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며 "영유아 보육을 책임지는 주무 장관으로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 출석해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전문가,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 학부모 등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대책을 마련했다"며 "국민들께 죄송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빠른 시일내에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문 장관은 자신이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업주부가 불필요하게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수요를 줄이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지적을 받고는 "오해가 있었다"며 "전업주부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말씀은 드린 적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 취지에 대해 "가정 양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기본적 연구 결과"라며 "정부 보육정책 방향은 맞춤형 보육을 강화한다는 것이고,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보육 수요를) 커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문 장관은 사과는 하면서도 "표현의 정확성은 확인해보겠지만 보육 체계에 대한 기본적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했다.
문 장관의 말은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이 "전업주부는 집에서 애 키우라는 것 아니냐"고 질타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같은 당 남윤인순 의원도 "엉뚱하게 전업주부 얘기하고 보육교사 얘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당도 질타 "CCTV 설치, 덜 익은 대책…학대 어린이집 폐쇄하면 애들은 어디 보낼 거냐"
문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정부의 미비한 대처를 질타했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근본적 대책을 같이 강구해야 하는데,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비용이 얼마나 드느냐? 복지부는 (설치를) 어떻게 의무화한다는 거냐"고 따졌다.
문 장관은 "전체 다 한다면 450억 원 정도"라며 "재원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한 것인지 좀 더 검토해 보고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제시해야지 아직 준비가 안된 것 아니냐"며 "이렇게 덜 익은 얘기를 진행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종진 의원은 이른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에 대해 "아동학대 행위가 한 번만 일어나도 어린이집 폐쇄를 가능하게 하겠다는데, 폐원됐을 때 대체 시설에 대한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어린이집이 모자라 몇 달씩 기다리는 상황에서 폐쇄된 어린이집의 아이들을 다른 데로 보내는 게 가능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에 대해 새정치연합 양승조 의원도 "폐원된 인천 어린이집의 전원(轉院)은 어떻게 됐나"라고 물으며 "국민 감정상 엄정 처벌은 맞지만 한 번 위반했다고 폐원하는 게 다른 기관에 있는 사례인가?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을) 폭행하면 폐교되나?"라고 따졌다.
문 장관은 이 의원의 지적에 대해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며 "전원이 가능한 지역이 있고 어려운 지역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인천 어린이집 원아들의 전원 문제에 대해서는 "임시 보육을 하면서 기존시설을 국공립으로 개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가 형평성에 맞냐는 양 의원의 지적에는 "영유아의 경우는 의사를 표명할 수 없어서 예외적으로(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한편 2012년 무소속 대선후보였던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정부 대책이 근시안적이고 안이하다"며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박근혜 정부의 복지에 대한 철학 부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 의원은 "보육은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투자인데, (박근혜 정부는) '어쩔 수 없이 공약했으니까 치러야 하는 비용'이라는 생각이 근저에 깔려있는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안 의원은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에 그런 철학이 묻어 있다"며 "어떻게든 시늉만 하고 때워 보겠다는 식으로, 실질적으로 아이들·맞벌이 부부들에게 혜택을 주기보다 형식만 갖추려고 하다 보니 '어떻게 비용을 줄이는가'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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