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경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기용하자 친박 진영이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탕평인사'를 주장하며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자 계파 성원들도 앞다퉈 입을 여는 형국.
다시 고개드는 '탕평론'
한나라당 홍보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친박계 한선교 의원은 2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탕평 인사'를 강조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전 정부 인사 및 전문성 있는 인사를 적극 중용해야 한다"는 발언과 관련해 "그 중 친박계에 중용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봐도 최고로 잘할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또 친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아름다운 승복은 있었지만 아름다운 동행은 없었다"며 공개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만을 토로한 데 대해 "'아름다운 동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아마 국민들이 그렇게 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을 대신 말한 것"이라고 동조했다.
그는 "(김무성 의원의 말은) 앞으로 있을 인사에서 동행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일 수 있고, 저도 그런 점은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인사 문제에 있어 친박계 기용 주장을 넌지시 편 셈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도 친박계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탕평인사' 언급과 관련해 이날 <KBS> '라디오정보센터'에 출연 "탕평인사는 내가 제일 먼저 제기 했다"고 강조하며 "개각뿐만 아니라 모든 이명박 정부의 중요 보직은 추진력 있고 소신 있고 깨끗한 사람들이 포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는 김무성 의원이 "복당한 친박 의원 19명은 당 지도부와 식사 한 번 못했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데 대해선 "당에 들어왔으면 의원들끼리, 위원회끼리 전부 모여 식사하는 게 관례인데 어떻게 19명만 불러서 식사를 하느냐"며 "소외감을 느낄 이유도 없고 또 느껴서도 안 된다. 전부 힘을 합쳐서 이 정부를 바르게 끌고 가고 그리고 개혁에 동참해야 될 그런 시점이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한나라당 밖의 박근혜계인 친박연대도 이날 드물게 당 공식논평을 발표했다. 전지명 대변인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포용정치에 대한 담대한 결정을 보면서 우리 정치 상황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며 "상생의 정치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마음을 연다면 더욱 존경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연대는 현재 서청원 대표를 비롯해 박노식, 양정례 등 당 소속 의원 3명이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받는 등 의원직 상실 위기에 몰려 사실상 정당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목표는 '이재오 복귀 견제'?
한편 복귀 시점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는 친이계 좌장 격인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거취 문제에 대해 친박계 의원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허태열 최고위원이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대국민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주류라고 하는 그 사람들(친이계)"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한선교 의원도 이 전 최고의 입각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어떤 특정인이 귀국해서 총선, 보궐선거보다는 정부의 장관직을 해서 대통령을 가까이서 도와야 된거나, 친이계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의미로 귀국을 얘기하는 의원들도 있는데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하는 인사는 정말 잘못된 인사"라며 "그러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현 시점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는 "때가 되면 어느 역할을 맡게 될지는 한나라당원과 국민, 대통령이 전부 같이 판단해야 될 문제지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 여부를 화두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복귀한다는 것도 저는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선거에 떨어졌고, 미국에 가서 사실상 정치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7대 의원을 지냈다가 지난 4월 공천에서 탈락한 한 친박계 인사는 "친이계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를 바라고 있는 것은 연말 개각과 맞물려 유리한 입지를 다지려는 친이계 의원들의 속셈"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친박진영에서 '탕평론'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들의 대체적 기류는 "우리가 지금 전면에 꼭 나설 필요도 없다"는 쪽에 가깝다. 이들의 1차적 목표는 '이재오 견제'쪽 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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