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 선거사무실이 빼곡히 들어찼다. 지지자들은 역전 만루 홈런을 터뜨린 만년 꼴찌 야구팀 팬들처럼 들뜬 표정이었다.
이날 오후 출구조사 결과 조희연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선거사무실은 취재진과 지지자들로 꽉 찼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서 있는 사람들도 다수였다. 지지율 격차가 벌어질 때마다 지지자들은 "조희연"을 연호했다.
조 후보는 4일 오후 11시 40분께 환호하는 지지자들과 함께 개표 결과를 잠시 지켜보기도 했다. 이어 5일 오전 0시 40분께 당선이 확실시되자, 당선 소감을 발표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의 과제, 무겁게 받아들인다"
당선 소감에서 조 후보는 "당선의 기쁨보다는 책임감이 앞선다"며 "유권자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주목받지 않던 교육감 선거에서 서울을 포함해 민주·진보 후보가 광범위한 지지를 받은 것은 세월호 이전과 한국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는 "현재 같은 교육 체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고,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라는 요구가 이번 선거에서 표현됐다"며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세월호 이후의 한국 교육의 새로운 변화의 과제를 끌어안고 열심히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임 교육감의 좋은 정책 계승하되, 안전 정책과 개혁은 추진할 것"
조 후보는 "민주·진보 후보가 교육감에 선출돼 불안해하는 부모와 유권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저는 여기서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좋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해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그는 "저를 지지해주신 분들의 뜻뿐만 아니라, 보수 후보에게 표를 준 유권자의 마음과 의사도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육 정책은 아이들의 교육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서울 교육 정책의 안정성을 최대한 중시하면서 앞으로 교육 행정을 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전임 문용린 교육감이 해오던 교육 정책 중에 자율학기제, 진로진학 교육 같은 긍정적인 내용은 적극적으로 계승해서 이어가겠다"면서도 "그러나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한 정책과 개혁은 주저하지 않고 우선순위로 추진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조 후보는 "선거는 갈등과 다툼과 싸움의 장처럼 보이지만, 민의를 확인해서 한 단계 더 높은 화해와 협력을 이뤄가기 위한 진통 과정"이라며 "선거 끝난 뒤에는 새 민의에 기초해 한 단계 더 높은 화해와 협력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교육면에서도 다른 후보들과도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유권자, 가족, 선거원, 자원봉사자에게 감사를 표한 뒤 "선의의 경쟁을 펼친 고승덕, 문용린, 이상면 세 후보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한다. 선거 과정에서 다른 후보에게 드린 상처가 있었다면 널리 헤아려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선 소감이 끝나자 한 자원봉사자는 조 후보에게 꽃다발을 전해주며 "약속한 공약들을 제대로 실천하라.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고 당부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긴 이유는?" 재차 묻자…
당선 소감 발표가 끝나고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긴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조 후보는 "세월호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를 우리 학부모들이 투표로 드러낸 게 아닌가 싶다"며 '앵그리 맘'의 투표 의지에 대해 언급했다.
지지율이 역전된 결정적 계기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는 우선 "윤덕홍 후보와의 경쟁으로 야권 단일 후보에 대한 관심이 늘었고, 윤 후보가 결단을 내려 첫 번째 지지도에 변화가 생겼다"고 운을 뗐다. 이어 조 후보는 "둘째 아들의 편지와 고승덕 후보 딸의 편지가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을 촉발하면서, 제 지지도가 두 번째로 변화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핵심 공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했다. 그는 "서민의 자녀가 다니는 일반고가 2류 학교로 되고, 황폐화되고 있다"며 "일반고에서 정규 교육 과정을 밟아도 원하는 대학, 일류 대학도 갈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또 학교 안전 문제가 시급한 과제"라며 "공립학교 1곳과 사립학교 11곳이 이미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을 가진 것으로 파악한다. D급 위험성 가진 시설도 상당수 있다. 내일부터라도 학교 안전이 우려되는 시설에 대해 긴급 점검하는 것을 긴급 과제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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