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유로화가 생존하는 유일한 길은 1유로=1달러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 유로화는 3년만에 다시 '그렉시트'와 연계돼 생존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는 상황에 처했다.
유로화 가치는 5일(현지시간) 장중 1.1864달러까지 떨어져 2006년 3월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화 가치가 왜 이렇게 추락하고 있느냐에 대해 원인 분석은 '그렉시트' 등 여러 가지다.
하지만 그리스의 위기 등은 해묵은 요인이다. 유로존이 디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오히려 최근 유로화의 위기의 최대 요인은 일종의 '화폐 전쟁'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화폐 전쟁'의 바로미터는 국제유가다. 실제로 달러와 유로의 환율은 유가와 긴밀하게 동조화되어 왔다. 국제유가는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2월 인도분이 전날보다 5% 급락하면서 배럴당 50.04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배럴당 50달러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50달러 선을 밑돈 것은 200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유로화는 정치적으로 통일되지 않은 경제권이 경제적으로만 인위적으로 만든 화폐라는 근본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이때문에 끊임없이 '유로화 붕괴론'이 제기되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그나마 유로존이 살아나려면 유로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수밖에 없다는 처방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유로화가 질서정연하게 가치가 하락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25일로 예정된 그리스의 조기총선에서 유로존이 강요하는 긴축정책과 혹독한 구제금융 조건을 거부하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시리자는 자신들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유로존 탈퇴' 즉 '그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5일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라스의 조사에 따르면, 시리자의 지지율은 30.4%로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신민당(27.3%)을 3.1%포인트 앞서고 있다.
유로존 위기의 수습을 책임지는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물가상승률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유로존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7일 발표되는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2009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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