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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에 조는 아이들이 없어요"

[언론네트워크]혁신학교, 즐거운 상상 ①거꾸로 교실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키워드는 '혁신학교'다. 잠자는 공교육을 깨우고, 학교의 아래로부터 위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기를 꿈꾼다. 모둠을 짓고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공부의 즐거움을 찾아간다. 충청리뷰는 '혁신학교, 즐거운 상상'을 주제로 충북에서의 다양한 교사 커뮤니티와 수업방식, 혁신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올해부터 '거꾸로교실'수업하는 채광희․민채령 교사는 요즘 학교생활이 신이난다. 거꾸로 교실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진 왼쪽부터 채광희․민채령 교사. ⓒ충북인뉴스(육성준)

채광희(진천고 교사․36)는 충북도교육정보원 영상제작 스튜디오안의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학교에서 수업할 내용을 촬영했다. 강의를 마친 후 땀을 흘리면서도 표정이 밝다. "올해 5월부터 거꾸로 교실 수업을 100% 진행하고 있어요. 우선 교사가 수업을 동영상강의로 제작하는 것부터 출발해요. 처음에는 원래 수업시간에 익숙해져 40분정도 분량이 나왔는데 이제는 20분으로 줄여서 하고 있어요. 너무 길면 흥미도가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그는 일반계 고등학교 화학교사다. 화학이라는 학문이 개념 정리가 어려운 데 과연 거꾸로 수업이 가능할까. 거꾸로 수업은 집에서 교사의 동영상 강의를 온라인으로 먼저 공부한다는 게 특징이다. 학교에 와서는 이해가 안 된 부분에 대해 질문하거나 친구들과 토론하는 방식을 취한다. '거꾸로 교실'은 2007년 미국 콜로라도 주의 교사 조나단 버그만과 아론 샘즈가 시도한 수업 방식으로 영어로는 '플립트 클래스룸'(Flipped Classroom)이라고 표현한다.

"조나단 버그만도 화학 교사였어요. (웃음) 올해는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거꾸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아 앞으로 3학년이 되더라도 이어서 해보려고요. 일단 수업시간에 조는 아이들이 없어요. 10년 차 교사인데 거꾸로 교실 때문에 새로운 활력을 느껴요."

수업 동영상은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동영상을 보고 온 아이들은 수업시간에는 관련 실험을 하거나 간단한 OX퀴즈, 빈칸 메우기를 한다. "처음에는 동영상 강의 제작에 부담을 느꼈는데 이제는 본 수업에서 어떻게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고 다양한 재료를 줄까 하는 고민이 더 커요."

책상 배치를 모둠으로 하고, 잘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섞어놓는다. 한 조가 같이 상의하면서 실험하며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채 교사는 "거꾸로 교실은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의 장점을 갖고 있어요. 간혹 동영상을 보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도 받는데 이렇게 되물어요. 본 수업은 집중하지 못하면 그냥 흘려보내는 데 동영상 수업은 다시 되돌리기를 할 수 있다고요"라고 말했다.

아이들 반응도 뜨겁다. 최도윤 학생(진천고 2)은 "이해하지 못했던 개념을 질문을 통해 완전히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아요. 친구들과 수업시간에 상의하는 데 제일 신나요"라고 말했다. 조영은 학생(진천고 2)은 "강의가 기록으로 남으니까 다시 돌려보기를 할 수 있잖아요. 다른 교과들도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집에서 하던 과제, 교실에서 한다

민채령 교사(충북대사대부고․31)는 올해로 6년차다. 세종시가 '거꾸로 교실'을 특화한다는 얘기는 지인을 통해 들었지만 동영상 제작에 부담을 느껴서 꺼리고 있었다. 혼자 전산실에서 작업을 해보니 잡음도 섞이고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교육정보원에 영상스튜디오가 있다는 걸 알고 동영상 제작의 도움을 받게 돼 걱정을 덜었다. "동료교사들에게도 거꾸로 교실을 많이 홍보하는 데 수업을 디자인하고 공개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요. 무엇보다 동영상 제작이 품이 드는 일이라 꺼리지요."

영어수업은 크게 4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수능 때문에 학교에서는 듣기와 읽기(독해)위주로 진행되기 마련. 그는 "영어에서 정말 중요한 건 말하기와 쓰기에요. 그런데 1시간동안 이걸 다 진행하기가 어려워요. 거꾸로 교실을 하면서 교과서에 나와 있는 과제를 집이 아니라 학교에서 협동하면서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SNS관련내용을 가르쳤다. 미리 20분 분량의 수업을 듣고 온 아이들은 본 수업에서는 조별로 나눠 SNS의 폐해를 프리젠테이션 했다. 아이들의 결과물은 조별로 다 달랐다. 조별로 세부주제를 잡은 아이들에게 5분 동안 구글 등 해외사이트를 접속해 정보를 리서치 하게 했다. 이후 리서치한 정보를 토대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발표까지 하면서 다양한 능력을 키우도록 했다. 어떤 아이들은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고, 짧은 연극으로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과제를 내주면 잘하는 아이 한명이나 힘없는 아이가 해왔지만 이제는 협동하면서 수업이 이뤄져요. 같이 과제를 하다보니 모르는 건 그 때 그 때 질문하고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죠."

거꾸로 교실 매뉴얼, 진짜 거꾸로야?

그는 거꾸로 교실로 70% 수업을 진행한다. "거꾸로 수업은 전통식 강의수업의 장점을 살리고 있어요. 그간 많은 수업 방식이 발표됐지만 개인적으론 너무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꾸로 교실은 보자마자 앞으로 교사 인생에서 쭉 가져갈 수 있는 재료라는 생각이 들었죠." 두 교사는 앞으로 가칭 거꾸로 교실 연구회를 통해 수업 방식을 공유할 계획이다.

▲거꾸로 교실은 동영상 제작이 관건이다. 채광희․민채령 교사는 동영상제작의 어려움을 겪다가 충북도교육정보원 영상스튜디오를 알게 돼 문제를 해결했다. 영상스튜디오 전경. ⓒ충북인뉴스(육성준)

거꾸로 교실은 기존 수업 방식을 뒤집어보면 된다. 집에서 교사의 강의를 듣고, 수업시간에는 친구들과 활동하는 것이다. 최근 KBS 파노라마 '21세기 교육혁명, 미래교실을 찾아서(거꾸로 교실의 마법 편)'이 방영되면서 이 교수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방송에서는 부산 동평중은 2학년 국어수업을 거꾸로 교실로 진행한 것을 보여줬는데 교사들의 만족도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성적이 크게 향상됐다. 거꾸로 교실은 탈무드에서 '공부하는 파트너를 가지는 것'을 의미하는 '하루부타'를 구현해낸다.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타인에게 설명하면 사고가 명확해지고 배운 걸 더 잘 기억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 교사들은 동영상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채광희․민채령 교사는 거꾸로 교실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동영상 제작에 어려움을 겪다가 충북교육정보원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집에서 강의를 듣는 것부터 수업의 시작이에요. 전체적으로 공부량이 늘어난다고 볼 수 있죠"라고 말했다. 거꾸로 교실은 수업 계획 및 예습, 교실 개념 및 심화학습, 학습활동 점검 및 정리와 차시 예고 등의 3가지 틀로 수업이 진행된다.

충북인뉴스=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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