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들이 '오너 일가'를 태우고 비행해 본 '을의 서러움'을 증언하고 나섰다.
10일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 게시판에는 오너 일가를 태우고 비행해 본 뒤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는 내용의 사연이 올라왔다.
이 조종사는 "오너 일가들이 비행기를 타고 나면 그 비행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며 "이런 말들은 해당 부서에 전달되고, 해당 부서는 대책을 만들어서 보고해야 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이 조종사는 "그래서 오너 일가가 탑승하면 관리자는 기장에게 방송 잘 하라는 등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비행이 끝나면 여기저기서 전화가 와서 '승객 탑승할 때 조종실에서 어떻게 하고 있었느냐?', '방송할 때 혹시 이런 단어를 사용했느냐'(는 질문이 오는 등) 난리가 난다"고 했다.
이 조종사는 "사소한 거 하나 하나 그냥 넘기지 못하는 모습 때문에 승무원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그런 비행이 끝나고 나면 객실 사무장이 탈진으로 쓰러지는 일도 있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며 "오너 일가가 우리 비행기에 탑승하지 말기를 바라는 승무원들의 마음은 한결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지분을 갖고 마치 회사 전체가 자신의 소유물인 것처럼 하는 행위로 인해 오너 일가가 회사의 징계를 받는 건 불가능하다"면서도 "회사가 망하면 망했지 오너의 제왕적인 위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대한항공은 계속 자식에서 자식으로 대를 이어 세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우리가 을로써 바라는 건 자식 중에 성군이 태어나길 바라고, 품성이 좋은 자식이 회사 경영권을 물려받기를 바라는 것뿐"이라고 마무리했다.
오너를 태우고 비행기를 조종할 때 위에서 '햇빛 가리개'를 쓰지 못하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조종사는 9일 노조 게시판에 글을 올려 "아주 예전 제주에서 회장님을 모시고 온 적이 있었다"며 "당시 햇빛 가리개(썬바이저)를 내리고 있었는데, 회장님이 타고 몇 분 후에 팀장님으로부터 '지상에서 특별히 햇빛이 강하지 않으면 햇빛 가리개를 치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직원이 햇빛 때문에 썬바이저 치는 것조차 보기 싫어하는, 직원이 핸드폰 쓰는 것, 커피 마시는 것조차 보기 싫어하는, 기장 방송 목소리가 조금 작다고, 모국어가 아닌 영어 발음이 조금 서투르다고 듣기 싫어하는, 직원들을 자신의 종이나 하인으로 보는 그 가족들의 전형적인 재벌 2, 3세의 마인드가 이번 사건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되물었다.
이 조종사는 또 "조현아 부사장이 조용해져도 다시 복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이번 사건의 정신적 충격으로 병가를 낸 그 사무장님이 다시 팀장으로 비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 답은 누구보다 잘 아는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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