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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위조 증거에 누가 '도둑 서명'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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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간첩 위조 증거에 누가 '도둑 서명' 했나?

선양 공증담당영사, '본인서명 맞나' 묻자 "답할 수 없다"

민주당 '간첩 증거조작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의 중국 선양(瀋陽) 현지 방문조사에서, 선양총영사관의 공증 담당 영사는 중국 정부가 '위조'라고 밝힌 문건에 있는 것이 자신의 공증 서명이 맞냐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진상조사단 단장인 심재권 의원과 조사단 소속 정청래, 홍익표 의원은 26일 오후 국회에서 현지 방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심 의원은 "싼허(三合)변방검사청에서 보낸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 문서가 영사 인증을 거쳐 외교부 본부에 보고됐다고 해서 '인증을 누가 했냐'고 물으니, 조백상 총영사는 '(공증) 담당인 유정희 영사가 서명했다'고 답변했다"며 "그런데 정작 인증을 했다는 유 영사는 그에 대한 답을 회피했다. 바로 옆에서 조 총영사가 그 문건에 서명한 것이 유 영사라고 밝히는데도 '그것이 당신 서명이냐'고 묻는데 '답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심 의원에 따르면, 유 영사는 답변을 거부한 이유로 재외공관공증법 5조를 들었다고 한다. 이 법조항의 내용은 "영사관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촉탁받은 사건의 내용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 다만 촉탁인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내용이다.

심 의원은 "재외공관공증법 5조는, 유 영사가 자기가 서명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며 "(이는) 명백히 무엇을 시사하느냐, 유 영사가 서명하지 않았고 누군가 다른 사람이 유 영사의 이름을 도용해 (서명)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심 의원은 "그 문건(영사관 문서대장)에는 당연히 그 문건(싼허 세관의 '회신')을 누가 부탁했는지, 누가 가지고 왔는지 기재돼 있다"며 "유 영사는 '촉탁인이 누구냐'고 하니 "대답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는 (재외공관공증)법에 따라 촉탁인 동의가 없으면 안 된다니 이해가 가지만, '그게 유 영사 서명이냐'고 물었을때 대답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자기 서명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이 싼허 세관에서 발급했다며 법원에 제출한 '회신' 문서에 첨부된 영사확인서의 서명. 국정원 직원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인철 영사의 요청에 의해 공증담당 유정희 영사가 공증한 것으로 돼 있고, 유 영사의 성을 한자로 쓴 것으로 보이는 '유(柳)'라는 서명이 있다. ⓒ민변


▲'회신' 문서의 중문본(왼쪽) 및 한국어 번역본. ⓒ민변


선양총영사관, 지린성에 요청한 내용이 고작 '팩스 번호'…시간 끌기?

이른바 유우성 사건 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서 검찰이 유 씨가 간첩임을 입증할 증거라며 법원에 제출한 문건은 총 3가지다. 유 영사가 공증한 것으로 돼 있는 싼허 세관의 '회신'과, 유 씨의 출입경기록, 그리고 출입경기록을 발급한 것으로 돼 있는 중국 지린(吉林)성 허룽(和龍)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발급사실 확인서(확인서)'다.

'회신'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유관 정보 기관'이 입수한 문서로, 선양총영사관은 이 문서의 중국어본 내용이 한국어 번역본과 동일하다는 영사공증만을 했고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록'은 검찰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아 외교부로 넘긴 문서다. 유일하게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받은 공식 문서'라고 한 '확인서' 역시 주한 중국대사관은 '위조'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진상조사단은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었다. 심 의원은 영사관 측이 "어떻게 된 것이냐, 사실이냐고 (허룽시가 속한 상급 지방정부인) 지린성 공안청에 지난 19일 문의했고 현재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결과가 오는 대로 사건을 풀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영사관이 지린성 정부에 질의한 내용에 대해 심 의원은 "(허룽시로부터 '확인서'를) 팩스로 받았는데 '이 팩스 번호가 화룽시 공안국 번호가 맞느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확인서'의 내용이 진실한지, '확인서'가 허룽시 당국이 발급한 공식 문서가 맞는지가 아니라 왜 고작 팩스 번호가 맞느냐는 질의만 보냈느냐고 묻자 심 의원은 "영사관은 '기초 단계부터 확인해 가기 위해서'라고 했다"고 전했다.

다소 황당한 질의의 배경에 대해 '시간 끌기 아니겠냐'고 기자가 묻자 심 의원은 "내 말이 바로 그 말"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총영사관의 의도에 대해, 만약 지린성이 '팩스 번호가 맞다'는 답을 해올 경우 이를 '확인서는 내용이 진실한 공식 발급 문서임을 지린성 정부가 인정했다'고 선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냐는 의혹도 나온다.

"작년 6월, 지린성이 '상부에 문의하라'고 했다"…선양총영사관은 왜 거꾸로 '하부'에?

또 홍익표 의원은 "지난해 6월 선양총영사관에서 지린성에 ('기록'에 대한 사실확인을) 요청한 것이 거절당했는데, 거절 이유는 '전례가 없다'는 것이었고, 지린성 정부는 '이것은 한-중 형사·사법공조조약에 따라 중앙 정부에 요청해야 한다'고 거절했다"며 "그러면 법무부가 중국 중앙정부에 공식 요청했어야 하는데, 거꾸로 최말단 지방정부인 허룽시로 가져간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6월 선양총영사관의 사실확인 요청을 지린성 정부가 거절했다는 것은 조 총영사의 국회 증언 등을 통해 알려져 있으나, 지린성 정부가 거절 이유로 '중앙 정부를 통해 공식 요청하라'는 입장을 들었다는 것은 이날 홍 의원의 발언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조 총영사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허룽시와 팩스를 통해 직접 접촉한 이유에 대해 '지린성 정부에 한 공식 요청이 거절당해서 직접 말단 지방정부와 소통했다'는 취지로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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