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재판장님께, 저는 영주시 문수면 조제리 하늘꽃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입니다.
마을 앞으로 내성천이 흐르며 집안에서도 내성천이 굽이도는 모습이 보입니다. 마을에는 미취학 영유아가 9명, 취학연령 아동만 7명입니다. 이 아이들에겐 마을 앞 내성천이 사시사철 거대한 자연의 놀이터입니다.
봄가을의 강가는 반짝반짝 빛나는 고운 모래가 흐르는 모래 놀이터이고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며 옛 하천의 모습을 간직한 내성천 변의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여름엔 매일 깨벗고('깨벗다'의 전라도 사투리) 강에 들어가는 게 일상이며, 겨울은 노다지 얼음을 깨고 지치는 얼음 놀이터입니다.
귀한 천연기념물 먹황새가 나타났다며, 카메라를 들고 강가를 떠나지 못하는 아이도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공사 이후부터 내성천은 처음의 모습을 크게 잃었고 작년 말부터 뚜렷이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물의 양, 유속은 말할 수 없이 줄어 이젠 하천의 흔적만 남은 상태고 고운 모래강이 패여 자갈밭이 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우리 주민은 하루하루 눈으로 확인합니다. 군데군데 고여 있던 물이 썩어 악취가 나기도 하며, 어린아이들을 마음대로 놀게 하기 어려운 지경입니다.
댐이 건설된다면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 살아갈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름답고 소중한 자연하천의 유산을 빼앗기는 것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삶의 평안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내성천 품에 깃들어 평화롭게 살던 터전을 빼앗기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서, 우리 마을에서, 영주시에서 또한 대한민국에서 아름다운 국토유산 내성천을 빼앗지 말아 주십시오.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지난 4~5년 간 내성천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지율스님과 내성천습지와새들의친구, 지역 주민, 학자, 활동가, 예술가 등 18인이 지난 2월 24일 '내성천영주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소송을 시작해 현재 4차 심리까지 진행했습니다. 이 릴레이 기고문은 4차 공판 때 소송 참가자인들이 재판장에게 쓴 편지글을 조금씩 다듬은 것입니다.
영주댐 공사가 진행되면서 내성천의 모래 유실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로 인해 인근 지하수마저 고갈되고 있습니다. 낙동강 모래의 45% 이상은 내성천에서 유입되며, 낙동강에 1급수를 공급하는 지천은 내성천 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성천은 멸종위기종 14종이 살고 있는 생태의 보고입니다. 만약 내성천에 댐이 완공되면 그 환경적, 경제적, 문화적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해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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