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2일 5.18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나는 약무호남 시무'민주'라고 생각한다"며 "호남이 없는 민주당은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약무호남 시무국가'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전세에서 호남의 전략적 중요성을 표현한 말이다.
김 대표는 "호남에서 민주당에 대한 질책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 잘 알고 있다"며 "민주당이 도도한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도록 앞장설 것이다. 호남의 지지자들께서 하시는 말씀 경청하고 있고, 그분들의 뜻 충분히 헤아려서 '통 큰 변화'로 새로운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오전 경남 봉하마을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 일정 후 "이제 연말국회는 넘어갔고, 모든 언론과 국민의 관심은 6월 지방선거로 가 있다"며 "김 대표도 지방선거를 염두에 뒀기 때문에 '민주ㆍ민생에 승리를 얹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김 대표의 말은) 연말에 추스린 리더십과 지도력으로 6월 지방선거를 준비하겠다는 각오"라면서 "김한길 지도부가 연말 국회를 잘 정리하고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다는 언론의 예측이 틀리지 않다"고 선거 준비 체제로의 조기 전환을 시사했다.
전날 김 대표는 단배식에서 "지난 한 해는 한 손에 민주주의, 한 손에 민생을 움켜쥐고 보냈다. 새해에는 민주주의, 민생에 더해 '승리'가 필요한 한 해"라고 했었고, 현충원 참배시에도 "2014년 민주주의와 민생 그리고 승리"라고 서명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과 호남에서의 일전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이나 안 의원 측 관계자들 모두 최근 "호남 광역지자체장 선거 3곳(광주시장, 전남지사, 전북지사) 중 1곳이라도 민주당이 신당에 패한다면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반면 호남 3곳을 민주당이 모두 지켜낸다면 안 의원 측에 정치적으로 큰 타격이 되리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 대표의 '약무호남' 발언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주 관심지역에서 다 이기고, 김문수 지사가 안 나오면 경기도도 해볼 만한 분위기인데 호남만…(문제)"라며 "전남도 이낙연 의원이 나오면 이기던데, 광주는 아니더라. 광주에서의 당 대표 메시지나 민주당의 각오가 남달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기도 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당의 지방선거 대응과 관련해 "종합하자면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으나 좋은 결과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첫 조사에서 와장창 깨지는 걸로 나왔으면 참 기운이 빠지는데, 접전지역 가상 대결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오지 않느냐"며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박 대변인은 "여론조사 결과가 민주당에 나쁘지 않아 좋은 신호로 받아들인다"면서도 "김 대표는 '그런 것 믿을 것 아니다.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할 것 아니고, 중단 없는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전병헌 원내대표는 "당 지지율도 역시 너무 믿을 건 아니다.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민주당에 2배 가까이 앞선 것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당, 봉하마을 참배…문재인은 전날 별도로 헌화 김 대표와 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광주 방문에 앞서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님의 뜻을 이어서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를 지키고 승리를 위한 변화를 감당하겠다"고 적었다. 김 대표 등은 이어 권양숙 전 영부인을 예방했고, 권 전 영부인은 "당이 잘 돼야 한다. 바람잘 날 없는데 잘 견디고 잘 이끌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당 지도부의 참배와는 별도로 지난 1일 봉하마을을 찾았다. 문 의원은 이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가 민주주의를 되살려야 한다"면서 "남은 4년 동안 국정기조를 바꿔서 심기일전해 잘 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박근혜 대통령께 드린다"고 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살아 있었더라면 박 대통령에게 뭐라고 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잠시 간격을 두고 "국민들과 소통하고 국민을 통합시키는 정치를 해달라고 부탁했을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문 의원은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가 발전했더라면 노 전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는 옛날이야기가 됐을지도 모르지만, 달라진 것이 없고 오히려 퇴행했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과 그의 가치를 그리워하면서 존경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의원은 국정원 개혁안에 대해서는 "아주 미흡하지만 첫걸음"이라며 "대공수사권 이관 등 보다 심도 있는 개혁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문 의원의 봉하 참배에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와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 한명숙·장상 전 총리, 김만복 전 국정원장, 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 김현 의원(전 춘추관장) 등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들이 함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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