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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직장의 신>·<굿 닥터>가 잘나간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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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직장의 신>·<굿 닥터>가 잘나간 비결

[TV PLAY] 단막극의 화려한 비상을 꿈꾸며

하루는 길지만 한 해는 쏜살같이 흘러간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올해도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까지 수많은 드라마가 방송되었다. 그중에는 당연하게도 시청자의 뜨거운 환호를 받은 작품도, 한 자릿수로도 모자라 최저 시청률이라는 안타까운 결과 앞에 망연자실한 작품도 있다. 올해 드라마를 돌아볼 때 특히 반가운 것은 좋은 평가를 받은 신인 작가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언제나 시청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한다. 그런데 2013년에는 비단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배우와 아이돌만이 아니라 그들에게 좋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들어준 작가들 중에도 기억해야 할 이름이 많았다. 선배들의 뒤를 잇거나 그들의 자리를 빼앗기도 하는 신인의 등장은 드라마를 비롯한 방송 생태계 전체에 좋은 자극을 준다. 올해는 특히 많은 신인 작가들이 기성 작가들의 자리를 위협하며 나타났다.

▲ KBS 드라마 <비밀>. ⓒKBS

얼마 전 종영한 KBS <비밀>은 한 자리 시청률로 시작했다. 하지만 작품성에 대한 입소문이 전해지면서 시청률은 계속 상승했고 마침내 동시간대 1위로 종영했다. 하지만 <비밀>이 화제가 되었던 건 비단 시청률 때문만이 아니다. 수치 자체보다 <비밀>이 김은숙 작가의 SBS <상속자들>과 벌인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상속자들>은 이민호, 박신혜를 필두로 김우빈, 크리스탈, 박형식, 최진혁 등 지금 대한민국에서 인기 있다는 스타들은 모두 출동한 드라마였다. 로맨틱 코미디의 거장, 김은숙 작가의 이름값이 그만큼 든든한 보증수표라는 의미다.

반면에 <비밀>을 쓴 유보라 작가는 이 작품이 미니시리즈 데뷔작이었다. 회당 작가료로 단순 비교해도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스타 작가와 신인 작가의 대결이었다. 물론 드라마의 가치를 시청률만으로 논할 수 없고, 더욱이 시청률의 책임을 작가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하지만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는 말처럼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의 능력이 드라마의 완성도와 성패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유보라 작가는 KBS의 단막극 라인업인 <드라마스페셜>로 먼저 주목 받았다. 2012년에 방송된 <드라마스페셜 시즌3>의 <태권, 도를 아십니까?>, <저어새, 날아가다>, <상권이>는 모두 유보라 작가가 쓴 작품이다. 10대 학원 성장물부터 문예물, 사회 부조리극에 이르기까지 제각기 장르도, 플롯도 다르지만 모두 높은 완성도의 극본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회적 이슈를 포함해 다양한 소재를 풀어내는 실력 있는 신인 작가가 등장한 것이다. 유보라 작가와 <비밀>을 함께 쓴 최호철 작가 역시 KBS TV 단막극 극본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다.

▲ KBS <드라마스페셜> 중 유보라 작가의 <상권이>. ⓒKBS

<드라마스페셜>이 발굴한 신인은 이들만이 아니다. 이종석, 김우빈을 유망주에서 스타의 자리에 오르게 한 KBS <학교 2013>의 이현주 작가, 지상파 3사가 모두 도전한 '일드' 리메이크에서 시청률과 작품성 모두 고르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가장 성공적인 사례를 남긴 KBS <직장의 신>의 윤난중 작가, 그리고 메디컬 드라마와 동화적인 이야기를 조화시켜 메디컬 드라마 불패 신화를 이어간 KBS <굿 닥터>의 박재범 작가, 이들 모두 <드라마스페셜>을 통해 데뷔하거나 성장한 이들이다. 수익성의 논리에 의해 늘 그 자리를 위협받는 단막극이지만, 좋은 이야기와 좋은 창작자가 탄생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장이라는 점에서 KBS 드라마국이 여러 역경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스페셜>을 지켜낸 열매를 맺은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대장금>과 <겨울연가>로 대표되는 한류 드라마의 성공은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왔다.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된 한류 열풍과 국내 TV 광고 시장의 위축이 결합되어 해외 시장을 메인 타깃으로 보는 기획성 드라마들이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졌다.

그 결과 드라마의 성패는 물론 수출 금액까지 책임지는 한류 스타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되었고, 이는 고스란히 전체 제작비 부담으로 전가되었다. 한류 드라마의 성공 공식에 맞춘 비슷비슷한 이야기에 더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막장으로 치닫는 이야기가 많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 흐름에 가장 적극적으로 몸을 맡긴 이들은 기성 작가들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해외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인 시청자들의 안목은 높아졌고,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에 목마른 이들도 많아졌다.

결국 기성 작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유연한 발상을 갖고 있고 동시대 시청자와 호흡하는 젊은 감각을 가진 신인 작가들이 노쇠한 드라마 시장에 패기 넘치는 도전장을 내밀었고 통쾌한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올해의 성과에는 앞서 언급한 <드라마스페셜>과 같은 신인 육성 시스템의 성숙은 물론, 지상파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한 CJ E&M과 같은 케이블, JTBC와 같이 적극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하며 특정 타깃을 위한 현실 반영적 드라마에 매진한 종편의 등장 등과 같은 산업 현장의 변화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 MBC <드라마 페스티벌> 중 <하늘재 살인 사건>. ⓒMBC

언제나 뛰어난 신인은 나타나기 마련이고, 그들이 만들어낸 재기발랄하거나 신선한 이야기는 비단 한 작품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선사하며 좋은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올해도 KBS <드라마스페셜>은 좋은 작품들을 선보였고 MBC 역시 <드라마 페스티벌>로 6년 만에 단막극을 부활시켰다. 물론 편성 시간대의 취약성 등의 이유로 기대만큼 시청자의 호응이 크지는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데뷔 기회를 얻은 작가들이 올해 유보라 작가와 윤난중 작가처럼 내년 미니시리즈에서 큰일을 낼 수 있다면 더없이 소중한 시도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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