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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MB의 '꼼수' 이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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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MB의 '꼼수' 이어받았다

[한반도 브리핑] 한미일 3각 군사협력, 그 위험한 시동을 걸다

2015년을 목전에 둔 지난 29일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체결이 공식 발표되었다. 3국의 국방차관들이 서명한 이 약정은 미국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정보를 공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직접적으로 군사정보를 주고받지 않으며 3국 간의 정보 유통은 미국을 경유한다. 즉 한국 국방부가 미 국방부에 전달하면 미 국방부가 우리의 승인을 거쳐 일본에 주고, 반대로 일본 방위성이 미국에 정보를 주면 일본의 승인을 거쳐 한국에도 주는 방식이다.

꼼수의 데자뷰

문제의 초점은 2012년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다가 여론의 강한 반대로 좌절되었던 '한일 정보 보호 협정'(GSOMIA)의 부활 여부에 있다. 박근혜 정부는 당시 추진했던 협정과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대로 미국을 끌어들여 여론의 반대를 우회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타당해 보인다.

국가 간 협정이 아닌 군 당국 간 양해각서라는 형식은 국회비준을 거치지 않으려는 편법으로 읽힌다. 2년 전 무산된 주요 이유였던 밀실 추진은 이번에도 변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그동안 협정체결과정을 국민과 언론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약정발효 3일 전에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렸다. 더욱이 국방부는 당초 12월 29일에 서명과 동시에 발효되는 것처럼 말했지만 26일에 이미 서명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서명을 이미 하고 사후 발표를 했음에도 의도적으로 사전 보고한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꼼수든 우회든 상관없이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이외에도 여러 지점에서 나타난다. 3국 간 정보교류에서 일본과의 정보교류는 우리의 승인을 반드시 필요로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나, 군사정보 전반에 대한 협정이었던 2102 GSOMIA와는 달리 핵과 미사일에 관련된 정보에 한정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하는 것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는 시작부터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는 언론발표에서는 우리가 미국에게 준 정보를 일본에 전달할 경우 우리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양해각서 어디에도 그런 규정은 없다. 또한 핵과 미사일에 한정된 정보이며, 교환되는 정보의 수준이 2~3급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양해각서에는 없으며, 오히려 한미군사정보 보호협정에 준하도록 되어있어 높은 수준의 정보교환이 충분히 가능하다.

▲ 지난 2011년 1월 10일, 당시 김관진(왼쪽) 국방부 장관과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일본 방위상이 한일국방장관 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에서 양국은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을 위한 협의를 본격화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일본, 더 큰 문제는 미국

2012년 협정추진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로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은 한일관계였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는 일본과 군사협정을 맺는다는 것에 대한 국내 여론의 반발이 비등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더 나쁘다. 일본은 군 위안부 문제 등에서 반성은커녕 역행하고 있으며, 아베정권의 우경화 및 군사대국화는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약정체결은 곧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면죄부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일외교에서 안보 및 군사협력은 과거사문제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일종의 대일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일본의 변화가 전제되지 않은 채 우리가 먼저 빗장을 열어줌으로써 일본은 손대지 않고 코 푼 격이 되었다.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으로 한일 정상회담을 지난 2년간 거절해온 박근혜 정부가 다른 한편에선 군사협력을 추진하는 행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데 겉으로는 국민 여론을 의식해서 대일강경책을 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이중적 태도는 이명박 정부와 매우 닮아있다. 아무튼 이번 조치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한국이 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지원하게 된 셈이다. 이는 일본에 명분과 실리를 모두 안겨주는 조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이 한일관계에 대한 함의도 심각하지만,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미국이다. 2012년에도 그랬듯이 이번 약정체결 역시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전적으로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번 약정은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아웃소싱을 통해 자신의 대아시아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한데도 미국의 개입을 오히려 안전판이라고 보는 것은 심각한 판단오류이다. 위험한 것은 오히려 미국의 의도임에도 우리는 한일관계에 대한 함의만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경유나 완충이 아니라 중심이며 배후다. 미국이 추구하는 3각 군사안보 협력체계의 기반차원이 이번 약정의 본질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근저에 미국의 아시아재균형전략에 의한 대중포위망 구축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미국을 경유하고 미국이 주도하면 이러한 약정이 아무런 위험이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대외정책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인지왜곡(cognitive distortion) 현상이다. 국가이익을 놓고 첨예하게 경쟁해야 하는 국제정치에서 특정국가에 대한 맹목적인 혐오나 맹목적인 호감은 객관적 분석을 불가능하게 하고 경로의존성의 덫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전자가 우리의 대북정책을 규정한다면, 후자는 한미관계를 전형적으로 규정해왔다. 두 가지 모두 우리의 국익을 위해 가장 잘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못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미국의 충실한 변호사

한국정부의 대미 인지왜곡현상은 자주 미국의 입장과 이익에 대한 충실한 변호 역할로까지 확장되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현되었다. 이번 약정은 사실상의 한미일 3각 군사협력 구축의 첫걸음이며, 그 연결고리는 동북아 미사일방어체계가 분명하지만, 깃대를 들고 전면에 나서 이를 부인하는 것은 정작 한국정부다.

미국의 전략적 목적은 한국과 일본을 동북아 MD 체제에 편입시키는 데 있다. 비용은 줄이고, 무기체계의 효율과 더불어 미국의 영향력을 제고할 최상의 카드임에도 한국 정부는 무슨 근거로 미국은 그럴 의도가 없다고 변호하는가? 한미일 3국의 정보공유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언제든지 미국의 MD망과 연결이 가능하며, 상호운용성 확보가 의미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약정이 한미일 군사협력 네트워크 구축이며, 한국의 미국 MD 참여를 가시화하는 조처라는 정황증거들이 훨씬 강력한데도 한국정부는 부인한다.

늘 그렇듯이 미국의 공세적 행보에 비해 한국의 대미외교는 매우 수동적이다. MD는 말할 것도 없고 무기판매나 원자력협정, 주둔분담금 등에도 발언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미국의 무기수입 1~2위를 다투는 우리가 무기를 사주면서도 오히려 미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대미 지렛대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아무리 긴밀한 우호관계를 가지고 있는 국가라고 해도 외교적 레버리지를 가져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시쳇말로 글로벌 '호갱'노릇을 자임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이며, 외교인가?

일본 아베정부의 우경화와 역사왜곡 행보는, 한미일을 아우르려는 의도가 분명한 미국에게 사용할 수 있는 우리가 가진 몇 안 되는 지렛대이다. 미국의 조바심을 이용해서 일본의 행동개선을 요구할 수 있고, 또 미일관계의 진전이 한국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만드는데 활용할 수 있는 매우 요긴한 수단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사용한 적이 없으며, 그럴 의도조차 보인 적이 없다. 뼛속까지 친미이자 미국의 애완견이라 일컬어지던 이명박 정부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오히려 마치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책임이 한국에 있다는 듯이, 지난 3월 헤이그에서 미국의 압력에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사실상의 대일 빗장을 열어버렸다. 국내 여론의 반발 때문에 여전히 일본에 대해 강경하게 말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기모순의 한국정부

2년 전 밀실에서 추진하다가 좌절된(?) 경험이 박근혜 정부를 강박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정부의 여러 주장들이 정제되지 않고 상호 모순적으로 튀어나온다. 한일이 직접 군사정보를 주고받지 않고 미국을 경유하니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는, 미국이 주도하고 또 매개할 정보라면 현재 한미와 미일사이에 체결되어있는 정보협정으로 충분함에도 왜 구태여 3국간 채널을 구축하려 하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또 이번 약정으로 교환할 정보가 1급 수준도 아니고 2~3급 수준으로 한정할 것이니 정보의 대일본 유출은 걱정 안 해도 주장에서도 모순점은 발견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GSOMIA가 2급 수준을 상정하고 있었던 것과 비교해도 더 낮을 것이라고 하는데, 앞에서 지적했듯이 양해각서의 실제 내용에는 없는 부분일 뿐 아니라,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즉 정보교환의 수준이 그 정도라면 왜 굳이 여론의 반대와 중국과의 마찰 가능성, 그리고 일본에 대한 의심을 모두 무릅쓰고 추진해야 하는지 당위성이 불분명해진다. 그리고 2~3급의 정보교환이라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약정으로 한국의 대북정보력이 5배나 커진다는 주장은 아무리 곱씹어도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일은 미국의 전략적 의도에 의해 진행되고 있고, 일본은 잃을 것이 없는 구도에 표정관리하고 편승하고 있으며, 한국은 어떤 지렛대도 없이 국익에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대중포위망 구축에 떠밀려가고 있다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포장지만 살짝 바꿔 다시 들이민 이번 약정의 본질은 한-미-일 3각 군사협력 네트워크 구축의 위험한 시동을 거는 것이다. 밝아오는 2015년 동북아의 안정이 심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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