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덮힌 신두리 해안에 한 남자가 서 있다. 발 아래 검은 바다를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2007년 12월 7일 오전 7시 15분 태안 앞바다에서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Hebei Spirit)와 삼성중공업의 해상 크레인 '삼성 1호'가 충돌했다. 크레인을 끌던 예인선이 기상악화 예보를 간과한데다 해양청의 충돌위험 무선 경고까지 무시하다 빚어진 인재였다. 허베이스피리트호 역시 조종불능상태로 정박 중이었다.
이 사고로 1만 2547킬로리터의 원유가 서해안으로 유출됐다. 이전 10년간 발생한 4000여건의 기름유출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사상 최대 규모였다. 정부는 사고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피해는 계산하기 어려울만큼 막대했다. 해양생태계 복원을 위해 최소 10년, 길게는 20~30년이 걸린다는 진단이 나왔다. 120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기름 제거를 위해 구름떼 같이 태안으로 몰려드는 유래없는 일도 일어났다.
한편, 사고를 낸 삼성중공업의 공식 사과는 47일만에 이뤄졌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대책위가 꾸려진 것도 반년이 지나서였다. 삼성중공업은 이후 1000억원의 출연을 약속했지만 수조원의 피해 앞에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생색만 낸다는 태안 주민들의 분노만 샀다.
3년이 지났지만 그 바닷가의 삶은 여전히 막막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주민들의 배상 문제. 충청남도의 집계에 따르면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에 청구한 피해배상액은 1조 2169억원. 이 중 11월 말까지 284억 9500만원만이 사정이 끝났을 뿐이다. 이마저도 절반 정도만 실제로 지급된 상태다. 보상액 기준으로는 3%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 정부가 선지급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게다가 방제작업에 참여한 주민에게서 암 등의 중질환이 발생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의 불안감까지 높다. 하지만 이를 위한 의료지원금 14억원도 올해 예산에서 배제됐다.
고유의 느린 행정과 언제나 복잡한 당국의 속사정, 늘 빠듯한 예산을 아무리 감안하더라도 그 시간이 3년이라면 핑계의 유효기간도 끝나야 하지 않을까? 그 3년 동안 4명의 피해 주민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바닷가에 서 있던 남자 아직 그대로 서 있다. 지금 그는 3년전과 얼마나 다른 걱정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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