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국의 90년대, 따뜻하기만 했을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국의 90년대, 따뜻하기만 했을까?

[언론네트워크] 현장스케치-영화 <논픽션 다이어리> 시사회

90년대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을 스크린 위에 올렸다. 영화 <논픽션 다이어리>(감독 정윤석) 언론 시사회가 8일 오후 4시 30분 CGV 왕십리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정윤석 감독과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고병천 전(前) 서초경찰서 강력반 반장, 김형태 인권변호사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논픽션 다이어리>는 1994년을 시발점으로,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들을 재조명한다. 그 중심에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어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연쇄살인집단 지존파가 있고, 같은 해 벌어진 성수대교 사건, 다음 해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사건 등이 차례로 나열된다. 정윤석 감독은 독립적으로 벌어진 사건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어 과거의 사건을 통해 더 나은 미래로 전진하자고 영화를 통해 제 생각을 전한다.

▲ 영화 <논픽션 다이어리>(감독 정윤석)의 한 장면 ⓒ뉴스컬처=(주)영화사 진진

영화를 만든 정윤석 감독은 1981년으로 현재 만 32살이다. <논픽션 다이어리>의 중심축이 되는 지존파 사건 당시에는 10대 청소년이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90년대 사건들을 한곳으로 모으게 됐을까. 정 감독은 "한국 사회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수대교 사건 당시 내 나이는 14살이었다. 나에게 90년대 이미지는 텔레비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남아있다. 최근 <건축학 개론>, <응답하라> 시리즈 등을 통해 과거 한국 사회를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문화적 복고나 향수로서 풀어내고 있다. 이 외에도 또 다른 이면을 보여주는 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거라 생각해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
영화는 당시 사건을 담당했거나 직접 겪었던 이들의 증언을 모아 완성됐다. 일반인을 섭외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영화 <논픽션 다이어리>는 다양한 인물들을 한데 모아 탄탄한 증언 구성으로 생생함을 더했다.
정윤석 감독은 영화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다. 정 감독은 "고병천 반장님이 지존파 사건과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한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당시 고 반장님이 '지존파 사건은 슬프고 아름답다'고 언급하셨는데, 그 기사를 읽고 '사건의 다른 면을 알고 계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김형태 변호사님은 한 신문사에 5.18 특별법 칼럼을 게재한 것을 읽고 뜻이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김 변호사님은 '법이 임기응변식으로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셨다"고 밝혔다.
20년 전 좋지 않은 과거를 떠올리는 것에 주저했을 법했지만, 고병천 전 서초경찰서 강력반 반장, 김형태 인권변호사는 선뜻 작품에 참여했다. 고 반장은 "세대 차이를 줄이고 가까운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 좋다"고 운을 뗀 뒤 영화에 임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전 서초경찰서 강력반 반장 고병천은 "정윤석 감독님이 학술적인 작품을 만든다고 해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며 "서슴없이 도와드렸다. 출연뿐 아니라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도 적극 제공했다"고 말했다. 인권변호사 김형태 역시 뜻을 함께했다. 그는 "법을 통한 폭력은 훨씬 더 복잡하고 교묘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사회구조가 주는 개인의 억압을 잘 느끼지 못하는데, 이 영화가 그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젊은 세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또한, 김형태 인권변호사는 돈 앞에서 무너지는 현실에 대해 탄식했다. 그는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을 만든다"며 "사람들이 '법은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기에 자꾸 반복되는 일"이라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지존파 사건 역시 겉으로는 어린아이들이 저지른 끔찍한 일이지만, 그 뒤에는 빈부격차가 있다. 파이를 나눌 때 공평해야 하는데, 힘을 가진 사람들이 자꾸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용산참사,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사건 등을 말하며 "실질적으로 힘을 가진 사람들이 지존파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다. 하지만 법을 통한 살인이라는 명목하에 모두 넘어가고 있다. 법의 이름 아래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라며 "돈 앞에서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한편, 영화 <논픽션 다이어리>는 2013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초청돼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인 비프메세나상을 수상했다. 또한, 칸 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함께 3대 영화제라 불리는 2014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아시아 영화상인 넷팩상을 받기도 했다. 영화는 오는 7월 17일 개봉한다.

뉴스컬처=프레시안 교류 기사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