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모기업인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13일 쌍용차 해고자 복직과 관련해 "회사의 수익 창출이 우선"이라며 즉각적인 복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쌍용차의 신차 '티볼리'의 출시를 맞아 방한한 마힌드라 회장은 1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신차 발표회 기자간담회에서 평택공장의 굴뚝 농성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 알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복직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마힌드라그룹은 지역 공동체 구성원을 돌보고 신뢰하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지만 우리가 투자한 현지 경영진을 신뢰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우리의 방침"이라며 "쌍용차는 아직 흑자 전환을 달성한 것이 아니고 아직 많은 도전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즉흥적으로 복직을 결정한다면 이는 약 5000명에 달하는 현재 쌍용차 노동자와 협력업체 직원, 딜러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이고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며 "우선 티볼리와 같이 흥미롭고 혁신적인 차를 많이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티볼리 잘되고 흑자 전환하면 해고자 순차 복직"
다만 마힌드라 회장은 쌍용차의 경영이 흑자로 전환된 뒤 순차적으로 해고자 복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티볼리가 선전하고, 쌍용차가 흑자로 돌아서면 순차적으로 필요에 따라 인력을 충원할 것이고, 그 인력은 2009년 해고자들 중에 뽑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쌍용차 이유일 사장은 마힌드라 회장이 해고자 복직이 가능한 시점이라고 밝힌 흑자 전환 시점에 대해 "향후 2~3년 내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우리가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로 연간 추가로 500억 원의 부담이 생기지 않았다면 2013~2014년에 흑자로 전환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밖에도 마힌드라 회장은 인도의 시인 타고르의 '동방의 등불'을 인용하며 '동방의 등불'로 성장한 한국과 쌍용차에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투자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단순히 포트폴리오 차원이나 빠른 기술 획득을 위해 쌍용차에 투자한 것은 아니다"라며 "쌍용차의 미래에 대해 확신하며 중도 포기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2011년 마힌드라그룹의 쌍용차 인수 뒤 정치권과 노동계에서 꾸준히 제기된 이른바 '먹튀설'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2004년 쌍용차 인수 뒤 기술만 빼가고 2009년 철수해 '먹튀' 논란을 일으킨 바 있고, 마힌드라도 마찬가지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마힌드라 회장은 "쌍용차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을 운명을 가지고 있고, 시간이 걸릴 수는 있겠지만 이런 운명은 반드시 현실화될 것"이라며 "4800명에 달하는 쌍용차 임직원의 미래를 지켜주고 쌍용차가 과거의 명예를 회복해 세계 곳곳에 쌍용의 깃발을 꽂을 수 있도록 약속하겠다"고 했다.
해고자들, '주인 없는 신발' 26켤레 놓고 호소…"내일 평택공장서 기다릴 것"
'티볼리'의 신차 설명회가 열리기 직전, 행사장 밖에서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2009년 정리해고 이후 숨진 26명의 동료와 가족을 상징하는 신발 26켤레를 놓고 "마힌드라 회장이 결단해 이제 정리해고의 고통을 끊어 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관련 기사 : 티볼리 발표장 밖 26켤레 신발…"사라진 주인을 아시나요?")
당초 쌍용차노조(기업노조)는 해고자인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을 신차 발표회에 초청했지만, 김 지부장의 행사 참석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쌍용차지부는 내부 논의 끝에 전날 행사 참석 의사를 전했지만, 회사가 자리 배석 조정 등을 이유로 김 지부장의 초청을 무산시킨 것이다.
김득중 지부장은 이날 행사장 밖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해고자들의 절박함을 알리겠다"면서 "내일 공장 앞에서 새벽이든 밤이든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마힌드라 회장은 14일 오전 쌍용차 평택공장을 방문해 회사 관계자 및 기업노조와 면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노조와의 간담회에서 해고자 복직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지 주목되지만,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즉각적인 복직에 부정적인 뜻을 피력한 이상 전격적인 입장 변화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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