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사흘째에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교황은 16일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 집전 직전 카퍼레이드 도중 수많은 인파 속에 섞여있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 위로했다.
교황은 이날 오전 9시 8분께 서소문 순교성지 방문을 마치고 서울광장에서 덮개없는 흰색 차량에 올라타 광화문 바로 앞에 마련된 제단까지 카퍼레이드를 하면서 때때로 차를 멈춘 뒤 부모와 함께 미사에 참석한 어린이 10여명에게 머리에 입을 맞추거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시민들과 함께 직접적인 소통과 교감을 나누었다.
교황이 탄 차는 제단을 돌아 오전 9시31분께 세월호 유족 400여 명이 모여있던 광화문광장 끝에 멈춰섰다. 교황은 유족들을 향해 손을 모아 짧은 기도를 올린 뒤 차에서 내렸다.
교황이 세월호 유족 중 직접 두 손을 잡고 위로한 사람은 이번 참사로 딸 김유민 양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47)씨였다.
김 씨는 교황의 손등에 입을 맞춘 뒤 "특별법 제정을 도와달라. (저희가 쓴) 편지를 드려도 되겠느냐"고 했고, 교황이 고개를 끄덕이자 노란색 봉투에 담긴 편지를 건넸다. 김씨는 교황의 가슴에 달린 노란 리본 배지가 비뚤어져 있자 바로잡아 주기도 했다.
교황은 노란색 봉투를 받았다. 유족들은 진심이 담긴 교황의 관심에 "감사합니다"를 여려차례 외쳤다. 교황은 다시 차에 올라선 뒤에도 유족들을 바라보며 인사를 하고 카퍼레이드를 이어갔다.
유족들은 '세월호 진상 규명' 등이 적힌 노란색 종이를 들고 교황을 맞았으며, 유족들이 단식농성 장소에 서 있는 천막 지붕에는 노란색으로 'We want the truth'(진상규명)라는 글귀가 나붙었다.
교황은 전날 대전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직전에도 세월호 참사 유족과 생존학생을 면담하고 유족들이 선물한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단 채 미사를 집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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