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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살린 죄'로 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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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살린 죄'로 잘렸습니다"

[기고] "통영시장의 '갑질', 정말 해고돼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통영이지만 통영보다 더 유명한 동피랑 벽화마을, 통영의 랜드마크가 된 동피랑 벽화마을 만들기의 주역이 지난 세밑 부당 해고를 당했다. 동피랑 마을은 전국에서 마을 살리기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래서 동피랑 마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2014 지역브랜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동피랑 벽화마을 만들기를 주도한 이가 민관협치를 실천하는 지방의제 추진기구인 통영시 산하 '푸른통영21'의 윤미숙 사무국장이다. 2006년부터 8년 동안 동피랑 마을 살리기에 헌신해온 윤미숙 국장이 지난해 12월 29일 통영시장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주민들을 쫓아내고 동피랑 마을을 철거해 공원을 만들려던 통영시의 계획을 철회시키고 동피랑 마을을 되살린 것이 푸른통영21의 윤미숙 국장이다.

사라질 뻔했던 마을이 되살아나면서 동피랑 주민들은 안심하고 자기 집에서 살게 됐고 마을에도 수많은 가게들이 생겨나 주민들의 생계 수단이 됐다. 또 인근 중앙시장 상인들의 수익은 10배나 증가했다. 그뿐인가. 통영의 수산업과 조선 산업이 위기에 빠져 통영의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을 때 이를 구한 것이 윤미숙 국장이다. 낡고 오래된 달동네에 붓 한 자루로 색칠만을 해서 구름 같은 관광객을 불러모아 이들이 호텔과 여관, 횟집과 식당, 재래시장과 충무김밥, 꿀빵집 등을 찾게 만들어 통영경제를 살려내게 했다. 윤미숙 국장이야 말로 돈이 아니라 문화의 힘으로 통영 경제를 살린 진정한 '창조경제'의 주역이다.

윤미숙 국장은 동피랑 마을뿐만 아니라 통영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조성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연대도가 지속가능발전대상 공모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사업으로 연대도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전국 200곳이 넘는 지방자치단체와 기관 등이 방문해 배워갈 정도로 새로운 관광명소가 됐다. 윤 국장은 그밖에도 '강구안 푸른 골목 만들기' '서피랑 마을 살리기', '욕지 자부랑개 마을 살리기' 등을 통해 소멸해가던 많은 마을들을 되살리고 있다. 이 모든 사업들은 통영시가 예산을 지원 한 것이 아니라 윤미숙 국장이 기획안을 만들어 공모사업을 통해 국비를 따다가 실행한 것이니 그 공이 더욱 크다.

그런 윤 국장이 계약 연장 2일을 앞두고 전격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통영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8년을 일한 윤국장은 무기 계약직이다. 현행 노동법 상 무기계약직은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 없다. 계약직도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이 되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보호받고 있다.

근로계약서에도 "신체․정신상의 장애로 직무수행 불가, 고의․중과실로 손해초래, 업무량 변화․예산감축 등 '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 등 운영규정'제15조제2항의 사유가 발생한 때에만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윤 국장은 이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서 통영시장은 해고 통지서를 보내면서도 사유를 적시하지 못했다. 스스로 부당 해고임을 자인한 셈이다. 물론 결격사유가 있어서 해고를 하더라도 30일 전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통영시장은 이마저 어겼다. 통영시장은 현행법을 철저히 능멸하고 불법 해고를 자행 한 것이다.

시장 선거 직후인 작년 8월, 통영시는 윤미숙 국장에 대해 특별감사를 한 적이 있었지만 감사관은 아무런 잘못도 찾아내지 못했고 오히려 윤 국장이 자기 돈을 써가며 공적인 일을 한 사실만 밝혀냈을 뿐이다. 이 감사에 대해 윤국장은 "정기감사는 늘 있어왔지만 이 감사는 감사 기간에 받은 게 아니었다. 감사에서 2008년까지 다 자료를 달라고 했다. 감사 결과 아무 것도 지적된 사항이 없었다"고 밝혔다. 표적 감사였던 셈이다.

8년간 마을 살리기 일을 해오면서 윤미숙 국장이 받은 월급은 고작 150만원 남짓에 불과했다. 박봉에 자기 돈까지 써 가며 마을 살리기에 헌신하고 통영시의 경제를 살린 사람이 바로 윤미숙 국장이다. 그래서 통영시의 많은 공무원들도 윤 국장 한 사람이 공무원 열사람보다 많은 일을 한다고 공공연히 말하곤 했다. 이토록 유능하고 청렴한 윤미숙 국장은 해고를 당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통영시장이 어떤 의도로 윤국장을 불법해고 했는지 아직까지 밝혀진 것이 없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그간 윤국장의 공로를 생각 할 때 상을 주고 감사의 예우는 못할망정 해고를 통보한 것은 비열하기 짝이 없는 행위다. 이것이 통영을 살린 사람에게 할 도리인가.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것이 아닌가. 통영시장은 윤미숙 국장에 대한 부당해고를 당장 철회하고 사과해야 마땅하다.
▲ ⓒ강제윤
▲ ⓒ강제윤
▲ ⓒ강제윤
▲ ⓒ강제윤

(참고로 윤미숙 국장을 부당 해고한 김동진 통영시장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금품제공 등 부정선거 혐의로 부산고등법원 창원지원 제1형사부에 재정신청이 배당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부정선거혐의에 대해 검찰은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법원 판단에 따라 재판에 회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동진 시장은 또 이미 지난 2002년 6.3 지방선거에서 2차례에 걸쳐 자신에게 유리 한 기사를 게재해 달라며 주간 지역신문인 T신문 대표에게 3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700만원이 확정돼 시장 직을 박탈당한 바 있다. 대체 해고통보를 받아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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