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국무총리가 "총리로서 지금까지 한눈 팔새 없이 국정을 챙기는 일에 전념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당장은 당에 복귀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자신의 대권 도전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 '한명숙 대망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오는 한 총리의 연말 발언들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당 새롭게 태어나지 않으면 필패"
한 총리는 21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단 송년오찬에서 "참여정부 후반기에 국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국정의 중심을 잡고 자기 일을 해내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국정 한가운데서 꿋꿋하게 걸어나가겠다"며 총리 직을 유지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한 총리는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솔직히 저도 잘 모르는 일"이라며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 한 총리는 "대선과 정계개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최근 여권의 갈등과 향후 방향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한 입장을 개진했다.
한 총리는 "우리당이 대선을 앞두고 새롭게 태어나지 않으면 필패할 것"이라며 "우리당은 지금 위기의식을 갖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진통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이 갈라질 것으로 예단해서 말할 수 없다"며 "당이 갈라지지 않아야 하며, 힘을 합쳐 국민들이 원하는 당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당장의 통합신당 논의에는 부정적이란 말이다. 하지만 한 총리는 우리당 사수를 외치는 친노진영과도 다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꾼은 다음 선거만 생각하지만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한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4주년인 지난 1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오늘은 4년 전 당시의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뜻 깊은 날"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당시 시대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그야말로 각고의 노력을 해 왔으나 지금 국민이 참여정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또한 한 총리는 "정치꾼은 항상 다음 선거만을 생각하지만 올바른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며 "현재 정치적 상황에 여러 가지 그림자가 많다"고 덧붙였다.
총리실 주변 인사들은 한 총리의 이날 발언에 대해 "정치적 의미가 큰 발언"이라고 강조하면서 "최근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청와대 일부 인사 및 친노 그룹 등을 겨냥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게다가 이날 발언의 수위나 언론공개 여부 등은 측근 인사들과 긴밀한 논의를 통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계획에 의한 '큰 뜻'이 담긴 발언이라는 것.
한 총리의 또 다른 측근 인사는 "총리 역할을 수행하면서 개혁성이나 안정성이 돋보이지 않았냐"며 "(한 총리가) 대권주자로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총리 주변에서) 광범위한 공감대가 아직 형성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대권에) 도전해 볼 만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조만간 개각 협의가 있을 것"
한편 한 총리는 이날 오찬행사에서 연말연초 개각과 관련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개각 폭과 시기에 대해 아직까지 저에게 언급한 게 전혀 없다"면서도 "정세균 산자부 장관이 1월중 당으로 내려가겠다고 한 만큼, 조만간 대통령과 협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 총리는 이날 행정복합도시건설 추진위원회를 열고 행정복합도시명을 '세종'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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