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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잠수함서 핵미사일 발사 기술 성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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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잠수함서 핵미사일 발사 기술 성공했나?

[정욱식 칼럼] 대북 군사적 대응만이 능사가 아닌 이유

북한이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9월 15일 자 <중앙일보>는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발사관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포착했다"며 "한미 공조로 정밀 분석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미국의 <워싱턴 프리 비컨(Washington Free Beacon)>도 미국 정보기관을 인용해 이와 유사한 보도를 내놓은 바 있다.

만약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개발에 성공했거나 그 문턱에 도달하고 있다면, 그 파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북한으로서는 핵 억제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2차 공격 능력 확보에 다가설 수 있다. 그만큼 북한의 외교적, 군사적 자신감도 배양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을 위해 '킬 체인'과 미사일방어체제(MD) 등으로 이뤄진 한미동맹의 '맞춤형 봉쇄'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바닷속에서 발사되는 SLBM은 탐지·추적이 대단히 어려워 선제공격을 통해 파괴하거나 MD로 요격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보도를 종합해보면, 아직은 '가능성'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언론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나는 북한이 1967년 소련에서 개발된 R-27 SLBM을 도입해 개량형을 만들었을 가능성이다. 또 하나는 북한이 역시 소련에서 3500톤 규모의 골프급 잠수함을 도입했을 가능성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제임스 연감>은 1994년 판에서 북한이 골프급 잠수함을 도입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의 SLBM 개발은 이 두 가지 가정이 성립할 때 비로소 현실화될 수 있다. 북한이 자체 기술로 SLMB 및 이를 탑재할 수 있는 3500톤급 이상의 잠수함을 개발·보유하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동해 잠수함 부대인 제167군부대를 방문, 직접 탑승해 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한 잠수함.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역설계로 SLBM 보유했을 것"

8월 26일 자 <워싱턴 프리 비컨>은 북한이 소련에서 수입한 골프급 잠수함은 '고철 덩어리'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군사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이 3기의 탄도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골프급 잠수함을 지난 20년간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SLMB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 관리들은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7~2009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러시아 관리들은 미국과의 비공개 회담에서 R-27 미사일은 87년 중거리핵탄도미사일 폐기 협정(INF)에 따라 모두 폐기되었기 때문에, 북한에 이 미사일을 판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SLBM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위성 항법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북한은 자체적으로 아직 이러한 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러시아나 중국의 위성을 사용할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이 역시 확인되지 않은 가정에 불과하다. 더구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SLBM에 이용될 위성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셈이기 때문에, 이들 나라가 이러한 무리수를 두고 있을 지도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SLBM 개발설은 아직 '카더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우선 "핵 억제력 강화"를 내세워온 북한으로서도 SLBM이 가장 탐나는 방식일 것이다. 영토가 좁고 한미일의 정보망에 상시 노출되어 있는 처지를 고려할 때, 더더욱 그러하다. 다른 핵보유국들도 SLBM을 가장 효과적인 억제 수단으로 삼아왔다. 또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이 일반적인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되어왔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거듭, 6자회담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예방에 있다. 최근 한반도의 군비경쟁 양상을 보면, 한미동맹이 이른바 '맞춤형 억제'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을 무력화하려고 하면, 북한은 다른 방식을 통해 이를 피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올해 두드러지게 나타난 신형 방사포 및 저고도 미사일 발사 훈련이 여기에 해당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의 SLBM 개발은 그 잠재적 후보이다. 이들은 상대방의 선제공격과 MD에 대응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한미 양국이 협상은 외면하고 군사적 대응에 치중해온 방식이 역효과만 내고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시켜준다.

동시에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의 필요성도 거듭 일깨워준다. 6자가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하면, 북한-중국, 북한-러시아의 SLBM 거래의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 최근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 내에서도 미국이 MD를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과의 협상을 고의로 피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중국과 러시아가 한목소리로 사드(THAAD) 배치를 반대하면서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6자회담 재개를 통해 북핵의 즉각적인 해결은 어렵더라도 동결은 시도할 법하다. 만약 북핵 동결에 성공한다면,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분열 물질 생산이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SLBM이나 신형 방사포에 핵탄두를 장착할 여력이 없어지고 이들 무기를 개발·생산할 전략적 동기도 위축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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