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증인채택 하면서 국회의원을 빼자고?"

직불금 국조, 김학용 의원 증인채택 문제로 난항

'쌀 소득 보전 직불금 불법수령 사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가 직불금 부당 수령 의혹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김학용 의원에 대한 증인 채택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결국 국조특위 활동 기간을 연장하게 됐다.

국조특위는 10일 증인채택 건 등으로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여야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민주당에게 통보하지 않은 채 회의를 열어 뒤늦게 찾아온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핵심은 쌀 직불금 부당수령자로 의심받고 있는 현역 의원을 증인대에 세우는 문제. 민주당은 부당수령 의혹이 짙은 김학용 의원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공무원과 일반인은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정작 국회의원을 뺀다면 국민들이 납득하겠나"고 말했다.

한나라당 장윤석 간사는 "당초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증인으로 채택하면 김학용 의원 증인 채택 문제는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표결처리에 맡기겠다고 최규성 의원이 제안해왔다. 한나라당이 이를 받아들였지만 최 의원이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여야는 김 의원 외 사실상 증인 참고인 채택에 합의한 90여 명에 대해서도 최종 표결처리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 측 간사인 최규성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김학용 의원 증인 채택 문제로 여야 합의가 불발됐고 이날 더이상 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야는 11일 간사 회의를 갖고 증인 채택 및 향후 일정에 관해 논의하기로 했다.

청문회를 열기로한 날짜는 16~19일.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은 청문회 일주일 전에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최 의원은 "청문회 일정 변경 및 국정조사 기간 연장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정조사 기간 연장을 위해서는 본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김학용 의원 외에도 한나라당 김성회, 임동규 의원 등 현역 의원을 증인으로 세울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 김학용, 김성회 의원은 이미 검찰 수사 중이고 임동규 의원은 사실상 불법 수령은 아니라는 것. 또다른 한나라당 인사인 이자헌 상임고문에 대해서는 사실상 증인 채택에 합의했다.

민주당은 또 청와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비서관, 박병원 경제수석비서관, 정운천 전 농식품부장관, 원세훈 행정안전부장관, 김황식 감사원장 등을 증인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박병원, 박재완 수석 증인 채택은 '정치공세'라며 거부하고 있고 김 감사원장도 감사 은폐 의혹과 무관한 인물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기초단체장, 정부산하 기관장 직불금 부당 수령

국조특위 활동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부가 먼저 고위공직자 부당 수령 실태를 공개했다.

정부는 10일 기초단체장 1명(군수), 정부 산하단체 기관장 1명이 쌀 직불금을 부당 수령했다고 밝혔다. 이를 포함해 3급 이상 공직자 6명과 공기업 임직원 3명 등 총 9명이 부당 수령자로 드러났다. 정부는 자진신고를 한 이들을 자체 조사해 이같은 결과를 냈다.

박철곤 총리실 국무차관은 "조사가 미흡할 수 있는 만큼 9명을 포함한 자진신고 고위공직자 58명에 대해 총리실, 농식품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이 별도로 조사팀을 꾸려 이번 주부터 철저한 재확인 작업을 벌일 것"이라며 "부정 수령자로 최종 판명되면 공무원 징계기준에 의거해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들에게 본인 소명을 요구하기로 했고, 오는 29일 농식품부의 전수조사가 끝나면 행안부 자료와 대조 등 확인 작업을 거쳐 부당 수령자를 최종 확정한 뒤 징계 및 고발과 관련한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날 정부가 발표한 부당 수령 고위 공직자 가운데 1,2급은 없어 정부 조사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왜 꼭 김학용인가?

현재 직불금 문제와 관련해 이름이 거론된 국회의원은 총 7명이다. 이 중 한나라당 김학용, 김성회, 임동규 의원은 본인이 직접 직불금을 받았다. 추가로 밝혀진 한나라당 주성영, 이한성, 이철우, 민주당 최철국 의원은 가족이 직불금을 수령했다.

이 중 김학용 의원은 '상징적'인 인물이다. 민주당이 "반드시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며 문제삼고 있는 김 의원은 현재 받고 있는 불법 수령 의혹과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가장 높다.

먼저 김성회, 임동규 의원과 함께 김학용 의원은 직불금을 본인이 수령했다.

두번째 농지법 위반이다. 농지법 10조는 정당한 사유없이 자경을 하지 않는 경우 해당 농지를 1년 이내 처분하도록 돼 있다. 1996년 이후에 취득한 농지는 모두 직접 경작해야 농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

이 중 김학용, 김성회 의원은 각각 2000년, 2004년에 농지를 취득했다. 두 의원 모두 농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다만 임동규 의원은 현재도 주말 등을 이용해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해명했고 민주당 의원들도 크게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세번째, 김학용 의원의 경우 농지 취득 시점(2000년 3월)으로부터 8년이 지난 상태여서 양도세 전액 감면 대상이 된 것이다. 조세특례제한법 제69조에 따르면 농지 취득 이후 8년간 직접 경작한 농지를 사고 파는 경우 양도세는 100% 감면된다.

즉 직접 농사를 짓지도 않고 직불금을 수령해간 이유가 농지 매매시 양도세 면탈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생긴다. 직불금을 '자경 사실 증명'의 수단으로 사용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같은 일이 사실이라면 현역 의원으로써 '도덕적 해이'의 오명을 벗을 수 없다.

김 의원의 해명 과정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혔지만 <경인일보> 확인 결과 해당 토지는 전혀 관계 없는 주민이 임차해 짓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민주당 최규성 의원 측은 "의사, 변호사 등 일반인들을 잔뜩 불러놓고 정작 양도세 감면 목적 등 의혹이 있는 국회의원만 쏙 뺀다면 그 비난을 어떻게 할 거냐"고 말하기도 했다.

가족이 직불금을 수령한 나머지 네 명의 의원들은 현재까지는 '부당 수령 의혹자'다. 이들은 비료 등 구매 실적이 없지만 모두 "가족이 농사를 실제로 짓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