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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사퇴 "세월호法은 가슴 아픈 편지…"

원내대표 취임 148일…특별법 협상 실패와 비대위장 영입 논란 끝에 자진 사퇴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취임 148일 만인 2일 오전 "원내대표직 그 짐을 내려놓으려 한다"는 글을 발표하며 사퇴 입장을 밝혔다. 이 글은 당 소속 의원 전체에게도 문자 메시지로 보내졌다.

박 원내대표는 글에서 "책임이란 단어에 묶여 소신도 체면도 자존심도 다 버리고 걸어온 힘든 시간이었다"며 "다행이라 여기는 것은 유가족분들께는 매우 미흡하지만 작은 매듭이라도 짓고 떠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제 유가족으로부터 들었던 끝까지 함께해 달라는 호소가 가슴 속 깊이 남아있다"며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는 가능한 빨리 출범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피력했다.

"빠르게 사라져 가는 증거를 멈춰 세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이고 "그 증거들을 현명하게 붙잡아야 한다"고도 했다.

사퇴의 원인이 된 세월호특별법 협상 실패에 대해서도 짤막한 입장을 내놨다.

박 원내대표는 2004년 국가보안법 협상과 17대 국회에서의 검경 수사권 조정 협상, 지난해 국정원 개혁법 개정 시도 등을 언급하며 "지난 10년의 경험에서 소리는 요란했지만 정작 목표는 이뤄지지 않는 많은 경우를 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월호특별법만은 정직하게 협상하고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믿었다"며 "안 되는 일을 되는 것처럼 포장해 시간을 지체시키는 것은 진실의 증거들이 사라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냥 바라보는 것이라고 여겼다"고 적었다.

박 원내대표는 당내의 "일부 극단적 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 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며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한 지금 우리당이 겪는 고통은 치유되기 힘들다"는 생각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과의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두 차례나 실패하며 당 안팎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8월 19일 재합의안마저 당에서 추인받지 못하면서 리더십에 큰 위기를 맞은 그는, 외부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논란을 거치면서 급기야 당내 의원 30여 명이 공개적으로 사퇴를 압박하자 탈당을 시사하고 자취를 감추기도 했었다.

박 원내대표는 탈당 파동을 마무리하고 당무에 복귀하며 "원내대표직은 세월호특별법 수습 노력 후 결과와 관계없이 사퇴한다"고 밝혔다.

*사퇴문 전문.

원내대표직 그 짐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책임이란 단어에 묶여 소신도 체면도 자존심도 다 버리고 걸어온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세월호 비극의 한복판인 지난 5월 8일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순간부터 예감했던 일일지도 모릅니다.

다행이라 여기는 것은 유가족분들께는 매우 미흡하지만 작은 매듭이라도 짓고 떠나는 것입니다.

어제 안산에서 만나 뵌 유가족분들로부터 수고하셨다는 말과 함께 들었던 끝까지 함께해달라는 호소가 가슴 속 깊이 남아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 조사위원회는 가능한 빨리 출범해야합니다. 빠르게 사라져가는 증거들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증거들을 현명하게 붙잡아야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을 만들기 위해 벌인 협상을 일단락하며 그간 드리고 싶었던 수많은 얘기들의 아주 작은 조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세월호 특별법만은 정직하게 협상하고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한다고 믿었습니다.

낯선 정치에 뛰어든 뒤 지난 10년의 경험에서 저는 소리는 요란했지만 정작 목표는 이뤄지지 않는 많은 경우를 보았습니다.

2004년 국가 보안법 협상이 그랬고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17대 국회의 검경 수사권 조정 협상이 그랬습니다. 지난해 국정원 개혁법 역시 우리가 개혁특위위원장까지 맡았지만 결국 법 한 줄도 고치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만은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안 되는 일을 되는 것처럼 포장해 시간을 지체시키는 것은 진실의 증거들이 사라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냥 바라보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진상 규명이 가능한 법을 가능한 빨리 제정해야한다는 일념으로 끌고 온 협상 과정에서 제가 받은 비난들 중 상당 부분에 대해 드릴 말씀도 많지만 그저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합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들고 협상이라는 씨름을 벌인 시간이었습니다.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 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한 지금 우리당이 겪고 있는 고통은 치유되기 힘들다는 것을 어렵사리 말씀드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 이름만 법일 뿐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보내는 가슴 아픈 편지 같은...

이런 법을 만드는 일은 이제 더는 없어야겠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폭풍의 언덕에서 힘들어할 때 격려해주신 많은 동료 의원님들 힘내라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박영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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