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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의 딜레마…난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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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의 딜레마…난관 많아

일부 내용 공개된 공무원연금 제도 개편안

정부는 지난 5일 "공무원연금 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무원들의 연금수령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저히 비공개로 논의돼 오던 공무원연금 제도 개편 내용 중 일부를 정부가 밝힌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은 미루면서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국민연금 개혁만 밀어붙인다는 비난여론을 의식한 조처로 풀이된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개편 논의는 지난 7월 행자부의 자문기구로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이하 제도발전위)가 출범하면서 본격화됐다. 이 위원회에는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위촉된 민간위원들을 포함해 모두 21명의 각계 대표가 참여했다. 정부는 그동안 이 위원회의 위원 명단은 물론 논의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제도발전위가 검토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편안에는 공무원들의 최초 연금수령 시기를 국민연금과 같이 65세로 하는 대신, 공무원의 퇴직 시기를 현행 55~60세에서 65세로 늦추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무원의 정년을 직급이나 업무 별로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늦춘다는 것이다.

개편안은 또 퇴직 직전 3년 동안 받은 평균 임금의 76%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현행 연금 지급률을 25~50% 수준으로 대폭 낮추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앞으로 새로 채용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퇴직금을 주는 조건으로 공무원연금이 아닌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하는 방안이 개편안에 들어 있다.

제도발전위는 이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연내에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 정부는 내년 초에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정부안을 확정하고, 이르면 내년 6월 국회에 공무원연금 개편안을 제출할 생각을 갖고 있다.

박찬우 행정자치부 윤리복지정책관은 이와 관련해 "연금개혁 과정에서 연금수급 연령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면서 "이럴 경우 공무원 정년 연장 문제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다. 최종 확정될 개혁안에도 정년 연장에 대한 의견이 첨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공무원연금 제도 개편작업을 벌이게 된 것은 연금의 적자 때문이다. 올해에만 국민세금 8500억 원이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투입됐다. 내년에도 1조4000억 원의 세금이 공무원연금에 투입될 전망이다. 제도 개편이 늦어질수록 공무원연금으로 빠져나가는 세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공무원연금 제도 개편을 일사천리로 진행시키기도 어렵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무엇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등 10만여 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의 결사조직이 연금제도 개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된 공무원들의 조직화 운동이 빠르게 세를 넓혀 온 것은 공직사회에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6급 이하 하급 공무원들의 열망이 높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무원연금 제도 개편에 대한 두려움도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공무원노조 지도부도 조합원들의 이같은 정서 때문에 연금제도 개편의 불가피성을 알더라도 운신의 폭이 좁다.
▲ 공무원노조와 정부 사이의 격한 대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연금 제도 개편도 공무원노조와 정부 사이에 어떤 대화와 논의도 없이 정부 단독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노조 사무실 폐쇄를 놓고 공무원노조 조합원과 비조합원 공무원이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 ⓒ 연합

게다가 현 제도의 유지를 요구하는 공무원들의 반발에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는 점 때문에 공무원연금 개편이 그만큼 더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임금 현실화가 시작된 1990년대 초 이전에는 공무원 임금이 대기업 종사자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게다가 공무원들에게는 대부분의 근로소득자에게 보장되는 퇴직금도 없다. 결국 '후한' 공무원연금은 박봉에 대한 보상이면서 동시에 노후소득 보장이란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공무원노조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정년이 보장된다고 해서 말단 공무원도 인기를 얻고 있지만, 과거에는 공무원은 그야말로 격무와 박봉의 대명사로 받아들여졌다"면서 "1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한 '고참' 공무원들에게는 연금제도 개편에 쉽게 동의하기 힘든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이태복 씨는 5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적자가 많이 나니까 (연금 지급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만 얘기할 수 없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공무원연금 문제는 역사적 배경부터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정부로서는 국민세금으로 계속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보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공무원들의 일리 있는 반발을 묵살하고 연금제도 개편을 밀어붙이기도 힘든 점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노동조합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노조와 정부 사이에 1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격한 대립은 공무원연금 제도 개편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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