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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국회, '뒷북'이라도 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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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국회, '뒷북'이라도 치려나

[한미FTA 뜯어보기 399 : 한미FTA 타결 이후·2] 이제는 국회비준…칼끝대치 불가피

지난 2006년 2월 3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포트먼 당시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미국 워싱턴 의회 의사당에서 협상개시를 선언한 지 423일 만인 2일 새벽, 한미FTA가 결국 타결됐지만 이제는 국회 비준이라는 만만찮은 관문이 남았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정부가 내놓은 각종 비준안이 국회에서 한 번도 부결되지 않은 점, 원내 1・2당인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사실상 정부 측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결국은 비준안이 통과되리란 관측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난 2002년 말 국회에 제출된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이 1년 6개월이 경과한 지난 2004년 초에야 비준됐었던 점에 비춰보면 그보다 훨씬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미FTA 비준안은 그 통과 전망을 녹록히 볼 것이 아니다.

대선 3개월 남기고 국회로 올라갈 FTA 비준안

최근 청와대 관계자들은 비준 전망을 묻는 질문에 "안 될 것으로 보냐?"고 반문하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8개월 여 남은 대선, 1년 여 남은 총선 일정과 맞물려 이 한미FTA 협정의 비준 문제는 최종적인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험난한 과정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미국 의회가 시한 연장까지 종용하며 막바지 협상을 좌지우지 했고 타결 이후에도 협정문을 수정, 보완 지시할 권한을 가진 반면 우리 국회는 통상절차법도 통과시키지 못하며 '허수아비' 역할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강력하게 '뒷북'을 치고 나올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협정문을 사후 보완할 법적 자격이 없고 오직 비준안에 대해 찬반 의사표시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협상 타결 이후 비준안 제출 전까지는 협정문 작성, 양국 정상의 서명을 통한 협정문 체결 작업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점도 변수다.

이 과정이 대개 6월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비준안이 정식으로 국회로 넘어오는 시점은 7월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9월 정기국회 때나 비준안이 국회에 올라가지 않겠나"고 점쳤다.

대선을 3개월 앞둔 9월이면 각 당의 대선주자들이 확정되고 그야말로 '본선'에 돌입하는 때다. 논란이 재점화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구 여권 일부+민노당+농촌당' vs '청와대+조중동+한나라당'

비준안의 통과 여부에 대해선 현재 어느 세력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태다. 한미FTA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도 비준 찬반에 대해선 협상 성적표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열린우리당 홍재형 최고위원 등 일각에선 "우리 측에 불리하지 않고 미국과 윈윈하는 협상내용이 나온다면 비준을 너무 뒤로 미루지 말고 국회에서 빨리 검토해야 한다"고 조속한 마무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대선과 총선을 코앞에 둔 정치권이 민감한 현안 처리에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로 인해 비준안 자체는 차기 정부와 국회의 몫으로 이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올해 대선에서는 비준 찬반에 대한 각 진영의 입장이 핫이슈로 작용할 것이 확실시된다.

세력별로 구분하면 민주노동당과 김근태, 천정배 등 구 여권 주자들이 시민사회단체와 보조를 맞춰 비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참여하고 있는 반(反)한미FTA 모임인 '비상시국회의'가 외형적 구심이다. 김, 천 의원은 이미 '협정 체결 저지→비준 저지'로 이어지는 2단계 투쟁을 예고해 놓은 상태다.

또한 이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온건하지만 한미 FTA에 비판적 견해를 일정부분 견지해 온 정동영 전 의장과 구 여권의 유력 주자인 정운찬 전 총장 등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도 관심사다.

구 여권 내에서 개혁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들은 물론이고 노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는 주자들의 입장에서도 한미 FTA 비준 반대가 가장 손쉬운 차별화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국민중심당도 협상 막바지에 한미 FTA에 대한 비판론를 쏟아낸 만큼 경우에 따라선 비준 반대 입장으로 정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소속 정당을 초월해 한미 FTA로 인해 최대의 피해가 예상되는 농촌에 지역구를 둔 일부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가세하면 비준 반대진영은 줄잡아 80~110명 선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비준 반대까지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농촌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이명박, 박근혜 등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도 협상 성적표가 기대에 현저히 못 미칠 경우 정부책임론을 들고 나올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대선-총선 맞물려 '정치적 대치' 예상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미FTA는 청와대와 조중동 그리고 한나라당의 삼각동맹'이라는 지적이 증명하듯 청와대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 온 보수언론이 '국익론'을 앞세워 압박할 경우 한나라당이나 이른바 '농촌당' 내의 반대 대오는 쉽게 무너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1년이 넘는 협상을 이어온 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의회가 뒤엎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도 반대진영의 결속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한미FTA와 지형이 유사한 이라크 파병 동의안 국회 비준과정과 비교해 봐도 반대표는 민노당 전원, 우리당 소수, 민주당과 한나라당 내 극소수를 합쳐 30여 명 선을 넘어서지 못했다.

물론 한미 FTA 비준 반대 진영에 결집할 의원 숫자가 최소한 그 수준은 넘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의 구조상 '비준 거부'의 현실화를 기대하기란 난망한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한미 FTA 문제와 관련해 가장 적극적 찬성론자인 이명박, 박근혜 진영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쪽이 '털고 가기' 차원에서 연내 비준안 처리를 종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어떤 의미에서는 기회를 맞은 진보진영이나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구 여권 및 중간지대의 개혁진영은 한미FTA 협상 반대운동의 여세를 비준 반대 운동으로 이어가며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구상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정치권으로 넘어온 공이 어디로 튀느냐의 관건은 다시 여론의 몫으로 돌아간다. 한미FTA 성적표가 공개되고, 정치권 내의 청문회, 국정조사 등이 현실화돼 비판 여론이 증가하고 이것이 대선후보 진영을 다시 압박하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협상 단계를 넘어선 한미 FTA는 6월 협정문 체결과 국회 비준 등 추후 일정을 남겨두고 있으나 대선과 총선 등 정치적 변수와 맞물려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가파른 대치를 향해 치닫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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