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스와핑' 직전의 이 부부들, 괜찮습니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스와핑' 직전의 이 부부들, 괜찮습니까?

[TV PLAY] 부부문제를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JTBC 드라마 <네 이웃의 아내>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는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하는 남녀 주인공의 행복한 미소로 막을 내린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 후에도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깨가 쏟아지는 신혼생활이 끝나고 아이를 하나 둘씩 낳고 결혼 10년차를 향해 달려가는 부부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이며, 어떤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의리로 산다", "정 때문에 산다", "남편(아내)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말은 정말일까.

JTBC 드라마 <네 이웃의 아내>는 콩깍지가 벗겨질 대로 벗겨진 부부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결혼 17년차 채송하(염정아)-안선규(김유석) 부부는 하루에 손 한 번 잡지 않고 한 달이 되도록 뽀뽀도 한 번 안한다. 잠자리를 안 한지 무려 6개월이 넘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다. 이를 견디지 못한 채송하가 "우리…하루 한 번 뽀뽀라도 하자"라고 달려들지만 막상 남편의 얼굴을 가까이 하니 영 내키지 않는다. 안선규는 "애정은 있니?"라는 동료 의사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애(愛)는 모르겠지만 정(情)은 있지"라고.

민상식(정준호)-홍경주(신은경) 부부는 하루 종일 부부다운 대화를 전혀 나누지 않는다. 아침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라곤 고작 '주말과 평일 중 언제 이사할 것인가', '포장이사와 보통이사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정도다. 홍경주는 남편으로부터 받은 멸시를, 속 깊은 대화가 아니라 밥에 침 뱉기 정도의 복수로 풀고 만다.

▲ JTBC 드라마 <네 이웃의 아내>. ⓒJTBC

한 쪽은 부부인지 동지인지 모를 만큼 사랑 대신 의무감만 존재하고, 다른 한 쪽은 부부인지 비서-상사 관계인지 헷갈릴 정도로 무미건조하다. 오래 산 부부들의 맨 얼굴이란 그런 것이다. 아직까지 배우자의 뻔뻔한 외도, 답 안 나오는 시월드 등 자극적인 설정은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네 이웃의 아내>가 KBS <사랑과 전쟁>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건, '다른 부부들도 그렇게 살겠지'라고 위안하며 꾹꾹 눌러 담았던 부부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안선규는 매일 수술 핑계를 대며 잠자리를 피하고, 광고계에 종사하는 채송하 역시 뜸한 잠자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둘 다 바쁘니까 욕구가 안 생긴다'는 전제하에서였다. 우연히 남편의 자위를 목격하게 된 채송하는 적잖게 충격을 받는다. 그래서 다음 날 남편의 퇴근 시간에 맞춰 안방에 촛불을 켜고 섹시한 옷을 입는 등 부부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안선규는 아내가 샤워하는 사이 소주를 마시고 허리에 파스를 붙이면서까지 잠자리를 끝내 피한다.

채송하가 울먹이며 묻는다. "우리 왜 이러고 사니? 뭐 때문에 사니?" 안선규가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다들 그렇게 살아." 다시 채송하가 입을 뗀다. "난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고. 부부의 감정이 폭발한 이 장면은 오래 산 부부들의 묵은 문제들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각각 안방과 서재에서 '야동'을 보는 채송하(염정아)와 안선규(김유석)의 모습을 교차 편집한 오프닝은, 자극적이라기보다는 서글픈 풍경에 가깝다.

더 이상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두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한 <네 이웃의 아내>는 2회에 이르러 주인공들이 이웃의 배우자에게 호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클라이언트와 대행사의 관계로 만난 민상식과 채송하는 상사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사회생활을 공통분모로 급격히 가까워진다. 남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들은 적 없는 홍경주는 아파트 입구에서 무거운 짐을 들어주겠다는 안선규의 배려에, 커리어우먼 아내를 둔 탓에 늘 저녁을 시켜먹던 안선규는 홍경주가 건네준 진수성찬에 감동을 받는다.

두 부부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이 됐다. 이사와 동시에 서로의 배우자에게 묘한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네 이웃의 아내>가 가감 없이 부부문제를 다루는 드라마로 거듭날 수 있을지, 단지 '스와핑'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기댄 드라마에서 멈출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