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고 있는 '4.3희생자 재심사' 문제가 4.3위원회(심사소위)에서 공식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확산될지, 아니면 일단락될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행정자치부와 제주도에 따르면 4.3위원회 심사소위원회가 오는 14일 열린다. 지난해 4.3 국가추념일 지정 당시 일부 극우단체가 행정자치부(당시 안전행정부)에 진정한 '4.3희생자 재심사' 처리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재심사 여부는 4.3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심사소위 위원장은 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이다. 지난 2003년 정부가 채택한 4.3진상조사보고서가 빛을 보는데 산파 역할을 했다.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강골' 이미지가 강해 이번 '4.3희생자 재심사' 문제와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진정이 접수됐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는 정리를 해야 한다"며 "심사소위에서 의견을 조율한 뒤 4.3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4.3희생자 재심사' 문제는 4.3추념일을 앞두고 연례행사처럼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지방선거 정국에서 '4.3희생자 재심사'가 가능하도록 한 4.3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이로 인한 역풍이 거세게 일자, 제주도당이 먼저 나서 "화해와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제주사회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것"이라며 법안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하 의원은 법안을 자진 철회했다.
원희룡 지사도 지난해 4월 13일 도지사후보 TV 토론회에서 4.3희생자 재심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이튿날 "희생자 심사기준이 철저하게 준수돼야 한다는 취지였지, 기존 법적 절차에 의해 결정된 희생자에 대해 재심사하자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며 "어떤 이유로든 4.3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한 바 있다.
올해는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지난 6일 제주를 방문한 정 차관이 4.3평화공원을 참배한 뒤 4.3유족회 간부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그동안 보수단체에서 제기해온 4.3희생자 중 논란이 되고 있는 4.3희생자 위패 정리 얘기를 꺼냈다.
"4.3추념일에 대통령께서 참석하도록 도와 달라"는 요청에 정 차관은 "대통령이 참석하려면 논란이 되고 있는 위패는 정리해야 되는 게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 차관은 보수단체들이 문제제기하고 있는 4.3희생자 53명의 위패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에 출마한 주승용 의원은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재심사' 운운하는 것은 국가 차원의 결정을 부정하려는 반역사적 발언"이라고 규정한 뒤 정 차관의 사과를 촉구했다.
또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위원으로서 이 문제를 철저히 따지고, 물어 반드시 그 진상을 밝히고 마땅한 책임을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4.3유족회 등 도내 4.3관련 단체들은 12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희생자 재심사'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정 차관의 발언은 이선교 목사 등 극우 인사들이 4.3추념일 제정을 반대하며 4.3평화공원에 봉안된 1만 3000여 희생자 중 좌익활동에 가담한 53명의 희생자 위패를 철거하라는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보수단체들은 지난해 4.3평화공원을 방문, "4.3진상보고서는 가짜", "4.3평화공원은 친북·좌파양성소" 등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제주의소리=프레시안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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