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의 통합 신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이 '호남 기득권'을 언급하며 정치 혁신을 재강조했다. 6.4 지방선거 공천 등을 놓고 통합 상대방인 민주당을 압박한 것이로 보인다.
안 의원은 4일 오후 전주에서 열린 통합 신당 설명회에서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크게 하나 되지만 호남 정치의 혁신은 이제부터"라며 "오히려 우리가 하나가 되기 때문에, 전북을 비롯한 호남 시민 여러분께 더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은 특히 "혹시 경쟁이 없어져 다시 기득권에 안주할 수 있겠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이 있다면, 저는 동지들과 함께 새 정치의 이름으로 절대 오산이라고 경고하겠다"면서 "신당에서, 전북에서는 기득권에 대한 안주나 나눠먹기가 설 자리 없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울, 부산이나 경기 등 격전지와는 달리 호남에서는 통합 신당의 공천을 받으면 당선이 거의 확실시된다. 그러나 민주당의 기존 경선방식대로 당원 투표에 일정한 가중치를 주게 되면 정식 창당도 하지 않은 새정치연합 측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안 의원이 민주당에 일종의 '성의 표시'를 요구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올 수 있다. 호남 지방 광역단체장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소속 강운태 광주시장, 이용섭(광주), 이낙연, 주승용(이상 전남), 유성엽(전북) 의원, 송하진 전주시장 등은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측에서는 광주에 윤장현 창준위 공동위원장, 전남에 이석형 전 함평군수, 전북에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물망에 올랐었다.
안 의원이 "신당 구성원 모두 기득권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기존에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확보한 권리당원과 조직 기반 등 지지 세를 '기득권'으로 규정한 것일 수 있다.
단 통합 신당 중앙 차원의 전략공천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당사자들의 반발도 상당할 뿐 아니라 여론에 미치는 영향도 부정적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2년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때와 같은 100% 여론조사 경선이나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때와 같은 100% 국민참여 경선 등의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도 있다. 안 의원은 이날 전북 설명회에서 "내부에서부터 더 멋있는 경쟁을 보여드려야 한다"고도 했다.
한편 안 의원은 전날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회에서 한 통합 결정에 대한 배경 설명을 되풀이하고 "예정된 발기인대회를 진행하지 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당초 이날 행사는 새정치연합 전북도당 발기인대회로 추진됐으나, 전격적 통합 결정에 따라 '통합 신당 설명회'로 변경됐다. 안 의원은 "새 정치를 담을 더 큰 그릇을 만들게 됐다"고 통합의 의의를 설명했다.
안 의원은 새누리당에 대해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입을 연 9명 중 7명이 저를 비난했다. 어떤 최고위원은 저에게 '종북세력이 걷고 있던 길을 걷고 있다'고 색깔론의 낡은 칼까지 휘둘렀다"(☞관련기사 보기)라며 "제가, 그리고 여기 계신 새 정치 동지 여러분이 정말로 무서운가 보다. 막말 정치, 약속을 팽개치는 거짓말 정치에 맞서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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