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을 예산안 처리 마지노선으로 잡아놓고 있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예산심사소위원회 구성조차 못하고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등을 압박하며 집안단속에 나서는 한편 민주당의 비협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27일 한나라당 회의는 이례적으로 최고위원-상임위원장-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 형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홍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10시 부로 심사를 끝내라고 지적했기 때문에 (예산안이 예산심사소위로) 안 넘어가도 상관없다"며 "상임위원장 등 상임위원들이 다 포기한 것이다. 그래서 (곧바로) 예결특위에서 다 심사하면 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홍 원내대표는 곧 이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야당도 10년 만에 정권을 빼앗겼다는 허망한 감정에 휩싸여서 정부를 상대로 그야말로 어깃장을 놓지 말고 이제는 서로 협력해서 민생부터 살려야 한다"며 "그것에 첫째가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 처리다"고 말했다.
연이은 정무위원장 때리기 "정무위는 아예 하는 일이 없다"
현재 예산심사 소위 구성 등이 지연되고 있는 상임위원회는 정무위원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이 중에서 문방위는 현재 예산심사소위는 구성한 상태다.
"교과위는 민주당이 위원장으로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 홍 원내대표가 가장 문제 삼는 것은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무위원회. 그는 "정무위는 아예 하는 일이 없다"며 "답답해서 그런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25일 김영선 정무위원장을 직접 비판한 데 이어 이날도 목소리를 높였다.
홍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오늘 아침 10시에 정무위원회를 소집해 예산안 심사 처리 다 하고 법안 100여개를 상정하라고 지시했다. 제대로 하는지 지켜 보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는 "정무위원장하고 간사(박종희 의원)가 그렇게 운영하면 어떻게 국회가 운영 되느냐고 내가 야단을 좀 쳤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정무위 회의를 어제 보니까 민주당 간사 딱 한사람의 반대로 위원장과 모든 위원들이 휘둘리고 있고 모든 기능이 정지됐다"며 "위원장과 간사가 그렇게 운영하면 어떻게 국회가 운영되겠느냐"고 질타했다.
판사 출신인 김 위원장과 검사 출신 홍 원내대표는 지난 15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신한국당에 함께 영입된 '정치 동기'다. 또한 정무위 간사인 박종희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1심 재판에서 의원상실형을 받아놓고 있다.
홍 원내대표의 이같은 질타는 곧바로 '약발'을 발휘했다. 정무위는 이날 오전 예결소위와 법안소위 구성에 합의했다.
정무위 예결소위는 한나라당4, 민주당 3, 비교섭단체 1인 여야 5대 5로 구성됐고 법안소위는 한나라당 5, 민주당 3, 선진과 창조모임 1인 5대 4로 구성됐다. 정무위가 여당 14명 야당 10명인 점을 고려하면 역시 한나라당이 밀린 셈이다.
민주당엔 강온 전략?
한편 홍 원내대표는 강온전략으로 민주당을 압박했다. 그는 "홍준표답지 않게 야당과 협상하고 양보하고 다 해왔다"며 "지난 IMF 때인 99년 김대중 정부 시절에 한나라당은 예산을 12월 9일에 처리해줬다"고 조속한 협조를 촉구했다.
그는 "촛불 사태, 쇠고기 국정조사, 그리고 정기국회 들어와서 야당이 원하는 국정조사와 강만수 실언 진상조사 등 야당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줬다"며 "지금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있는데 옳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소위 구성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민주당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도 괜찮은 사람이다. 합리적이고 야당 수석이지만 탐나는 인물이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서 수석이 말을 자주 바꾼다는 지적에 대해 "자기 역할을 진짜 잘하는 사람이고 (서 수석도) 당에 돌아가면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그것 때문에 그런 건데 (서 수석이 자꾸 말을 바꾼다는 것 가지고) 째째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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