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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 탐식가였던 그 분, 중금속 중독 걸린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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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자연산 탐식가였던 그 분, 중금속 중독 걸린 사연?

[안종주의 건강사회] 건강 비결은 결국 '중용'

건강 먹거리 홍수 시대, 매스컴이 부추겨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날로 드높아지면서 매스컴과 인터넷, 에스엔에스(SNS)에서는 건강 비결에 관한 이야기가 매일 쏟아지고 있다. 효소식품, 오메가3, 해독 주스, 야채즙, 돼지감자, 간헐적 단식, 하루 두 끼 식사, 식초 요법, 각종 베리, 마늘, 발효식품, 프로바이오틱스, 형형색색의 야채와 과일 등을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줄 구원투수로 소개하고 있다.
암에 걸렸거나 난치병 또는 고혈압, 당뇨를 비롯한 대사질환 등 각종 생활습관병에 걸렸던 사람들이 ○○을 즐겨 먹고 몸이 좋아졌다는 증언 프로그램도 자주 등장한다. 이런 것을 근거로 텔레비전 홈쇼핑에서는 요란한 선전과 함께 건강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매출을 쑥쑥 올리고 있다.
이런 방송 프로그램이나 광고·선전을 듣고 있노라면, 건강 상품을 구매해 먹고 마시는 사람들의 대열에 끼지 않으면 왠지 자신의 몸과 건강을 챙기지 않는 사람처럼 보인다. 자녀와 부모님, 아내와 남편에게 이런 건강기능식품을 사주지 않으면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필자도 아내가 어쩌다 이런 상품을 사거나 지인이 주는 것을 받아먹기는 했다. 하지만 몇 차례 비타민C 제품을 약국에서 산 것 외에는 여태껏 이른바 몸에 좋다는 이들 제품을 돈 주고 사본 적이 없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만 있다면 그 많은 건강(기능)식품 회사는 대부분 문을 닫았을 것이다. 그래도 예순 줄이 가까이 되도록 큰 병치레 없이 살아왔고, 최근 5년간 단순 감기 한 번 안 걸렸다. 자기 몸 건강을 과신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만하면 꽤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편이 아닌가 싶다.
요즘 강연이나 글쓰기 때문에 공중파든, 종편이든 가리지 않고 건강 프로그램은 챙겨 보는 편이다. <생로병사의 비밀>과 같은 본격 건강 프로그램이나 식품 관련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그리고 종편 등에서 주로 하는 건강 관련 토크 프로그램도 보곤 한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즐겨 사용하는 포맷 가운데 하나가 어떤 특정 질환으로 고생하던 사람이 ○○을 장기간 먹고 몸이 거뜬해졌다고 증언하면, 그 주인공이 어떤 식생활을 하는지를 비춰주는 것이다.
이런 방송 내용에 무슨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자신과 직접 관련이 없거나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 것임에도 무턱대고 이를 그대로 따라 하거나, 다른 것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면서 유독 증언 내용에만 집착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 그리고 주위에서 보면 앞뒤 잘라버리고 ○○이 ○○에 좋다더라만 남아 '묻지 마' 애호가가 돼버리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 채널A <돈월드> 36회 'TV 속 건강식품의 허와 실' 편. ⓒ채널A 화면 갈무리

건강장수의 비결은 식생활과 삶의 태도에서도 적절함을 잃지 않는 것
하지만 이는 건강에 해를 줄 수도 있는 태도이다. 아니면 건강에 별 도움을 주지도 않으면서 돈만 버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과도한 집착증을 보이거나. 좋다고 소문나면 무조건 따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건강 비결은 다름 아닌 중용의 도를 취하라는 것이다. 중용(中庸)이란 말은 원래 유교의 개념으로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으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음을 뜻한다. 이런 좋은 뜻의 중용을 건강한 식생활, 건강한 삶의 태도에 적용하면 어떨까?
몸에 특정 유전 질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체질적으로 늘 무엇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면, 현재 고혈압, 당뇨와 같은 질환을 앓고 있거나 어린이나 노약자 등 건강에 취약한 연령층이 아니라면 먹거리를 고르고 먹는 자세나 삶의 태도에서 중용을 취할 것을 권하고 싶다.
우리 몸은 각종 유기·무기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인체가 정상적 생리 활동을 하려면 탄소, 수소, 산소, 질소와 같은 성분이 필수적이다. 이밖에도 나트륨, 칼슘, 인, 칼륨, 황과 같은 많은 무기물과 미량원소가 필요하다. 이들은 우리 몸의 피와 살과 뼈를 이루고 호르몬과 효소를 구성하는 성분이 된다. 우리는 이들 원소를 마시는 물과 공기, 음식을 통해 얻는다. 깨끗한 공기와 물, 그리고 영양분이 골고루 든 음식 따위를 제때 잘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먹거리가 넘쳐나는 때에 건강에 문제가 생길 만큼 영양분을 제때 섭취하지 못하는 국민은 드물 것이다. 이보다는 넘쳐나는 음식을 탐닉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비만의 증가와 대사질환의 증가가 그 대표적인 보기들이다.
비만을 비롯한 많은 생활습관병을 살펴보면, 살찌는 음식, 예를 들면 탄수화물이나 기름진 것을 즐겨 먹으면서 운동은 전혀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이것은 새빨간 거짓임)는 비만 체질의 사람이 이런 생활 태도와 식습관을 가지고 있으면 치명적일 수 있다. 한 번 살이 찌면 이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매우 힘들다. 술꾼이라고 흔히 잘못 부르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와 애연가라고 잘못 말하고 있는 흡연 중독자 못지않게 고도 비만자들도 탄수화물 중독에 빠지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어떤 이들은 골다공증을 염려해 우유를 구입할 때면 꼭 칼슘 강화우유를 찾는다. 또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의 두뇌 건강에 좋아지라고 고도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도코사헥사에노산(DHA) 강화우유를 찾는다. 하지만 평소 멸치 등 칼슘이 풍부한 먹거리를 자주 먹고 고등어와 같은 등 푸른 생선을 종종 먹는다면 상대적으로 비싼 '○○ 강화우유'를 찾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천연식품이 곧 건강한 식품은 아니다
칼슘을 비롯해 특정 성분이 너무 많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육류와 술을 즐겨 먹는 사람 일부는 대사에 문제가 생겨 요산이 몸에 쌓이면 극심한 통증이 생기는 통풍에 걸릴 수도 있다. 요로결석이나 콩팥결석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천연, 자연이란 말에 너무 집착하는 것도 좋지 않다. 천연과 자연이란 말에 무해한 것이 함께해야지, 자연산이지만 만약 중금속과 같은 유해물질이 많이 들어있다면 차라리 가공식품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이름을 들먹이면 알 만한, 대한민국 경찰청장을 지낸 분이 몇 년 전 중금속 중독에 걸려 미국으로까지 가서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진 일이 있었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왜 그의 몸속에 엄청난 양의 유해중금속이 들어있었는지가 궁금했다. 그를 잘 아는 지인은 경찰청장이 몸에 좋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값비싼 자연산 추어탕을 찾은 '자연산 탐식가'였는데, 그 미꾸라지가 중금속을 상당량 함유하기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연산도 자연산 나름이다. 맹목적인 자연산 예찬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영천, 안동 등 경북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서 핏속 수은 함량이 높아 연구자들이 깜짝 놀란 일이 몇 년 전 있었다. 환경부가 그 원인을 추적해본 결과 놀랍게도 자연산 상어고기, 즉 돔베기를 이 지역 주민들이 즐겨 먹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특정 식품만 골라 자주 먹는 식습관이 당신의 건강 먹거리 행태가 자칫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방증이다.
상어, 고래, 참치 등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들에는 다이옥신이나 다염화비페닐(PCBs)과 같은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과 수은, 카드뮴과 같은 치명적 중금속이 다량 있을 가능성이 다른 생선에 견줘 높으므로 즐겨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한 달에 한두 번 참치회나 참치찌개를 즐기는 것은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나도 아주 가끔 참치를 즐긴다.
'치맥' 좋아하세요? 너무 자주 즐기지는 마세요
하지만 요즘 '치맥'은 멀리하는 편이다. 맥주에는 치킨이 제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기름에 튀긴 치킨의 느끼함을 없애주고, 요즘 유행하는 '불닭'이 주는 입안의 얼얼함을 없애주는 데는 맥주가 제격이다. 치킨과 맥주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해서 '치맥'이란 줄임말도 생겨났다. '치맥' 마니아를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앞으로 닥칠 삼복더위에 '치맥'을 너무 자주 즐긴다면, 당신의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질 위험성이 있다.
'치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까닭은 그다지 건강식품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기름에 튀긴 음식은 모두 튀긴 순간부터 산패가 시작된다. 그것은 몸에 좋지 않은 물질이 시간이 갈수록 많이 생겨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화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술과 함께 먹으면 고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이어서 살이 찔 수도 있다. 여러모로 좋지 않을 수 있다.
맥주가 주는 상쾌함을 즐기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이 경우 기름에 튀긴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칼로리가 낮고 위장에 덜 부담을 주는 황태와 같은 안주가 좋지 않을까. 물론 닭튀김 몇 조각 먹는다고 몸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치맥' 마니아는 오래가지 않아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 완전 식품은 없다. 엄마의 모유 또한 완전 식품은 아니다. 이는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만 완전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무엇이 몸에 좋다고 그것만 들입다 먹는 태도는 자신의 몸을 망치기로 작정한 태도이다. 자신의 몸을 학대하는 것이요, 실험 대상으로 삼는 행위이다. 특정 성분이나 특정 식품을 눈에 띄게 많이 섭취해야 할 때는 그 성분이 몸에 부족해 문제가 생겼을 때뿐이다. 그밖에는 항상 중용의 도를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무병장수로 가는 지름길이다. 골고루 음식을 먹는 사회가 곧 건강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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