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탄압의 '살아있는 증거'로 미국 정부의 찬사를 받은 탈북자 신동혁 씨가 순식간에 '거짓말쟁이'로 몰리는 신세가 됐다. 대북인권 활동도 중단 위기에 처했다. 그는 '살아서는 나올 수 없다는 14호 수용소 최초 탈출자'로 유명한 탈북자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 블레인 하든이 쓴 2012년 <14호 수용소 탈출>은 신동혁 씨가 진술한 수용소 경험을 기록한 자서전으로, 27개 국 언어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이제 그는 이 책의 핵심에 해당하는 사실들을 취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신동혁 씨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잔혹한 인권탄압 문제를 거론하면서 직접 만날 만큼 상징적인 인물이며, "어머니와 형이 처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등 포로수용소에서 겪은 그의 비참한 체험담은 탈북자 이야기에 대해 익숙한 사람들조차 경악시켰고, 유엔이 북한 통치자들의 인권 탄압에 대한 유례없는 조사에서 '대표 증인'으로 활동해 왔다.
올해 32세라고 밝힌 신 씨는 자서전에서 "아무도 살아서 나올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진 14호 수용소에서 그와 가족들이 감금돼 있었다"고 했으나, 대부분의 시절을 통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18호 수용소에서 살았다고 말을 바꾸었다. 18호 수용소에 감금됐다가 탈출한 탈북자는 10여 명에 이른다.
또한 그는 10대의 나이에 고문을 견뎌야 했다고 말해왔으나, 20대에 고문을 받았고, 고문을 받은 이유도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는 사실도 시인했다.
<뉴욕타임스>는 "신 씨의 고백은 유엔을 움직여 북한 인권 탄압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로 가져가려 했던 미국 등의 노력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라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18호 수용소 두 번 탈출도 믿지 못할 얘기"
이에 대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아시아 최고책임자 브래드 애덤스는 " 신 씨의 사례를 빼고도 80 명의 증언과 보복이 두려워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피해자들과의 204 건 달하는 비공개 인터뷰 등에 기초한 유엔의 조사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신 씨의 거짓말을 북한의 현실에 대해 세상을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보다 극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정도로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최근 진술에 따르면, 자서전 기록과 달리 18호 수용소에 살면서 1999년과 2001년 두 차례 탈출했다가 잡혀 나중에 14호 수용소에 감금됐다. 하지만 18호 수용소에서 그를 봤다는 한 탈북자는 "신 씨는 여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북한 수용소에서 두 번이나 탈출할 수 없고, 게다가 다른 곳도 아니고 철저한 통제구역인 14호 수용소에서 세 번째 탈출할 수는 더욱 더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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