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09년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에너지(이하 하베스트) 인수 조건을 사전에 보고 받았다고 시인했다.
인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최 부총리가 하베스트와 함께 부실 자회사인 날(NARL·노스아틀랜틱파이닝)까지 인수해야 하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으로, 지금은 1조 원이 훌쩍 넘는 손실을 기록한 하베스트 자원 외교 건에 대한 책임 추궁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그럼에도 "개인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 장관은 산하 공기업의 절차를 관리·감독하는 것"이라고 해 '책임 회피' 논란마저 자초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날을 포함한 하베스트 인수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섞인 강영원 당시 석유공사 사장의 사전 보고를 받았느냐는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의 질문에 "5~10분 정도 만나 '정유 부분(날) 인수 같이 안 하면 안 판다. 어쩌느냐'는 취지로 묻기에 '정유 해본 적 없어 위험률 높으니 잘 판단해 보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강 전 사장을 만나 이 같은 보고를 받은 날은 "공공기관 워크숍 등으로 바쁜 스케쥴이 있던 토요일 또는 일요일"이라며 제법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그러나 지난달 24일 국정감사에서는 '강 전 사장과 만나 '날' 인수 건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는가'라는 김관영 새정치연합 의원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었다.
이는 강 전 사장이 '최경환 당시 지경부 장관을 만나 '날'까지 포함해 인수한다는 사실을 보고했느냐'는 홍 의원 질문에 "부인하지 않은 건 확실하다"고 답했던 것과 배치 돼 논란이 일었었다.
최경환 "결과적으로 실패한 데 송구스럽게 생각은 한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해외 자원개발 실패 사례인 하베스트 인수 건은 1조 원이 훌쩍 넘는 손실을 만든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수 이후 매년 1000억 원 대 손실을 기록한 날은 1조 원에 매입가에도 최근 900억 원에 매각 결정됐다.
이 외에도 한때는 '자원 외교'로 포장됐다가 현재는 막대한 손실로 기록되고 있는 해외 자원 개발 사례가 속속 드러나자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을 상대로 해외 자원개발 진상을 따지는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정의당은 참여연대·민변 등과 함께 광물자원공사·가스공사·석유공사 전현직 사장 6명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그럼에도 "개인의 잘못을 따질 일은 아니다"라고 변명해 '책임 회피'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는 이날 "자원 개발은 장기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리스크(위험성)가 높은 사업으로 우리뿐 아니라 실패한 사례가 (해외에도) 많다"며 "결과적으로 실패한 사례가 돼 송구스럽게 생각은 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어 당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주도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이어지자 "장관은 산하 공기업의 구체적 사업에 대해 이것을 '하라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는지를 관리·감독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질의하던 홍 의원은 "책임 회피가 아니냐. 1조 5000억 원이 들어간 것 누가 책임지나. 석유공사 사장도 안 했다고 하고 (최경환 전 지경부) 장관도 안 했다고 하는데 이런 것을 국정조사로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이어 "거의 부도가 나 쓰러져 가는 회사(날)를 인수한 것 뒤엔 명백히 검은 거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해외 자원 개발의 총 지휘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고 그 아래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 박 전 지경부 차관과 실무에 앞장선 부총리가 있었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이에 "너무 과도한 추측은 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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