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이 21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통합협상 재개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달 20일 양측의 통합협상이 결렬된 지 한 달 여 만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합'을 강조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내놓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통합론자들이 결집하는 등 '소통합'에 반발하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지만 키를 쥐고 있는 박상천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민주당-중도신당 협상 재개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이날 협상 재개를 선언하면서 "김 전 대통령의 말씀을 아전인수식으로 인용해서 여러가지 논란이 되고 있는데 국민의 뜻은 크게 두 가지"라며 "하나는 빨리 경제를 살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권이 국민 통합의 정치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인 김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양당의 통합 협상과 관련해 "좌우간 내가 바라는 것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을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박 대표는 "지금 민주당과 통합신당은 이러한 국민의 뜻을 수용할 수 있는 중도개혁주의라는 이념 하에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다소 격앙된 태도로 열린우리당의 '소통합 비판'을 반박했다. 박 대표는 "우리당 지도부의 최근 자세는 정치도의에 어긋난 것"이라며 "우리당 지도부는 우리가 선택하고자 하는 대상이 아니라서 (선택) 안한 것뿐인데 그를 두고 막말을 하고 압박하는 것은 군사정권에서나 있을 수 있는 구태 정치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우리가 언제 다른 사람들은 정치하지 말라고 했느냐, 민주당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정치적으로 죽는 것이냐, 왜 살생부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한길 통합신당 대표도 "우리당 지도부는 민주당과의 통합협상에 나섰다가 거부당하자 이제 통합신당과의 협상이 재개되는 데 대해 막말을 하고 있다"며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인 것이냐"고 거들었다.
김 대표는 "만약 12월 대선에서 중도개혁세력이 패배한다면 노무현 정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주저앉은 우리당 지도부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것"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당내, 박상천 소통합 반발 기류 확산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중도신당과의 통합협상에 적극적인 박 대표에 반발하는 기류도 확산되고 있다. 이날 장상 전 민주당 대표는 김효석 원내대표, 추미애 전 의원 등 당내 대통합론자들과 함께 '통합과 창조 포럼'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특히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제27주년 5.18참배를 마치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과거가 아닌 미래로 가는 통합", "정치 세력이 아닌 민심을 모으는 통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는 박상천 대표의 '소통합' 추진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는 "통합의 첫째 원칙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통합이어야 한다"며 "과거에 허물이 있다 하더라도 과거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 있을 경우 함께 할 수 있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문호 개방'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의 일시적 과오를 이유로 배제하기 시작한다면 또 다른 분열로 가게 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한화갑 민주당 전 대표도 박상천 대표의 '특정인사 배제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한 전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상천 대표의 '특정인사 배제론'은 너무 제한적"이라며 "나도 당대당 통합을 반대했었는데 우선 정치부터 키워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를 받아들여 철회했다"고 말했다.
동교동계로 꼽히는 열린우리당 배기선 의원은 다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 전 대통령의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이제 흩어진 세력이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는 뜻으로 말씀하신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민주당이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을 물려받은 정당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지도자의 뜻을 받들고 그 길로 가는 게 도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반박 세력 결집'에 '환영'
한편 열린우리당은 민주당 내에서 '반박 세력'이 결집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통합과 창조 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축사에서 "국민들은 소통합보다 대통합을 지지하는 것 같다. 대통합을 해야 대선과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 이 길로 매진해 꼭 성공하고 싶다"면서 범여권 대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창립식에 박상천 당 대표 등이 참석해 있는 것을 감안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협력 대상이다. 비난, 비판하기 보다는 협력 방안을 찾아 유능하게 한나라당과 경쟁해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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