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27일 전자산업에 종사했다가 폐암 등 희귀병에 걸린 노동자 3명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에 추가 산재 신청을 했다.
2008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에 대한 집단 백혈병 산재 신청을 시작한 이후로, 반올림이 집단 산재 신청을 한 것은 이번이 6번째다. 명수로는 총 42명이다.
추가 산재 신청자를 질병별로 분류하면 폐암 2명, 백혈병 및 비호지킨 림프종(백혈병과 같은 혈액계 질환) 1명이다. 사업장별로 분류하면 삼성전기 1명, 삼성전자 1명, 삼성전자 및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에서 일한 하청 노동자 1명이다.
ㄱ(남·27) 씨는 삼성전기 부산 사업장에서 2005년 2007년까지 1년 6개월간 근무하며 PCB(전자기기에 쓰이는 인쇄회로기판)를 제조하고 라우터 공정 패널을 절단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2012년 1월 비호지킨 림프종과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동시에 진단받아 투병 중이다. 반올림은 ㄱ 씨가 납, 에폭시 수지 등으로 인해 발암 물질인 벤젠과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고(故) ㄴ(남·48) 씨는 1984년부터 1997년까지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천·기흥 공장에서 일했고, 이듬해인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삼성전자 LCD 천안 공장에서 총 17년간 일했다. ㄴ 씨는 반도체와 LCD 공장 모두에서 식각 공정 설비엔지니어로 일하며 유지 보수 업무를 담당했고, 2008년 12월 폐암을 진단받고 2011년 2월 숨졌다. ㄴ 씨는 발암 물질인 비소, 포름알데히드, 방사선, 크롬, 니켈 등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고(故) ㄷ(남·40) 씨는 '캐논 세미콘덕터 엔지니어링 코리아'라는 회사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다. ㄷ 씨는 2000년 12월부터 2005년 4월까지 4년 5개월간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 공장에서 일했고, 이후 2005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7년 동안은 LG디스플레이 LCD 파주 공장에서 일했다. 고인은 삼성 공장과 LG 공장 모두에서 노광 장비 설비 유지 보수 업무를 맡았으며, 역시 발암 물질인 비소, 포름알데히드, 방사선, 크롬, 니켈 등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반올림은 "2003년 미국 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다른 제조업보다 전자산업에서 직업성 질환 발병률이 월등히 높다"며 "전자산업 노동자들이 유해 화학물질과 방사선 등에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자산업 직업병과 관련, 지금까지 근로복지공단이나 법원에서 산재를 승인받은 질병은 백혈병, 유방암, 재생 불량성 빈혈뿐이다. 폐암이나 뇌종양, 루게릭 등 다른 희귀병은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산재가 불승인 돼 왔다.
반올림은 "2012년 10월 산재 신청을 한 고(故) 이경희 씨 또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설비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폐암으로 숨졌다"며 "반도체와 LCD 생산 라인에서 폐암을 유발하는 요인에 대해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가 2012년 한 차례 반도체 공장을 상대로 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뿐, LCD 공장의 유해 요인에 대한 역학조사는 이뤄진 적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반올림은 "LCD 생산 라인은 반도체 생산 라인보다 노동자들에게 더 유해하다고 알려졌다"며 "산재 신청에 따른 제한적인 조사가 아니라, LCD 작업 환경에 대한 직업병 예방 차원의 유해 요인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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