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9차 유엔총회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통일된 한반도는 핵무기 없는 세계의 출발점이자 인권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며 안정 속에 협력하는 동북아를 구현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이런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리는데 세계가 함께 나서 주시기 바란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은 21세기 들어 핵실험을 감행한 유일한 국가"라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국제평화에 심각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핵 비확산 체제의 근간인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그럴 경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경제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상의 권고사항을 채택했다. 북한과 국제사회는 COI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조만간 유엔이 한국에 설치할 북한 인권사무소가 이러한 노력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또한 "국제사회는 탈북민의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탈북민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엔 해당기구와 관련 국가들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민감한 문제인 북한의 핵과 인권 문제를 국제 무대에서 거론함에 따라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이어 "단절의 상징인 DMZ에 '세계생태평화공원'을 건설하여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한반도의 자연과 사람을 하나로 연결하는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며 "유엔 주도 하에 남북한, 미국, 중국 등 전쟁 당사자들이 참여하여 국제적인 규범과 가치를 존중하며 공원을 만든다면, 그것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한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우회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분쟁지역에서 고난을 겪고 있는 여성과 아동들의 인도주의적 피해를 방지하는데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분명히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고 했다.
한국의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우회적이나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한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지만, 최근의 한일관계 개선을 취한 물밑 움직임이 분주한 상황을 고려해 발언 수위를 대폭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