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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 주권 프로젝트', 실상은 '종자 주권 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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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 주권 프로젝트', 실상은 '종자 주권 내주기'?

[편집국에서]농업주권 궤멸되는 현실과 동떨어져

농림축산식품부와 특허청이 '종자 등 농식품분야 지식재산권의 창출·활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지난 3일 체결했다. 종자산업을 첨단 생명공학과 접목된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골든시드(황금씨앗) 프로젝트'에 힘을 보태겠다는 내용이다. 골든시드 프로젝트는 금값 이상의 가치를 가진 고부가가치 종자를 개발해 2021년까지 세계 10대 종자 강국을 목표로 총 10년간(2012∼21년) 약 5000억 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다.

'골든시드'는 종자가 금처럼 비싼 자원이라는 것을 강조한 표현이다.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금보다 비싼 가격의 종자가 적지 않다. 지난달말 개정한 한국거래소 'KRX 금시장'에서 요즘 순금 1g이 4만7000원 안팎으로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 일부 종자들은 씨앗 1g 가격이 순금의 두 배에 달한다.

정부가 종자산업 육성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골든시드 프로젝트'가 'GM(유전자 조작) 종자를 위한 FTA(자유무역협정)'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역점을 두는 종자 개발이 사실은 GM종자이고, 이를 몇 개 개발해 수출한다는 명분으로 외국에서 개발된 GM종자의 수입 장벽을 허물겠다는 '농업의 신자유주의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최근 국내 카놀라유 제품이 대부분 GMO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GMO 완전 표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종자 개발 프로젝트, 정말 '종자 주권'을 위한 것일까

이미 국내 종자산업은 IMF 사태 때 초토화된 바 있다. 종자 소유권이 대거 외국기업에 팔려나갔다. 국내 지명이 붙은 청양고추도 외국 종자기업에 로열티를 내고 있는 종자가 된 것도 이때문이다. 각종 과일, 장미와 카네이션 같은 화훼 종자 중에는 이렇게 로열티를 내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 국제신품종 보호동맹(UPOV)에 가입한 후 10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2년부터는 모든 식물 품종에 대해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신품종 로열티 기간은 25년이다. 이 기간이 끝나지 않은 신품종에 대해서는 로열티를 내야 한다. 세계 종자시장의 규모는 급증 추세다. 2012년 기준 450억 달러(약 48조 원)인 이 시장은 오는 2020년에는 16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는 몇 년만에 딸기 한 품목으로 일본에 수십억 원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키위도 뉴질랜드에 수십억 원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골든시드 프로젝트'같은 종자 개발 투자가 없다면 향후 10년간 지불해야 할 종자수입액과 로열티는 무려 8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종자산업 육성을 게을리 하면 앞으로 10년간 지불해야 할 로열티만 3000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명분 뒤에 실제로 개발하겠다는 종자가 GM종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골든시드 프로젝트'는 로열티를 아낀다는 명분으로 마치 반도체와 자동차처럼 일부 수출제조품목을 위해 거침없이 관세장벽을 벗어던진 FTA를 추진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골든시드 프로젝트'가 개발하겠다고 공개한 종자들의 비용 대비 효과 분석에 따르면, 사업을 접어야할 게 대부분이라고 한다. 부가가치가 높은 신품종을 개발해서 지적소유권을 인정받으려면 다국적기업들의 견제를 극복해야 한다. 현재 세계 종자시장은 몬산토, 듀폰, 신젠타 등 10대 다국적 기업이 7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이들이 막대한 투자로 종자개발을 선도하고 있어 상업성이 높은 종자 개발을 우리가 먼저 해내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종자산업 규모는 2012년 4억 달러로 세계시장의 1.1%에 불과하다.

화훼 종자는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개발하는 데 50~10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돼 네덜란드 등 유럽 종자업체들과 경쟁이 어렵다. 이에 따라 국내 종자업체들은 부가가치와 시장 규모에서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되고 경쟁이 가능한 채소 종자에 주력하고 있다. 벼나 보리, 콩 등 식량작물은 농촌진흥청이 품종을 개발하고 국립종자원에서 생산·공급하는 등 정부 주도로 육성·공급되고 있어 민간업체가 주도하는 시장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식량작물과 채소품목의 육종기술은 국내 개발 품종 자급률이 2012년 98%와 95%로 매우 높다. 반면에 과수나 화훼류는 23%와 10%에 그치고 있다.

'GMO 공세' 막아낼 수 있을까

국내 종자 시장을 지키는 것조차 쉽지 않다. IMF 사태 당시 국내 종묘업계 1위 흥농종묘와 3위 중앙종묘가 멕시코계 기업 세미니스(미국계 기업 몬산토에 인수됨)에 팔려나갔고, 2위 서울종묘는 노바티스(현재 신젠타), 4위 청원종묘는 사카타로 넘어갔다. 당시 5위였던 농우바이오는 토종 기업으로 남아 몇 년 만에 외국계 기업들을 제치고 국내 시장점유율 선두 업체로 성장했고, 2012년 동부팜한농이 몬산토코리아를 인수하는 등 두 업체가 국내의 양대 종자업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종자업체 수는 2012년 기준 1073개에 달하지만 상위 2개사가 전체 시장의 51%를 점유하는 등 4개 기업이 전체 시장을 주도하는 취약한 구조다. 언제 다국적 종자기업들의 공세에 무너질지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종자 주권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진정성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한쪽에서는 농업 주권, 식량주권이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업의 보호장벽을 제거하려는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타결된 1993년 국내 농민 인구가 600만 명이었으나 지금은 300만 명 이하로 감소했다. 인구 대비 6%에 불과하다.
게다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장벽을 허물며 일부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느라 국내 농축산 시장은 궤멸로 가고 있다. 식량 문제는 국방과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이익과 효율의 영역을 벗어난 문제다. '종자 주권'을 명분으로 한 '골든시드 프로젝트'마저 사실은 '종자 주권'을 포기하는 사업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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