부가 국정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복지와 증세 논쟁에 있어선 이처럼 '조세 정의'란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상은 첫 공식 일정에서부터 묘한 신경전과 내분 조짐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노계 지지를 받아 선출된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계파주의를 '악마'에 빗대며 "악마가 활개 치는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고 모두 떠난다. 아픈 말이지만 지도부로 있는 동안 우리 모두가 가슴에 담고 지내야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원론적인 계파주의 비판이긴 하나, 듣기에 따라 문 대표 선출로 당내에서 목소리가 커질 '친노'를 향한 견제구로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이다.
정청래 의원은 "국민만 믿고 지도부 안에서도 야당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전날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득표율(9.68%)은 꼴찌를 했지만 국민 여론조사(23.36%)에선 압도적 1등을 한 사실을 언급한 후 "민심과 국회의원 마음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오직 국민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현충원 참배 일정에서부터 최고위원 일부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놓고 어깃장을 놓는 일이 벌어졌다.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승만, 박정희 참배에 앞서 첫 일정으로 백범 김구 선생의 묘소, 인혁당 열사들의 묘소 참배가 더 우선이라 생각했다"면서 "톨레랑스는 피해자의 마음을 더 먼저 어루만지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새 지도부들은 전날 전당대회를 마치고 여의도 당사에서 첫 간담회를 갖고 두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를 포함한 현충원 일정을 논의했으나, 정 의원 등 일부 최고위원들의 반대 및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은 문 대표와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만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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