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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 된 해양플랜트…'블루오션? 알고보니 속 빈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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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 된 해양플랜트…'블루오션? 알고보니 속 빈 강정'

현대重, 해양플랜트 탓에 '어닝 쇼크'..삼성重도 '타격'

'블루오션'인 줄 알았다. 국내 조선업체들에게 해양플랜트는 그야말로 '노다지'였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조선업황이 고꾸라졌을때도 국내 조선업체들은 웃었다. 해양플랜트라는 든든한 '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블루오션인 줄 알았던 해양플랜트가 오히려 국내 조선업체들의 발목을 잡았다. 발주는 지연됐다. 해양플랜트 건조는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블루오션이었던 해양플랜트는 이제 '계륵'이 됐다.

◇ 중국에 내준 '세계 1위'

지난 2008년 리먼사태 이후 글로벌 조선경기는 수직 강하했다. 그 후폭풍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수많은 조선업체들이 파산했다. 그나마 규모를 유지했던 대형 조선업체들만이 근근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조선강국이었다. 적어도 2011년까지는 그랬다. '부잣집이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처럼 조선업황 부진 속에서도 국내 조선업체들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속담처럼 꼭 3년여만에 조선 강국 자리를 중국에게 내줬다.

▲자료:클락슨




중국의 추격은 거셌다. 지난 2012년 정부의 지원을 등어 업은 중국은 마침내 세계 조선 시장을 석권했다. 한국을 제치고 선박 수주량과 건조량, 수주잔량 모두 중국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세계 톱 10 조선업체 중 6개가 한국 업체였던 시절은 이제 옛이야기가 됐다.

한국 업체들도 할말은 있었다. "수주금액은 우리가 더 많다"고 항변했다. 중국처럼 값싼 배를 '박리다매'로 수주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해양플랜트다. 해양플랜트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값도 비싸다. 한국 업체들은 해양플랜트에 주력했다.

하지만 한국 업체들의 항변은 이제 무색해졌다. 국제 해운·조선 시황 분석업체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수주금액은 132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은 145억달러였다. 이젠 수주금액에서도 중국에게 밀리는 형국이 됐다.

◇ 해양플랜트로 갈아타다

한국 업체들은 지난 2011년부터 해양플랜트에 주목했다. 조선 경기 호황기 당시 상선에 주력했던 업체들이 하나 둘씩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 한국 업체들도 상선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재빨리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마침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나오기 시작했다. 수주 가뭄인 상황에서 나온 발주라 더욱 반가웠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살기 위해' 뛰어들었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덕분에 조선경기 침체 속에서도 한국 업체들은 견뎌낼 수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작년 기준 전체 매출에서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했다. 현대중공업도 기존의 상선 위주에서 해양플랜트 부문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대우조선해양도 60% 가량 차지했다.


▲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해양플랜트 부문은 국내 조선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로 여겨졌다. 하지만 전망과 달리 해양플랜트 분야는 셰일가스 개발과 오일메이저들의 발주 지연 등으로 더 이상 블루오션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발주가 없는 상선 부문보다는 가격이 높은 해양플랜트로 전환하는 것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특히 삼성중공업의 경우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시장을 장악해갔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작년 2분기 영업이익률 7.5%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2%대 였던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하지만 해양플랜트의 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셰일가스 개발과 유가 안정화 등으로 해양플랜트 수요가 줄기 시작했다. 발주가 예상됐던 물량들도 예상보다 스케줄이 지연됐다. 해양플랜트로 방향을 전환한 국내 조선업체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 해양플랜트, 발목을 잡다

"해양플랜트만이 유일한 돌파구였다. 이것마저 안되면 버텨낼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그래서 다소 무리한 측면도 있었다".

국내 업체들이 해양플랜트 수주에 열을 올릴 당시 업계 일각에서는 해양플랜트 위주의 포트폴리오는 향후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우려는 작년부터 현실이 됐다. 발주 지연이 가시화되고 수주 받은 물량 제작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해양플랜트 부문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생각지 못했던 '수업료'도 내야했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실적으로 반영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 3625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어닝 쇼크'를 맞았다. 사상 최대 규모인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실적 부진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 회사 모두 해양플랜트 공사에 대해 약 500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았다. 공사손실충당금을 미리 쌓았다는 것은 현재 진행중인 공사가 여의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업체들의 해양플랜트 자체 기술 제작 능력은 약 2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해외에 의존한다. 모두 비용이다. 또 해양플랜트의 특성상 맞춤형으로 제작돼야 한다. 잦은 설계 변경과 이때 수반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수주시 이런 점을 간과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렌트 공사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뛰어든 탓이 크다"며 "물량 확보를 위해 '저가 수주'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선업에서는 균형이 중요하다"면서 "상선과 해양플랜트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 것이 결국 대형 조선업체들의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즈니스워치=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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