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윤근 '선별적 복지'로 후퇴? "복지축소 안돼" 진화

야당 복지 전문가들 "스웨덴도 보편-선별 조합…일부 언론이 오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우윤근 원내대표의 라디오 인터뷰 발언 한 마디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 입장은 보편적인 복지"라면서도 "모든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하는 건 아니고, 보육·무상급식 이런 부분은 축소돼선 안 된다. 기본적 복지 분야는 손대지 말고 다른 부분에서 (복지 구조조정 대상을) 찾으면 충분히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런 부분들은 선별적인 복지(를 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했었다.

5일자 석간 <문화일보>를 시작으로 몇몇 언론은 우 원내대표의 이 발언을 '야당이 선별 복지 노선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조선일보> 계열 TV조선은 아예 '정치권, 선별적 복지로 논의 수렴'이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하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는 그러자 6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우리나라 복지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복지 과잉'이나 축소, 구조조정 요구는 이런 점에서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지금 시대정신은 복지국가의 실현"이라고 진화를 시도했다. 우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말하는 무상복지 등에 대한 구조조정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아이들 보육, 교육은 국가 책임이고 헌법적 의무다. 기본적 복지 사항을 절대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복지 축소' 취지 발언(☞관련기사 : 김무성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 나태")을 겨냥해 "새누리당이 조세 개혁을 복지 전쟁으로 유도하려는 느낌"이라며 "연말정산, 건강보험료 개편 백지화 등 정부·여당의 무능으로 야기된 정책 혼선을 마치 과도한 복지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왜곡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野 복지 전문가들 '답답'…"언론이 몰고 가는데, 禹도 사태 경미하게 봐"

복지 분야 전문가인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홍종학 의원은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모든 분야에서 다 보편적 복지를 하는 나라는 없다"며 "그런데 새누리당이 자꾸 '모든 걸 다 하자고 한다'고 정치적으로 공격하니 아니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우 원내대표의 MBC 인터뷰 발언은 '원론'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홍 의원은 "그런데 (언론에서) 그렇게 몰고 가는 것 같다. 새누리당이 '선별적 복지'를 얘기하니 새누리당이 옳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라며 "우리 당 우 원내대표도 (발언의 파장을) 좀 경미하게 본 게 아닌가"라고 했다.

김성주 의원도 "2014년 새정치연합 창당 때 만든 당 강령을 보면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전략적 조합'이라고 돼 있다"며 복지정책에 관한 새정치연합의 입장은 창당 이후 지금까지 변한 게 없고, 우 원내대표의 발언 역시 그 기조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스웨덴도 보편-선별 복지를 조합해 시행하고 있다"며 "(우 원내대표는) 그 원칙을 설명한 것인데, 일부 신문이 그런 내용도 모르면서 우리 당 입장이 변화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저부담-저복지인데도 현재 있는 복지마저 축소하자는 게 정부·여당 입장 아니냐"면서 "복지를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복지-증세' 논쟁이 정치권의 제1화두가 된 상황에서, 야당 원내대표의 입에서 "선별적 복지 찬성"이라는 말이 튀어나온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많다. 정치적 반대파에게 충분히 빌미를 줄 수 있는 경솔한 발언이라는 것.

정의당은 김종민 대변인 논평에서 "이 말이 도대체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말인지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의 말인지 국민들은 헷갈린다"며 "'복지 구조조정이냐, 증세냐'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복지 구조조정에 손뼉을 맞춘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원내대표가 이런 발언을 할 정도면 이번 복지-증세 논쟁을 바라보는 새정치연합의 입장이 무엇인지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이에 변명하고 나섰는데, 지금은 변명할 때가 아니라 우 원내대표를 비판해야 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