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법 우습게 여기는 이들, 내성천 파괴하고 세월호 침몰시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법 우습게 여기는 이들, 내성천 파괴하고 세월호 침몰시켜"

[내성천을 위하여] 내성천, 그 비밀스러운 선물

저는 한 신문사에서 21년째 기자로 일하는 사람입니다. 크게 내세울 것은 없지만, 제가 몸담고 사는 이 사회의 여러 분야를 '사실'에 입각해 살피고 기록해온 데서 작은 보람을 찾습니다.

일간지에서 절반을 일했고, 주간지와 월간지에서 나머지 절반을 일했습니다. 시간을 두고 깊이 살피고 길게 기록할 수 있는 매체로 단계적으로 옮겨 가면서, 우리 사회가 분야별로 파편화돼 있지 않고 모든 분야가 서로 깊이 연관되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 2011년 내성천 상류에서 자전거 답사 중인 필자. ⓒ지율스님
영주댐이야말로 그 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 거의 모든 분야의 이해와 가치가 이 댐에 얽혀 있습니다. 제가 이 문제에 대해 기자로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사법부의 기율에 의탁해보고자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영주댐은 내성천(경북 봉화~영주~예천)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건설되고 있는 콘크리트댐입니다. 저는 내성천이라는 비경(祕境)의 모래강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지인들과 처음 그곳을 방문했습니다. 댐은 건설 초기 단계였기에, 존재감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내성천을 처음 들었을 때 금빛 모래가 너른 강 유역을 넘칠 듯 가득 채우고 있고, 그 위를 맑디맑은 물이 잔물결을 일으키며 굽이굽이 흘렀습니다. 강 상류의 풍경이라고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물길을 따라 걸으며 온몸으로 시원(始原)을 느꼈습니다. 그 뒤 여러 차례 그 모래강을 찾았지만, 이상하게도 매번 첫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저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이들과는 여러 차례 동행했는데, 그들도 언제나 같은 느낌을 거듭 털어놓았습니다. 우리는 내성천이 너무 많이 알려져 사람들 발길에 다치지 않을까 걱정할 만큼 자연이 준 이 비밀스러운 선물에 탄복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내성천을 비밀스럽게 간직하고자 했던 우리의 '이기적인' 욕심은 곧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영주댐이 물길을 막으면서 강은 하루하루 피폐해졌습니다.

내성천의 물길은 곧 모랫길입니다. 모래는 물을 따라 흘러 내성천 하류뿐 아니라 본류인 낙동강 전역에 내려앉으며 강의 침식을 막아왔습니다. 그 길이 끊긴 것입니다. 내성천은 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모래가 없어서 메말라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널리 알리는 데 십시일반 힘을 보태왔습니다.

▲ 2012년 내성천 하류에서 자전거 답사 중인 필자. ⓒ지율스님


내성천에 품은 저희의 각별한 마음은 자연에 대한 심미적 취향이 아닙니다. 애초 우리가 깃들어 살아온 환경, 그 환경과 우리가 관계를 맺는 자세를 저희는 내성천의 모래와 물, 그리고 그 강을 끼고 사는 주민들의 삶을 통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미래 세대까지 생각할 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사람과 자연과 미래를 대하는 태도가 저희와 상반되는 이들은 실정법에 대해서도 저희와 상반되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저희가 제출한 증거자료에서 현재 댐 공사를 강행하는 이들이 어떻게 편법과 탈법, 불법을 저지르는지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법의 정의를 우습게 여기는 이들이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의관도 우습게 여긴다는 사실은 우리가 왜 법의 기율 안에서 살아야 하는지를 역설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성천을 지키고자 하는 저희의 뜻은 법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감당하기 힘든 비극 또한 사람의 보편적인 정의관과 법에 대한 존중이 없었기에 일어난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비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부디 저희의 이번 소를 사법 정의 실현을 통해 대한민국을 살리는 작은 밑돌을 놓은 것으로 받아들여 주시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지난 4~5년 간 내성천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지율스님과 내성천습지와새들의친구, 지역 주민, 학자, 활동가, 예술가 등 18인이 지난 2월 24일 '내성천영주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소송을 시작해 현재 4차 심리까지 진행했습니다. 이 릴레이 기고문은 4차 공판 때 소송 참가자인들이 재판장에게 쓴 편지글을 조금씩 다듬은 것입니다.

영주댐 공사가 진행되면서 내성천의 모래 유실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로 인해 인근 지하수마저 고갈되고 있습니다. 낙동강 모래의 45% 이상은 내성천에서 유입되며, 낙동강에 1급수를 공급하는 지천은 내성천 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성천은 멸종위기종 14종이 살고 있는 생태의 보고입니다. 만약 내성천에 댐이 완공되면 그 환경적, 경제적, 문화적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해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편집자 주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