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쌀밥에 김장김치 얹어 '꿀꺽'!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쌀밥에 김장김치 얹어 '꿀꺽'!

[살림이야기] 국화밥에 도라지 김치·백김치 한상 차림

밥은 한국 음식의 처음이자 끝이며 중심이다. 아무리 훌륭한 식재료와 만나도 콩밥·잡채밥·순대국밥·비빔밥 등과 같이 그 끝은 언제나 밥으로 귀결되고, 제아무리 잘 차려진 상을 받아도 그저 밥상일 뿐이다. 맛은 있지만 빼어나지 않고, 향이 있지만, 결코 두드러지지 않는 밥은 상 위에 올라온 맵고 짜고 시고 달고 향기로운 모든 반찬들을 아우르고 순화시키며 조화롭게 하는 힘을 가졌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오랜 시간을 계속해서 먹어도 결코 물리지 않으니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밥 먹자"는 말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밥이 보약이라고들 한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조상들이 따로 보약을 해 먹을 수 없으니 스스로를 위로하며 밥이라도 배부르게 먹고자 하는 마음에서 해 온 말일 거라 여겼다. 하지만 쌀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나 효능을 생각하면 쌀로 지은 밥이야말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귀한 보약임에 틀림없다.

쌀은 봄부터 가을까지 긴 시간을 보내면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평화로운 성질을 지니면서 땅의 온전한 맛인 단맛을 가지게 된다. 그리하여 쌀은 비위를 튼튼히 하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입이 마르는 증상, 구토와 설사, 병후 허약함, 소화불량, 식욕부진, 영아가 젖을 토할 때 등의 다양한 증세에 여러 형태의 밥이나 죽으로 활용되어 왔다. 쌀뜨물조차도 달고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몸의 열을 내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나는 증세에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에는 죽이나 밥을 끓이면 가운데로 걸쭉한 밥물이 흘러 엉기는데, 그것이 쌀의 정미로운 액체가 모인 것으로 이것을 먹으면 정을 만드는 데 제일 좋고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정(精)이란 미(米, 지기)와 청(靑, 정기는 곧 천기)이 만나 만들어진 글자이니 하늘의 기운을 받아 땅으로부터 얻은 쌀이 곧 정(精)을 이루는 물질임을 뜻하는 말일 것이다. 조선시대 농학자 서유구는 <옹희잡지>에서 "한국인의 밥 짓기는 천하에 이름났다"고 적었으며, 중국 청나라 대학자 장영은 "조선 사람들은 밥 짓기를 잘한다. 밥알에 윤기가 있고 부드럽고 향긋하며, 또 솥의 밥이 고루 익어 기름지다"라고 하였는데 안타깝지만 지금은 그 명성을 잃은 지 이미 오래인 듯하다.

우리는 예로부터 한솥밥을 먹으며 공동 운명체임을 다졌고 윤기 흐르는, 막 지은 따끈한 밥 한 그릇에서 얻은 '밥심' 하나로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 오늘에 이르렀고 그 밥심으로 가족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농사를 지었다. 농사의 농(農)자는 별(辰)에 노래(曲)을 더한 것이니, 밥은 별의 노래를 들으며 자란 쌀로 지은 음식이다. 선조들의 낭만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밥은 음식 이상의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누군가와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손 내밀면 닿을 거리에 이미 상대가 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도라지김치

재료

솎음배추 절인 것 1kg, 도라지 200g, 찹쌀풀 2컵(물 400mℓ, 찹쌀가루 2T), 고춧가루 2컵, 멸치액젓 3큰술, 새우젓 3큰술, 쪽파 10뿌리, 대파 1뿌리,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생강 1작은술, 제피가루 1/2큰술


만드는 법
① 솎음배추는 다듬어 10% 농도의 소금물에서 2~3시간 절인 다음 씻어 건진다.
② 도라지는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게 찢는다.
③ 물 2컵에 찹쌀가루 2큰술을 넣고 풀을 쑤어 식힌다.
④ 쪽파는 도라지와 같은 길이로 썰고 대파는 어슷하게 썰어 놓는다.
⑤ 마늘과 생강은 다진다.
⑥ 새우젓의 건더기는 칼로 다진다.
⑦ 식힌 찹쌀풀에 준비한 양념들을 넣고 잘 섞는다.
⑧ 비빔양념에 도라지를 넣고 잘 버무린 다음 절인 배추를 넣고 버무린다.
⑨ 마지막으로 제피가루를 넣고 버무린다.
* 재료와 절인 정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므로 간은 먹어 보면서 조절한다.
산국으로 지은 국화밥, 금반

여러 해 전 안동에 작은 토굴에서 사는 한 스님을 만나러 다녀온 적이 있었다. 차를 타고 멀리서 바라본 그곳은 마치 산기슭에 샛노란 유화물감이라도 풀어 놓은 것 같은 진기한 풍경을 하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금국이라는 국화꽃 무더기들이 벌이는 향연이었다. 스님은 국화차를 한 잔 내주시며 '가을 신선'이라 했다.

한방에서 국화는 쓰고 단 맛이 있으며 약간 찬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혈압과 열을 내리는 효능이 있으며 눈을 밝게 하고 두통에 도움이 되는 식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폐와 간을 이롭게 해 꽃이 피었을 때 따서는 그늘에서 말려 쓰면 좋다. 오랫동안 복용하면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며, 쉬 늙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위장을 평안하게 하고 오장을 도우며 사지를 고르게 한다. 그 밖에도 감기, 두통, 현기증에 유효하다.

지리산에는 요즘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이 한창이다. 알록달록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단풍들 속에는 마치 저도 단풍인 양 노란색을 띤 꽃들이 바람에 한들거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산국이다. 울안에 있는 여러 국화들과는 달리 들판이나 산기슭 여기저기에 무리 지어 노랗게 피어 있는 산국은 흔하지만 천박하지 않고 작지만 당당하여 눈길을 끈다.

곧 입동이 올 것이므로, 산국이 지기 전에 그 향과 색을 즐기고 싶어 몇 송이 땄다. 감초 한 조각과 산국 몇 송이를 넣고 물을 끓이고 밤도 몇 알 깠다. 쓴맛이 살짝 나서 봄·여름에는 쓰지 않던 찹쌀도 날이 서늘해지니 조금 넣는다. 흰 쌀알에 국화의 황금빛이 아주 살짝 어리고 노란 밤알들이 섞여 구미가 당긴다. 꽃밥을 먹고 상을 물리고 다시 국화차를 한 잔 우린다. 차의 맛은 텅 빈 골짜기처럼 고요하다. 수용하지 못할 것이 하나도 없는 시간이라 그 누구와도 말이 필요 없이 하나가 될 수 있겠다.

국화밥

재료
쌀 3컵, 찹쌀 1컵, 밤 20개, 산국 20송이, 감초 1~2조각, 산국 우린 물 5컵

만드는 법
① 쌀을 깨끗이 씻어 30분 정도 불린다.
② 밤은 껍질을 벗기고 사방 1.5cm 크기로 적당히 썬다.
③ 산국은 깨끗이 씻어 놓는다.
④ 감초를 넣고 10분간 끓인 물에 산국을 넣은 후 바로 불을 끄고 여과지에 거른다.
⑤ 솥에 쌀과 잡곡을 담고 4의 물 5컵으로 밥물을 잡아 밥을 한다.
⑥ 센 불로 밥을 하다가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줄여 15분간 더 끓인다.
⑦ 불을 끈 후 뚜껑을 열지 말고 5분간 뜸을 들인다.

계절과 지역 특색이 담긴 김치

처서가 지나면 찬 성질을 가진 푸성귀를 맘껏 먹는 일은 조심해야 한다. 이미 차가워진 외기에 인체가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치로 먹던 오이는 오이장아찌를 담그고 호박이나 가지는 고지가 되기 위해 가을 햇살 아래로 나선다. 가지는 김치로 담가 찬 성질을 한풀 죽여 먹기도 한다. 가지김치는 가을로 들어서면서 마지막으로 한 번쯤 담가 먹는 특별한 김치이다.

입추와 처서에 즈음하여 넉넉히 뿌린 씨앗이 싹트고 자라기 시작하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솎아야 한다. 그래야 남은 싹들이 제대로 기를 펴고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솎아 낸 것들을 버리지 않고 겉절이로 만든다. 본격적인 가을로 들어서면 배추와 무는 키가 쑥쑥 큰다. 몇 차례 솎아 나오는 것들은 김장하기 전에 임시로 먹는 김치가 된다.

솎음배추와 무의 싹은 따로 김치를 담가도 좋지만 같이 섞어 김치를 담그면 더 맛있다. 거기에 더해 가을의 대표 식재료인 도라지를 넣어 담그는 김치는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것이라 내게는 더욱 특별하다. 한 뼘쯤 자란 배추를 솎아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풋내 나지 않게 살살 흔들어 씻은 후 손질한 도라지와 함께 섞어 담그는 김치가 도라지김치이다. 도라지의 아삭한 식감과 어린 배추의 풋풋함이 함께 어우러져 건조한 가을에 어울리고 맛도 좋아 훌륭한 제철김치이다.

그러는 사이 배추는 속이 들어앉고 무는 살이 통통하게 오르면서 땅 위로 하늘을 닮은 모습을 푸르게 드러낸다. 농부는 언제쯤 배추를 뽑고 무를 수확할 것인지 무, 배추와 달력을 번갈아 보면서 고민하면서 그렇게 가을은 깊어간다.

뚝딱 백김치

재료
절인 배추 5포기, 5% 농도의 소금물 10ℓ, 대파 2뿌리, 쪽파 20뿌리, 마늘 10알

만드는 법
① 반으로 쪼갠 김장용 절인 배추를 준비한다.
② 대파와 쪽파는 다듬어 씻어 놓는다.
③ 마늘은 얇게 편으로 썬다.
④ 김치 통에 배추와 대파, 쪽파, 마늘 등을 켜켜이 넣는다.
⑤ 소금물을 붓고 익힌다.
* 김치냉장고에 저장해 두었다가 양념한 김장김치에 물릴 즈음 꺼내 먹으면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얼어붙은 대지에 온기를 더하는 김장김치

무밭에 첫서리가 내린다. 이제 무는 더 이상 밭에 있으면 안 된다. 농부는 무를 뽑아 땅에 묻어 두고 무청은 잘라 엮어 그늘에 걸어둔다. 무밭에 첫서리가 내리는 날 배추도 첫서리를 맞는다. 첫서리에 배추의 푸른 잎이 얼어 마음이 조급해지지만 배추가 아무리 불쌍해 보여도 이때 서둘러 수확하면 안 된다는 것을 농부는 알고 있다. 서리를 서너 번쯤 맞고 배추 스스로 자신의 몸에서 수분을 빼고 체중을 조절한 후에라야 농부는 배추를 수확하고 김장 준비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배추에 너무 많은 수분이 남아 김장을 한 후 물러지므로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겨울은 춥다. 온 세상이 얼어붙는 시기라 동물은 동면에 들어가고 식물은 열매로 뿌리로 생명을 저장한 후 땅 윗부분은 말라죽는다. 계절이 담긴 음식으로만 밥상을 차린다면 더 이상 푸른 채소가 없다. 그래서 이 시기를 대비해 담그는 김장에 모든 것이 담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배추와 무는 물론이고 파, 마늘, 갓, 고추 등과 사과, 배 같은 과일도 함께 들어 있는 김치가 겨울의 밥상을 책임지는 게다.

김장을 할 때 우리 집에서는 늙은 호박을 이용해 김치를 하나 더 담근다. 황해도가 고향인 아버지가 원하셔서 담그기 시작했지만 이제 겨울에 호박김치가 없으면 내가 섭섭하고 아쉬워서 계속 담근다. 호박김치는 생으로 먹는 다른 김치와는 다르게 푹 익힌 다음 들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지져서 먹는다. 어찌 생각하면 호박김치는 처음부터 김치를 이용해 만들어 먹을 음식을 생각하고 담가 두는 식재료로 분류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김장하는 날 마지막으로 담그는 김치 중의 하나는 백김치다. 남쪽 사람들이 말하는 '싱건지'와 비슷하기도 하고 배추 동치미의 형태이기도 한 이 김치는 어느 해 우연히 만들게 되었다. 준비한 배추 속이 모자라 소금에 절인 채 남은 배추를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망설이다가 대충 항아리에 담고 소금물을 부어둔 것이 이듬해 봄 식구들의 입맛에 불을 붙이게 된 까닭이다.

김장하는 날엔 잊지 않고 꼭 챙겨 먹는 음식들이 있다. 생굴을 넣은 속과 함께 돼지고기를 삶아 먹는 보쌈도 맛있고, 배추 고갱이를 흐물흐물하게 될 때까지 끓여 먹는 된장국도 구수하니 달고 맛나다. 절인 배추로 부치는 배추전이나 씻어 놓은 생굴로 후딱 부쳐먹는 굴전도 아주 특별하니 김장하는 날의 풍경 안에 꼭 넣고 싶다. 배추전과 굴전을 부치면서 막걸리 한 잔 들이켜면 김장으로 인한 피로가 싹 가신다.나에게 있어 밥은 언제나 김치를 부르고 김치는 또 언제나 밥을 부른다. 밥과 김치는 닭과 달걀처럼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 영원한 연인이다.

굴전

재료
굴 200g, 통밀가루 2~3큰술, 현미유, 달걀 2개, 쪽파 3대, 소금 약간

만드는 법
① 굴은 3%의 소금물에 흔들어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
② 달걀을 풀어 소금으로 간을 한다.
③ 쪽파는 깨끗하게 씻어 송송 썰어 달걀에 넣고 섞는다.
④ 굴에 통밀가루를 묻힌 뒤 달걀을 입혀 프라이팬에서 노릇하게 부쳐 낸다.

배추전

재료
절인 배추 200g, 현미유, 전옷, 통밀가루 반 컵, 물 반 컵, 들기름 1큰술, 국간장 1작은술

만드는 법
① 전옷 재료를 모두 담고 잘 푼다.
② 절인 배추의 머리를 떼고 한 장씩 뜯어 놓는다.
③ 배추에 전옷을 최대한 얇게 입힌 후 달군 프라이팬에 올려 부친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살림이야기> 바로 가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