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이 지난 지금 참여정부가 한 일을 돌아보면서 저는 제 나름대로 자신을 다시 확인했다. 할 만큼은 했다,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31일 국무위원, 청와대 비서진, 15개 국정과제 위원회 위원단, 대한상의와 여연 등 민간단체 회장 등 480여 명 앞에서 '참여정부 4년 회고 및 향후 국정운영방향'를 주제로 한 시간 동안 강연한 내용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역사적 과제, 일반 국정과제 다 잘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참여정부 4주년 기념 국정과제위원회 합동심포지엄'에 참석해 한 시간 동안 특강을 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특강 내용은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각종 간담회, 기자회견, 연설에서 나온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중들의 대부분이 국정과제 위원회 위원들이란 것을 감안한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좋지 않은 뜻으로 얘기를 하는 거 같은데, 저는 참여정부 위원회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격려하며 말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졌던 과제를 '역사적 과제'와 '일반 국정과제'로 분류했다.
노 대통령은 "저는 민주주의의 2단계 과제이자 87년 체제의 역사적 과제를 국민에게 공약했다"며 "저는 대통령이 된 후에 (역사적 과제인 각종 민주주의 공약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노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3단계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제 이미지가 화합형이 아닌 것으로 보였던 것 같고 객관적 정치상황도 불신과 대결의 문화가 불식되지 않고 있어 (3단계 과제를)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크게 타박만 당했던 기억이 있는데 선진 국가의 대부분이 연정을 하고 있으므로 연정을 야합으로, 뒷거래로 이해되는 사회문화가 바뀌어야 우리 사회도 성숙한 민주주의를 할 수 있다"고 대연정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일반 국정과제에 있어서 저는 할 일을 책임 있게 했다고 자부한다"며 "객관적 경제 지표를 어디에 내놔서 크게 꿀리지 않는 경제성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노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 공공기관 지방 이전, 용산기지 이전, 국방 개혁 등을 치적으로 꼽았다.
"굉장히 어려울 거라는 각오하고 FTA 결심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도 한미FTA 협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를 하지 않아도 아마 책망할 사람은 없을 것 같았는데 이걸 하기로 결심했다. 굉장히 어려울 거라는 것을 각오하고 결심했다"고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만일에 일본이나 중국이 미국과 FTA를 먼저 체결한다는 상황이 됐을 때 우리 국민들의 당황스러움이나 상실감 같은 것이 상당히 클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을 해서 이 문제는 결단은 내렸다"면서도 "아마 앞으로도 고생을 좀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현실을 의식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뒤로 미룰 일이 아니다. 지금은 속도의 경쟁이다"면서 "모든 일에서 우리가 속도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 FTA를 해야 한다"고 덧붙여 체결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연두연설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진보세력이 개방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도 좀 깊이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며 "더 이상 개방의 문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고 '진보=반FTA=반개방'의 인식을 내비쳤다.
"노동유연화 필요하지만 복지는 증대"
이날 노 대통령은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을 위해서는 관치경제를 해소하고 민영화, 규제완화, 노동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며 친 시장적 방안을 강조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어떤 분들은 자꾸 '법으로 고용을 보장하라'고 하고 '나는 평가받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제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항상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노동계와 교원평가제를 거부하는 전교조 등을 겨냥했다.
지난 연두연설에서 "향후 대선의 쟁점은 단순한 '경제'가 아니라 '사회복지, 사회적 투자'에 대한 역사적 전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던 노 대통령은 이날도 유독 사회복지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그간 현 정부의 약점으로 자인했던 양극화 문제의 구체적 수치까지 거론하며 사회복지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재정이 분배에 기여하는 정도를 찬찬히 볼 필요가 있다"며 "정부 재정으로 소득격차를 시정하는 효과가 스웨덴은 40%에 달하는데 우리 한국은 6.6%밖에 못 갔다"고 강조했다. 듣기에 따라서 증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 진보적 진영에 있는 분들이 대단히 불만이 많긴 하지만, 우리가 복지 예산 같은 것을 대단히 빠른 속도로 늘려가고 있다고 말씀을 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긴 설명은 '노동 유연화 등 친시장적 정책 강화와 복지 증대'로 요약될 수 있는 것이었다.
"'민주세력 무능하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이론"
비록 한미FTA 문제 등에 대해선 진보진영을 타박했지만 사회복지 등을 강조하며 자신을 진보적 위치에 자리매김한 노 대통령은 보수 진영을 매섭게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근래 와서 '민주세력이 무능하다' 이런 논의들이 있는데 어떤 사람들이 그 말을 하는가, 이른바 수구진영, 수구세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한다"며 "그런데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과연 그런가?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이론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의 군사정권과 비교해서 무능하다는 뜻인지, 다른 나라 민주세력에 비해 한국의 민주 세력이 무능하다는 말씀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87년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속도는 전 세계 사람들이 경의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런데도 민주세력이 스스로 무능하다고 느끼는 것은 87년, 88년에 개혁의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그 반대 현상으로 수구 집단에게 힘을 실어준 탓'이라는 요지로 풀이했다.
노 대통령은 "여기에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은 정부보다 더 막강한 수구언론"이라며 "일부 언론, 신문시장의 80%를 이상을 차지하면서 언론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노련한 프로들이 있지 않냐?"고 보수언론을 공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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