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임기 내의 마지막 '대사면'으로 꼽히는 성탄절 특별사면 명단 작성이 한참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을 코앞에 둔 내년에 사면을 할 경우 정치적 해석이 구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이번 사면이 마지막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따라서 사면 명단에 끼어들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등 각종 범법행위로 처벌을 받았던 재계 인사들은 '기업 투자활성화'를 명분으로 사면 명단에 합류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
경제단체, 59명 명단 작성해 사면 청원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5단체는 이미 지난달 말 청와대에 고병우 전 동아건설회장, 김관수 한화 국토개발 사장 등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8명과 김우중 전 대우회장, 박용성 전 두산 회장 등 분식회계 및 기타 법률을 위반한 51명에 대한 특별사면복권을 건의한 바 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손길승 전 SK회장, 최태원 SK회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등은 형이 확정되지 않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성탄절 사면을 할지 말지부터 결정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기업인을 포함해 사면 대상이 거론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우중 전 대우회장등 기업인에 대한 사면 여부를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나 사면설에 대한 전면 부인은 하지 않아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여당, 공식입장은 '환영'…속내는 복잡
사실 재계 인사들의 사면복권에는 여당이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여당의 현 지도부는 지난 8월 광복절을 앞두고 이른바 '뉴딜'을 추진하며 재계인사에 대한 대규모 사면복권을 건의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이같은 요구를 일축했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13일에도 "우리당은 서민경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경제 회복 및 안정화 대책을 논의했고. 8·15 경제인 사면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며 "당시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충분한 경제인 사면이 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전향적인 사면조치가 이뤄진다면 환영할 것"이라고 공식 논평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식논평'과 다른 기류도 여당에는 존재한다. 김근태 당의장이 내놓은 '뉴딜'의 기획자 중의 한 사람으로 당시 대규모 복권을 추진했던 한 의원은 13일 사면논의에 대해 "물론 기본적으로 사면 자체는 나쁠 것이 없으나 각 대상자의 죄에 따라 국민정서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이같은 온도차는 여권의 현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현재 통합신당 추진파의 일부, 특히 김근태 계파의 의원들은 "그동안 우리가 '과천파'(재경관료 출신 의원)들한테 놀아나서 우왕좌왕했던 것이 몰락의 큰 원인 중 하나"라며 "그 사람들이야 사실 한나라당에 더 가깝지 않냐. 신당의 외형이 줄더라도 잘라낼 것은 잘라내야 미래가 보인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과천파'에 대한 반감이 재벌 사면에 대한 미지근한 입장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일부 언론이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어 "청와대가 사회분위기 전환 및 경제활성화를 위해 긍정적으로 사면복권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는 것은 '애드벌룬' 띄우기 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재벌사면을 기정사실화해 청와대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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