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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처형'에 날아간 '김정은 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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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장성택 처형'에 날아간 '김정은 방중'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北, 장성택 가택연금 30분 전 中에 통보

작년 11월 ‘김정은 12월 방중’의 정황

작년 11월 14일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에 필자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2월 비행기를 타고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 그러나 '김정은 방중'은 12월에 성사되지 않았다. 필자는 장성택 처형이라는 급박한 변수가 김정은 방중을 무산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11월 18일 장성택을 가택연금하면서 30분 전에 이를 중국에 통보했다고 필자의 취재원은 전했다.

11월 14일 필자가 ‘12월 김정은 방중’ 관련 기고를 한 바로 다음 날 김정은 방중과 관련한 미국발 기사가 국내에 소개됐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가 베이징 정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월 31일 춘절(우리의 설날) 이전에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중국 측에 밝혔다는 내용이었다. <둬웨이>의 소식통은 김정은 방중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11월 말 중국 단둥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 방중과 관련한 소식을 전했다. RFA는 "11월 하순 북한의 1호 열차가 단둥 역에 도착하자마자 중국 기관차로 바꿔달고 곧바로 선양 방향으로 떠났다”면서 “김정은 방중을 위한 사전답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필자의 11월 중순 기고 이후 김정은 방중과 관련한 보도가 미국 매체에서 잇달아 나온 것이다.

필자가 아는 중국의 유력 인사는 시진핑 주석의 작년 10월 말 발언을 주목하라고 언급했다. 시 주석은 당시 ‘주변 외교 업무 좌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주변국과의 외교 강화를 역설했다. 발언 내용은 이렇다. “중화 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변국과 선린 관계를 강화하고 우호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시진핑 주석의 발언에 대해 중국의 유력 인사는 “시 주석이 김정은 당 제1비서의 방중을 허용함으로써 김정은 체제 북한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제1비서의 12월 방중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필자의 또 다른 중국 내 취재원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4년 상반기에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북한은 이에 앞서 김정은 제1비서가 방중해 먼저 시진핑 주석을 만나기를 절실히 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방중을 준비하기 위한 선발대가 지난해 11월 중국을 찾았다고 전했다. '12월 김정은 방중'과 관련한 정황은 우리 정보 당국도 포착했던 것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북, 장성택 가택연금 30분 전에 중국에 통보

만일 '김정은 방중'이 12월로 계획된 것이 사실이라면 왜 성사되지 않은 것일까? '장성택 처형'이라는 급박한 변수 때문이라고 필자의 중국 내 취재원은 전했다. 취재원이 전한 북한의 장성택 숙청과 처형의 진행 과정은 이렇다. 우선 장성택 처형의 이유는 장성택 세력이 북한 사회 전반에 걸쳐 확대되면서 지나치게 '설쳐대는' 것이 북한 파워 엘리트 그룹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다.

▲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재판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는 모습. 노동신문은 이날 재판 및 즉결처분을 전하면서 위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장성택을 제거하기로 결정한 이후 북한은 작년 10월 무렵부터 해외에 파견된 장성택 라인의 무역 일꾼들을 평양으로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이들을 조사해 결정적 증거를 확보한 뒤 11월 18일 장성택을 가택연금했다. 가택연금 30분 전 북한은 중국 정부 측에 이를 사전 통보했다. 그나마 장성택이 대표적인 친중국파 인사인 점을 배려한 조치였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11월 25일 북한은 장성택의 최측근인 노동당 행정부의 리용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을 체포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1월 27일 이들을 처형했다. 이후 장성택은 12월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장에서 체포되는 모습이 공개됐고, 나흘 뒤인 12일 총살됐다.

'장성택 처형'에 날아간 '김정은 방중'

중국 정부는 작년 11월 18일 장성택 가택연금 사실을 통보받고 깜짝 놀랐다. 동시에 그동안 북-중 간에 준비해오던 김정은 방중과 관련한 조율 작업은 전면 중단됐다. 중국의 유력 인사는 장성택 처형 사태에 대해 “북한이 큰 사고를 쳤다. 이런 북한과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중국이 받은 충격과 실망은 엄청나다”면서 “앞으로 당분간 김정은 방중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성택은 처형 이전 두 차례 중국에서의 활동으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11년 6월과 2012년 8월이다. 전자는 나선지구와 황금평-위화도 개발 착공식 참석, 후자는 중국 방문이었다. 필자는 당시 YTN 베이징 특파원으로 장성택의 두 가지 활동을 취재하며 중국이 장성택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2011년 6월 행사는 황금평과 나선지구에서 열렸다. 중국에선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이, 북한에선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각각 대표로 참석했다. 당시 행사 이후 북-중 간의 경제협력이 급속도로 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이듬해인 2012년 8월, 처형 불과 1년여 전 장성택은 중국을 방문했다. 당시 장성택의 방중은 막 출범한 김정은 체제에서 최고위급의 방중이란 점 때문에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장성택은 방중 기간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개별 면담하는 등 중국 지도부와 밀접하게 교류했다. 중국을 방문한 장성택의 모습은 어린 지도자의 후견인, 섭정왕으로 묘사될 정도로 크게 부각됐다. 이 시기는 장성택 인생 최고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때였다. 마치 최후가 멀지 않은 자가 마지막 화려함을 과시하는 것처럼…

장성택 방중 대표단의 첫 공식 일정은 베이징의 국빈관, 댜오위타이에서 진행됐다. 장성택 대표단은 당시 중국 천더밍 상무부장 대표단을 만났다. 회의의 공식 명칭은 '나선 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 공동개발 및 공동관리를 위한 북-중 공동지도위원회 회의'. 나선 지구, 황금평-위화도 공동 개발과 관련한 북-중 간의 3차 회의였다. 2011년 6월 2차 회의에 이은 이 회의는 당초 2012년 5월 열릴 예정이었다. 북한은 당시 회의 참석 대표로 부부장급을 보내려 했다. 하지만 중국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급이 너무 낮다. 북한에서 부부장급이 추진하는 일은 믿지 못하겠다. 2차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장성택을 대표로 보내라”는 것이었다. 북한은 부랴부랴 조치를 취해 장성택이 참여하도록 했다. 그제야 중국은 적극적으로 임하기 시작했다. "장성택이 있어야만 믿고 일할 수 있다."고 할 만큼 장성택에 대한 중국의 신뢰는 높았던 것이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자국을 방문한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때로는 우회적으로 때로는 노골적으로 중국식 개혁 개방을 배울 것을 요구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정도로 불쾌감을 나타내는 등 개혁 개방에 거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장성택은 달랐다. 그는 중국의 개혁 개방이 북한에 얼마나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중국이 북한의 개혁 개방 문제를 편하게 논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었다. 중국은 그런 장성택을 통해 북한 개혁 개방의 싹을 보았다. 그처럼 믿었던 자신들의 사람을 쳐낸 것에 분노한 중국은 곧바로 반응했다. 북한이 공들여 추진하던 김정은 방중 카드를 던져버린 것이다. 한창 무르익던 김정은 방중은 그렇게 무산됐다고 필자는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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