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8일 오후의 개헌관련 특별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과 다른 대선 예비주자들을 향해 '내 임기 안에 개헌이 안 된다면, 차기 대통령 임기 안에 개헌을 하겠다는 구체적 로드맵이라도 내놓으라'는 취지의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야권으로부터 개헌과 관련한 '구체적 약속'이 나올 경우 노 대통령 자신의 개헌 발의를 유보할 수도 있다는 '빅딜'의 취지가 될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이야기만 계속 할 순 없잖냐"
8일 오전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대통령 기자회견 모두 발언의 구체적 내용은 보지 못했다"고 전제하면서도 "오늘 포함될 내용은 (대권 주자들에 대한) 촉구 쯤으로 정리하는 게 맞겠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이) 노 대통령 임기 내 개헌만은 안 된다고 했으니 그렇다면 구체적 대안을 내놓으라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내 개헌만을 촉구하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 나아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몇 주 동안 (개헌에 관한) 논의가 사실상 없다시피 했는데 같은 이야기를 또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시안 발표 이후 (발의까지) 몇 주 여유가 있는데 그 동안 이런저런 내용으로 여론을 수렴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 된다"면서도 "무작정 발의를 유보한다든가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간 노 대통령은 "다음 정권에서 개헌을 하면 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차기 대통령 후보가 자신의 임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걸어야 가능한 것"이라며 "따라서 현실성이 없다"고 강조해 온 바 있다. 노 대통령은 "(대선과 총선을 일치시키는 개헌을 위해) 임기 단축 공약이라도 내걸겠냐"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따라서 이날 회견에 담길 내용도 이 같은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그 동안 "(한나라당의) 대선 주자들이 정해진 것도 아닌데 누구와 논의를 한단 말이냐"던 입장의 청와대가 예비후보군을 정치적 대화의 상대로 지목한 것은 가시적 변화라면 변화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나라당이 당론에 차기 정권 하의 개헌을 포함시키고 대선 주자들이 모두 임기 단축 및 개헌공약에 합의할 경우 개헌안 발의를 유보할 수 있다는 것.
한나라 "조건없이 철회하라"
이같은 노 대통령의 촉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진 않는다. 꿈틀거리는가 했던 임기 내 개헌 찬성 여론이 다시 잠잠해졌고 남북 정상회담 추진설 등 '해빙무드'에 잔뜩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개헌에 관련된 제안까지 덥석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것.
'조건부 발의 유보' 가능성이 전해지자 한나라당은 '구체적인 안은 국민적 공감대에서 만들어가야 하므로 노 대통령은 조건을 달지 말고 발의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노 대통령의 구체적 제안 내용은 오후 기자회견을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야권으로부터 일단 비판적인 반응을 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이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예정대로 발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책임론을 강력하게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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