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에서 정해진 한국의 쌀 관세화(쌀 시장 전면 개방) 유예 기간이 올해 말로 종료되는 가운데,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가 주최한 공청회에서도 정부는 강경한 '시장 개방 불가피론'을 펼쳤다.
이대로면 '부분 개방 유지를 위한 WTO와의 협상 시도'라는 일부 농민들의 강력한 주장에도, 머지않아 정부의 쌀 관세화 선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청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시장 개방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재차 '의견 수렴'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당초 6월 중에 관세화 여부에 대한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었던 정부에,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한 번 더 필요하다'며 농해수위가 요청함에 따라 열린 공청회다.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을 하자는 시도였지만, 정부는 '관세화 이외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설파하는 데에만 주력했다.
여인홍 농축산식품부 장관은 "2015년 이후에도 유예를 연장하려면 그 대가 제공이 불가피하다"며 "명백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은 사안으로 정부가 협상하는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단정했다.
이에 대해 전국농민회총연맹 박영대 정책위의장은 "(WTO 회원국들과의) 협상 태세도 없는 정부가 너무도 무책임하고 가볍다"며 "정부의 쌀 개방 (이후 농가 생존과 식량자급률 등에 대한) 대책 또한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 그야말로 파일에 복사해서 붙여넣는 식의 대책 발표로, 이미 추진하고 있고 해왔던 일들(이 들어있다)"이라고 말했다.
정부, 9월 말에 WTO에 관세화 계획 통지할 듯
관세화로 가는 구체적 일정에 대한 정부 입장도 변함이 없었다. 관세화 유예 만료 시점으로부터 3개월 전인 오는 9월엔 수정 양허표를 WTO에 제출하고 검증 절차를 거치겠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등에서 제시한 통보 전 국회 비준 동의, 국내법 개정 등의 절차는 정부 계획 속에 없음이 확인됐다.
민변 송기호 변호사(수륜법률사무소)는 이날도 '한국이 9월에 WTO에 양허 수정 절차를 통지할 국제법적 의무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지적을 계속했다.
송 변호사는 "국제법상 양허표 수정을 통지하는 행위는 한국 쪽 '협상안'을 전달하는 행위가 아니라 조건부 조약체결 행위"라며 "WTO 양허표 수정 절차에 따라 통보 3개월 내 다른 나라의 이의가 없으면 바로 '조약 체결' 상태가 되기 때문"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양허표 수정 통과는 조건부 조약 체결이므로, 국내법인 양곡관리법을 우선 개정해야 한다"며 "쌀 전면 개방 문제는 국회 입법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양곡관리법 제12조 제1항에 따르면 'WTO 협정에 따른 시장 접근 물량에 적용되는 양허 세율로 미곡을 수입하려는 자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인홍 차관은 그럼에도 "양허 세율로 쌀을 수입하려는 자는 그 외에 다른 규정에 대해선 제한(받는) 규정이 없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의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관세율에 대해 WTO에서 이의 제기가 없으면 3개월 안에 확정되기 때문에 되도록 그 기간을 지켜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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