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민우회는 12일 백화점 노동자가 인권을 존중받는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액션단'을 발족하고, 서울 영등포 롯데백화점 앞에서 깜짝 퍼포먼스를 벌였다. 롯데백화점 노동자가 매출 압박에 시달려 지난 4월 백화점 7층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민우회는 이날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간다, 바꾼다 액션단(이하 우다다 액션단)'을 발족하고, 영등포 롯데백화점 앞에서 백화점 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드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손팻말에는 '창문 없는 백화점, 호흡기질환으로 힘들어요', '8시 30분까지 퇴근 못하게 하는 백화점의 연장영업 싫어요', '명찰 없으면 0점, 미스터리쇼퍼 말도 안 돼요', '백화점이 원칙대로 대응하면 진상 고객은 줄어듭니다', '편한 신발, 편한 옷 입고 일하고 싶어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에 백화점 관리자들 몇몇이 나와 이들의 사진을 찍어가기도 했다.
"백화점 직원은 고객이 이용하는 화장실, 엘리베이터도 못 써"
퍼포먼스에 참여한 황은영(41) 씨는 "나에게 백화점은 선물할 때 쇼핑하는 곳이었는데, 백화점 직원이 매출 압박에 못 이겨 자살한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파 참여했다"며 "백화점 직원들은 고객이 이용하는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화장실도 못 쓴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황 씨는 "또 일명 '미스터리쇼퍼'가 백화점 직원의 태도와 행동을 감시하고, 서비스라인에서 인사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고 한다"며 "이런 사실들을 일반 고객에게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민우회에 따르면, 백화점 노동자 3명 중 1명은 하지정맥류, 근육질환, 호흡기질환 등을 앓고 있으며, 2명 중 1명은 고객의 폭언을 경험한다. 노동 시간은 일주일에 평균 49.9시간이며, 하루 꼬박 10시간을 서서 일한다.
민우회는 이날 영등포 롯데백화점을 시작으로 오는 7월까지 전국의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백화점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백화점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알리는 설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설문조사 질문지에는 '백화점 노동자가 고객이 이용하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백화점 방침에 따라 노동자는 고객용 화장실을 쓰지 못합니다. 노동자와 고객이 화장실을 함께 이용한다면 불편하신가요?', '백화점 노동자가 의자에 앉아 쉬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등의 질문이 적혀 있다.
"사람들 그만 괴롭히세요" 문자 남기고 백화점 노동자 자살
지난 1월에도 롯데백화점 경기 구리점에서 일하던 파견직 직원이 휴가 직후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다.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그는 사흘간 휴가를 다녀온 뒤 백화점 관리자로부터 "왜 출근하지 않느냐, 그럴 거면 아예 그만두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지난해 7월에도 이랜드그룹의 NC백화점에서 일하던 판매 노동자가 "더 이상 백화점 일 못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성종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백화점 노동자 가운데 직영 직원은 10%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협력업체에서 파견한 간접 고용직이기 때문에 노동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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