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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빠 돼줄게"…약속지킨 '별이 아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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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빠 돼줄게"…약속지킨 '별이 아빠들'

[현장] 삼성전자서비스 故 최종범 씨 딸 별이의 특별한 생일잔치

아이는 어느덧 뛰어다니고, 또래 친구를 보면 꺄르르 웃을 만큼 많이 자랐다. 처음 보는 어른들 앞에서 곧잘 말도 잘하고, 먼저 장난을 걸 만큼 밝았다. 2013년 '별이 빛나는 돌잔치'의 주인공,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수리 기사였던 고(故) 최종범 씨의 딸 최별 양이 어느덧 두 살 생일을 맞았다.

딸을 끔찍하게 사랑했던 '딸 바보' 아빠였다. "친구들한테 놀림받을까봐 걱정된다"며 아내는 반대했지만, '별'이란 이름도 아빠가 직접 지었다. 생전엔 "우리 최스타(star)"라고 딸을 부르곤 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서 일하던 최 씨는 지난해 10월 30일 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른셋 젊은 아빠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다. 전 전태일님처럼 그렇지는 못해도 선택했다.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유서를 남겼다. 그해 7월 노조 설립 이후, 사측의 '일감 뺏기'와 '표적 감사'로 괴로워하던 터였다.

지난해 별이의 돌잔치는 아빠의 장례가 치러지기 전에 열렸다. 엄마는 한사코 돌잔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우리 딸 곧 돌인데 꼭 와 달라"던 생전 최 씨의 말을 기억하는 동료들이 아내 이미희(30) 씨를 설득했다. 많은 사람들이 별이의 '아빠들'이 되어주기 위해 모였다. 딱 한 사람, 별이 아빠만 오지 못했다. 웃음보단 눈물이 흘렀던 돌잔치였다.

▲고 최종범 씨의 딸 별이의 생일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 용산구 '레아'에서 열린 별이의 두 번째 생일잔치.ⓒ정택용

올해 생일은 조금 달랐다. 몰라보게 자란 별이를 보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지난해보다 규모는 조촐했지만, 여전히 '최종범과의 약속'을 기억하는 이들이 별이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12일 한 자리에 모였다. 용산참사 이후 6년 만에 다시 문을 연 맥주집 '레아'의 두 주인 이충연(41)·정영신(42) 씨 부부가 기꺼이 생일잔치 장소를 내줬다.

지난해 이미 별이의 '평생 변호인'이 되어주기로 약속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권영국·류하경 변호사, 지난해 돌잔치 사진을 찍어준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가 모임' 작가들, 그리고 최 씨의 동료들인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아빠들'이 모였다.

"이렇게 예쁘게 잘 커줘서 너무 고맙다"는 '큰 아빠' 위영일 지회장의 말에, 별이 엄마 이미희 씨는 "건강하게 잘 키우겠다"고 답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는 생각지도 못한 생일잔치를 열어줘서 고맙다"고도 했다.

모두가 정신없이 보낸 1년이었다. "아이 키우느라 1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다"던 이 씨는 남편이 떠난 뒤 농성장과 집을 부지런히 오갔다. 지난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돌잔치'에서, "남편이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그랬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씩씩하게 버티겠다"고 말했던 그였다.

조합원들도,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한 해를 보냈다. 최 씨의 죽음 이후 두 명의 수리 기사가 차례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종범·염호석 두 동료를 먼저 보내고 삼성전자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인 끝에 지난 6월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노조 설립 채 1년도 되지 않아 삼성의 '무노조 경영 76년'의 마침표를 찍게 만든 싸움이었다.

하지만 산적한 숙제도 많다. 삼성전자서비스 진주센터는 지난 10월 직원들을 집단 해고하고 아예 폐업을 통보했다. 조합원들은 사측의 '위장 폐업'에 맞서 또 다른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김기수 천안센터 분회장은 "이 자리가 어떻게 보면 슬픈 자리일 수 있지만, 별이 아빠가 저희에게 힘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무리 삼성이 탄압한다고 해도 그 힘으로 앞으로 나갈 것이다. 앞으로 노조에도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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