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소득수준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1, 2금융권 모두에 확대 적용할 방침을 정함에 따라 대부업체로의 대출수요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의 사각지대인 대부업체로 몰리는 대출수요
대부업체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법규상 금융감독원의 감독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최근 금융감독 당국이 은행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대출수요자들이 대부업체들로 몰려드는 양상이 이미 빚어져 왔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3일 DTI 규제를 은행 외에 보험회사 등 제2금융권으로까지 확대 적용할 방침임을 밝힘에 따라 대부업체로 대출수요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전문가들은 감독당국의 손이 미치지 않는 대부업체들의 존재로 인해 최근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고강도 주택담보대출 억제 정책의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지적에 대응하려는 듯 금융감독원은 4일 대부업체를 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던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서 행정자치부, 재정경제부, 법무부 등 유관 부처와 협조해 대부업체들의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조사하겠다고 밝히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부터 금융권에서는 외국계 투자회사들이 설립한 대부업체들이 신규대출 수요를 쓸어간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조치에 따라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수요자들이 감독당국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대부업체들로 발걸음을 옮겼기 때문이다.
이런 대부업체로의 대출수요 쏠림 현상은 외국계 투자은행이 설립한 대부업체들이 최근 모기업의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은행권과 비슷한 수준의 금리가 책정된 대출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더욱 강화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예컨대 지난해 7월 메릴린치가 출자해 설립한 대부업체인 페닌슐라캐피탈은 영업을 개시한 직후 일주일만에 100억 원가량의 신규대출 고객을 끌어들여 금융권의 화제에 올랐다. 이 업체는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2000억 원이 넘는 대출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이 3일 주택의 소재지와 가격에 상관없이 DTI 규제를 1, 2금융권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 나오자 외국계 대부업체로의 대출수요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의 임기응변식 대응
따라서 금융감독원이 아무리 고강도의 대출규제 방안을 내놓아도 대부업체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에는 소기의 정책효과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자 금융감독원은 4일 대부업체들에 대해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의 김긍렬 비은행총괄팀장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사금융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 아래 법무부, 재경부, 행자부 등의 유관기관과 함께 대부업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조사 과정에서 대부업체들에 주택담보대출 현황자료 제출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즉 금융감독원은 대부업체에 대한 대출 규제에 본격적으로 나서기에 앞서 정확한 현황부터 파악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금융감독원의 태도는 금융권과 일부 언론에서 규제의 사각지대로서 대부업계가 일으킬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자 임기응변으로 대응한다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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