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논란을 겪고 있는 싼타페 연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싼타페 소유자들에 대한 보상은 물론 현재 싼타페에 부착된 연비 표시도 낮춘다. 현대차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현대차의 이번 자발적 조치의 배경에는 최근 있었던 연비 논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게 된 국토부의 입김이 작용했다.
◇ 현대차, '연비 과장' 싼타페 보상
현대차는 싼타페(DM) 2.0 2WD AT 모델 구입 고객들에 대해 '연비 과다'와 관련,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연비 표시를 기존 14.4㎞/ℓ에서 13.8㎞/ℓ로 변경키로 했다.
현대차는 자동차등록증 제원표 상 이전 연비(14.4㎞/ℓ)로 표기된 차량을 구입한 고객과 자동차등록증 제원표 상 연비 변경일까지 해당 차량을 계약(이후 출고할 경우)한 고객에게 1인당 최대 4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키로 했다.
그동안 연비 문제에 대해 다소 소극적이었던 현대차의 태도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치다. 현대차는 이번 보상으로 560억원 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달까지 싼타페 누적 판매량 약 14만대를 가정한 수치다.
기준은 자동차등록증 제원표에서 변경되는 연비(13.8㎞/ℓ)와 2000cc미만 다목적 차량의 연간 평균 주행거리인 1만4527㎞, 소비자들의 통상적 차량 교체 주기인 5년, 경유가격 등을 감안한 것이다. 여기에 15% 이상의 위로금을 더했다.
현대차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사례를 참고 했다. 현대차는 작년 미국에서 연비소송과 관련해 약 90만명의 차량 소유자들에게 총 4180억원을 지급키로 했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에서 현금으로 평균 353달러(약 37만원)를 일시불로 지급하는 방식을 진행 중이다.
◇ "현대차의 국토부 눈맞추기"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이번 조치에 놀라는 분위기다. 특히 '자발적'으로 소비자 보상에 나섰다는 점은 파격적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이처럼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보상에 나선 것은 드문 일"이라며 "다른 의중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파격 보상 조치의 배경으로 국토부를 꼽고 있다. 지난 6월 있었던 연비 논란에서 국토부는 사실상 승자가 됐다. 당시 정부는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기준 중 국토부의 손을 들어줬다.
국토부의 자동차 업계 장악을 위한 조건이 갖춰진 셈이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향후 자동차 인증과 연비 사후 검증 등 자동차 업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갔다. 기존 산업부의 울타리에 있었던 자동차 업계는 망연자실했다.
업계는 현대차의 이번 조치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게 된 국토부를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가 자동차 업계를 장악하게 된 국토부에게 향후를 대비해 일종의 '보험'을 들은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연비 논란으로 현대차는 앞으로 국토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며 "자칫 잘못할 경우 국토부가 싼타페에 대한 판매중단 조치까지 내릴 수도 있는 만큼 현대차가 자발적으로 보상 조치를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 이미지 실추 우려
현대차가 싼타페 연비 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이미지 때문이다. 지난 6월 싼타페 연비 문제가 불거졌을때 소비자들은 반발했다. 미국에서는 연비 문제로 보상에 나섰음에도 불구, 한국에서는 왜 안하느냐는 취지였다.
현대차는 현재 내수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비록 최근 몇달간은 신형 제네시스와 LF쏘나타의 신차 효과에 힘입어 판매가 증가했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작년부터 현대차를 괴롭혀 왔던 수입차들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7월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21% 증가한 1만8112대를 기록했다. 올해 수입차는 사상 최다 판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입차의 확산은 현대차에게 타격이다. 현대차로 갈 고객이 수입차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수입차의 가격 격차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현대차로서는 과거와 달리, 이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신경을 써야하는 입장이다.
이번 싼타페 연비 관련 보상은 이런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이제는 자동차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진다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면서 "이번 보상은 이런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결정된 일"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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