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3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172석을 가진 절대 과반수 정당으로서 우리끼리 (예산안 등을) 국회법에 따라 처리하려고 해도 강행처리라고 한다"며 "이는 국회의 오랜 잘못된 관행"이라며 '단독처리' 방침을 시사했다.
"민주당과 기초적 신뢰가 안 쌓인다"
예산안 처리 법정 기일을 하루 넘긴 이날 발언은 민주당의 협조를 압박하는 동시에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단독처리의 길을 열어놓겠다는 것. 홍 원내대표는 전날 '대통령 기록물 제출안' 등의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의 일부 이탈표를 두고도 "신뢰가 안 쌓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국조특위 차원에서 만장일치로 합의한 안건임에도 야당 대표는 불참하고 야당 원내대표는 기권하고, 원내수석부대표는 반대를 했는데 이러니 민주당과 기초적인 신뢰가 안 쌓이는 것"이라며 "앞으로 여야 타협으로 안건을 처리하겠지만 민주당이 기초적인 신뢰도 쌓지 못하는 어제 같은 행동을 보여서는 안된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전날 표결에서 여야 통털어 반대표는 9표 밖에 나오지 않았다.
홍 원대대표의 전임자인 안상수 의원도 지원사격을 가했다. 안 의원은 "지금처럼 여야 합의가 안 된다고 법안 처리를 못하면 172석 다수당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한나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준 국민 뜻에 반하는 것이고 주권자 뜻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민주주의 원칙에 맞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대선 때는 (BBK) 특검 법안을 제출한지 20일도 안되어 직권상정해 통과 시켰다. 그때도 (대통합민주신당이) 내세운 원리는 다수결이었는데 지금 와서는 다른 얘기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의원은 "소수자 의견은 존중돼야 하고 소수당과 안건을 협의해서 합의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합의가 성립 안 될 때는 다수결에 의해 처리하는 게 의회주의고 성숙된 민주주의"라며 "(민주당과) 많은 협의를 해왔고 존중해왔지만 그렇게만 해서는 국회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고 그게 의회주의의 기본 정신"이라고 말했다.
박희태 대표도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지금 민주당이 보이는 비접촉, 비대화라는 이런 민주 대화에 어긋나는 정치는 지양해야 한다"며 "경제가 어려울 때 이런 식으로 비대화, 비접촉으로 갈라져서야 어떤 국민들이 좋아하고 정치권을 믿겠느냐. 가슴아프다. 평상심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나라 "예산 의총" 열고 "거당적 예산 조기 통과 결의 할 것"
홍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강한 불만이 제기되면서 오는 9일로 처리 시점을 정한 예산안의 '의법 처리'여부가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오는 5일 '예산 의원총회'를 열 예정이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도 예산안 처리가 지지부진한 데 대한 불만들이 쏟아졌다고 차명진 대변인이 전했다. 그는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나라 경제를 국회가 좀먹고 있다는 문제를 여러 의원들이 이야기했고, 따라서 근거 없는 야당의 발목잡기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하고 예산안의 조속한 통과의 필요성이 제기 됐다"고 전했다.
차 대변인은 "금요일 열리는 예산 의원총회를 통해 당 지도부는 국민들에게 (예산 통과의 시급성을) 호소할 것이고 거당적인 예산 조기 통과 결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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